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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일대로 꼬인 KT의 2023년 [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3.03.27 07:00 수정 2023.03.27 08:44        남궁경 기자 (nkk0208@dailian.co.kr)

'책임감' 저버린 윤경림의 사의

압박한 정부·여당이 만든 합작품

KT 이스트 빌딩.ⓒKT KT 이스트 빌딩.ⓒKT

17일.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자가 대표직 제안 수락에서 사의 표명까지 걸린 시간이다. "KT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선정된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라 했던 윤 내정자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다"며 대표 내정자 자리를 내려놓으려 하고 있다. 구체적 사유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최근 시작된 검찰 수사와 정치권에서 이어지는 압박이 윤 사장의 사의 결정을 만들어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윤경림 현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KT 대표 이사 최종 후보로 선정됐을 당시 업계에서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게 사실이다. 윤 사장이 정부·여당의 압박을 받던 구현모 대표의 '오른팔'로 불린 데다 여권(與圈)이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판한 사외이사들로부터 선출됐기 때문이었다. 당시 분위기 상 윤경림 사장이 내정자로 오를 경우 정부·여당의 압박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사장은 직접 면접까지 본 뒤 KT 대표이사 최종 후보자 자리를 얻어냈다. 최종 후보자로 오른 이후에는 KT 강점인 인공지능(AI)을 앞세운 '디지 AI(DIGI.AI)'라는 사업 비전을 제시, KT 미래 3년을 책임질 것처럼 행동했다. 당시 최종 후보 소감문을 통해선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을 과감하게 혁신하겠다”며 정부와 꼬인 매듭을 풀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은 오히려 화를 더 불렀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판받은 현 사외이사 중 3명을 모두 안고(재선임) 가려한 것과 현 정부 대선 캠프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려는 '유화적 제스처' 자세를 동시에 보인 것이 여권의 '지적 명분'을 더 키운 꼴이 됐다.


결론적으로 정치권의 무리한 개입과 윤 사장의 무책임은 KT 내·외부 혼란을 불렀다. 그것도 최고조로 끌어 올랐다. 한 KT 내부 직원은 "한 해 농사를 망친 것 같다"며 자조 섞인 한탄을, 그를 지지하던 소액주주들은 '벙찐' 상황을 맞게 됐다. 한때 주당 5만원 돌파를 점치던 증권사는 KT의 목표주가를 3만8000원 수준으로 내려 잡으며 KT 기업가치 하락을 전망했다.


안타까운 점은 당분간 KT를 구할 '구세주'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윤경림 사장이 사의 의사를 거두고 대표직 도전을 계속하더라도 KT 경영 정상화는 어려울 게 뻔하다. 알려진 윤 사장의 말처럼 현 정부와 여권의 압박이 KT 조직을 더 힘들게 할 것이다. 정부 압박을 이겨낼 '진짜 경영자' 등장도 없을 것 같다. KT의 2023년은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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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경 기자 (nkk020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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