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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반전 없었던 이재명 연출 '당직개편'…'질서 있는 퇴진' 다시 고개 드나


입력 2023.03.28 00:00 수정 2023.03.28 00:0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당직 개편의 핵은 사무총장"인데…이것저것 바꾸면서도 총장은 유임

당내 불만에 이재명도 "누구 만족시키려 한 것 아냐" 싸늘한 반응 보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무총장을 제외한 중폭 당직 개편을 통해 이른바 '인적 쇄신'을 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반쪽 탕평'으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도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당직 개편을) 한 게 아니다"고 말해, 양측의 싸늘한 기류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7일 중폭의 당직 개편을 단행했다. 지명직 최고위원과 정책위의장·전략기획위원장·대변인단을 일부 교체했지만, 공천권 및 기소시 당직정지 등과 관련해 핵심 요직으로 꼽히는 사무총장은 유임했다.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비명계로 분류되는 호남 재선 송갑석 의원, 정책위의장에는 3선 김민석 의원, 정책위 수석부의장에는 재선 김성주 의원, 전략기획위원장에는 재선 한병도 의원, 디지털전략사무부총장에는 박상혁 의원이 임명됐다.


대변인단은 안호영 수석대변인과 김의겸·임오경 대변인이 물러나고 권칠승 의원이 신임 수석대변인, 강선우 의원이 신임 대변인을 맡는다. 박성준 대변인과 한민수 원외대변인은 유임됐다.


이번 당직 개편은 지난 15일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가 이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하면서 방아쇠가 당겨졌다. 이 대표도 체포동의안 '소신표 사태'를 전후해 당내 의원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당직 개편에 대한 요구를 많이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견상으로는 일부 친명(친이재명)계 인사가 물러난 것이 사실이다. 김남국 의원이 사무부총장 자리를 내놓고 박상혁 의원이 임명된 것이 일례다. 김남국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에 출연한 자리에서 "나도 인적 쇄신 대상자가 된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비명계 의원들 쪽에서 '친명의 색깔을 빼달라'는 요구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핵심 당직으로 꼽히는 사무총장에 그대로 조정식 의원이 유임됐다는 점에서 '전면적 인적 쇄신'에 해당하는 대폭 당직 개편으로 볼 수는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은 앞서 지난 7일 불교방송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한 자리에서 "최고위원을 포함해 사무총장·전략기획위원장이 완전히 일색으로 돼있다"며 "당직 개편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인적 쇄신' 요구는 '이재명 빼고 다'에서 출발했던 셈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 본인의 진퇴를 논하지 않은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임명직 당직의 핵심인 사무총장마저 개편 대상에서 빠졌다. 사무총장이 '당직의 핵'이라는 것은 친명계 지도부도 인정했던 사실이다. 과연 이 정도의 당직 개편을 '인적 쇄신'이나, 나아가 탕평이라고 볼 수 있을지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친명계 지도부의 일원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아무래도 당직 개편의 핵은 사무총장"이라면서도 "사무총장은 당대표·원내대표와 함께 삼각체제로 당을 운영하는 것이라, 그 (사무총장을 개편 대상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검토가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본인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당직 개편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본인 스스로도 이번 당직 개편이 비명계가 요구한 '전면적 인적 쇄신'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 '소신표 사태' 이후 당 내홍 수습책의 대명사처럼 회자됐던 '인적 쇄신'이 감동과 반전 없는 기대 이하의 범작(凡作)에 그침에 따라, 이재명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이 결국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전망된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24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누가 바뀌더라도 단기 처방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이재명 대표를 보좌하는 집행부에 있다기보다는 이재명 대표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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