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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역사 왜곡'으로 추락했던 ‘철인왕후’, 넷플릭스발 글로벌 흥행이 불편한 이유


입력 2023.03.27 08:14 수정 2023.03.27 08:14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비영어권 TV 부문 7위

9개월 만에 티빙서 서비스 재개→넷플릭스 스트리밍

역사왜곡으로 비난 받았던 '철인왕후'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후 날개를 달았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뿐 아니라 과거에 종영된 드라마 판권을 사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면서 재조명, 역주행 현상을 만들곤 했는데, 이번에는 '철인왕후'가 재조명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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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TOP) 10'에 따르면 3월 셋째 주(13∼19일) tvN '철인왕후'의 시청 시간은 977만 시간으로 비영어권 TV 부문 7위에 올랐다. '철인왕후'의 반응은 국내 순위에서도 높다. 26일 대한민국 TOP10 시리즈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넷플릭스에서 KBS '연모', tvN '환혼', '슈룹' 등 한국의 사극들은 동양 문화의 신비로움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한국 문화를 쉽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아온 효자 콘텐츠다. 넷플릭스 첫 오리지널 시리즈 역시 사극 '킹덤'이었다. 이와 같은 선상에서 바라 볼 때 '철인왕후'의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일은 낯설지 않지만, 문제는 이 작품이 방영 당시 역사 왜곡, 폄하 논란에 휘말렸다는 점이다.


'철인왕후'는 중국의 드라마 '태자비승직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현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청와대 셰프 장봉환의 영혼이 조선시대의 왕비 김소용(신혜선 분)의 몸에 깃들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는 코미디 퓨전사극으로 방송 당시 방영 내내 '역사 왜곡 드라마'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철인왕후'는 조선왕조 25대에 472년 동안 기록한 역사서 조선왕조실록을 두고 "한낱 지라시네"라고 표현해 조선 왕실을 폄하했다는 지적, 또 실존 인물인 신정왕후를 저속하게 묘사해 풍양 조씨 종친회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이에 '철인왕후' 제작진은 사과와 함께 문제적 장면들을 삭제 조치했다. 제작진의 신속한 대처로 사태는 진화됐다. 그러나 3개월 뒤 SBS '조선구마사'가 동북공정, 역사왜곡 논란으로 2회 만에 폐지되자 '조선구마사'의 박계옥 작가의 전작이 '철인왕후'였다는 점이 시청자들의 더 큰 화를 불렀다.


'조선구마사'는 첫 방송에서 태종이 환시를 보고 무참히 백성을 학살하고 충녕대군은 서역 신부에게 음식을 대접하는데, 중국 음식인 월피단, 중국 술 등을 소품으로 사용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박계옥 작가, 제작진, 배우들까지 이 사태에 대해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박계옥 작가의 전작 '철인왕후' 주연 배우 신혜선을 기용한 업체를 두고 시청자들이 불매운동까지 벌였다. 여파가 지속되자 티빙, 네이버TV는 '철인왕후' 다시 보기를 중단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티빙은 소리 소문 없이 9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철인왕후' 스트리밍 서비스를 재개했다. 이후 2월에는 넷플릭스에도 볼 수 있게 됐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 콘텐츠 산업 조사'에 따르면 해당 연도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전년보다 4.4% 증가한 124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K 콘텐츠가 현재 전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상황일 수록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중시되며 창작자들의 경각심과 책임감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철인왕후', '조선구마사' 사태는 창작자는 물론 시청자들까지 역사 의식이 한층 높아지게 만든 사례로 남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자본과 인기의 논리에 따라 과거의 일을 잊은 듯 사랑받고 있다. '철인왕후'의 흥행이 불편하고 마냥 기뻐할 수 없는 현실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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