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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격' 서훈 측 "검찰, 은폐라는 단어 쓰면 안 돼"


입력 2023.03.24 12:56 수정 2023.03.24 18:52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서훈 측 "검찰, 은폐라고 자꾸 언급…무슨 의미인지 설명해 달라"

검찰 "월북이라는 말로 실체 은폐하는 것…공소사실에서 설명"

김홍희 측 "김홍희와 서훈, 상명하복 관계이기에 공모관계 아냐"

박지원, 법정 출석 중 故이대준 친형과 충돌…朴, 침묵하며 입정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측이 첫 재판에서 검찰과 '은폐'라는 표현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서 전 실장 측은 "은폐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옳지않다"고 주장한 반면, 검찰은 "공소사실에서 충분히 (은폐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 배경 등) 일련의 과정을 설명했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10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정식 공판에는 피고인들이 직접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서 전 실장 측 변호인은 검찰을 향해 "은폐라고 자꾸 언급하는데, 무슨 의미인지 설명해달라. 공소장을 읽어보면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았다면 (피고인들이) 영원히 숨겼을 것'이라고 읽혀진다"며 "은폐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옳지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 전 실장 측은 "이미 이대준 씨 사망 사실은 수백명이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 이 씨 사망 다음 날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사안이다"며 "이 사실을 은폐할 마음을 먹는게 도대체 가당키나 한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검찰을 쏘아붙였다.


그러자 검찰은 "월북으로 (사건을 포장해서) 실체를 은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소사실에서도 일련의 과정을 설명했다"며 "이 사건 관련해 월북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피고인들은 월북이라도 곧장 발표하며) 사건의 실체를 감췄다"고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 측에서는 서 전 실장 측의 질문에 대해 서면으로 답변해 재판부에 제출해라"며 상황을 중재했다.


서해 피격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 씨가 지난해 12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서해 피격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 씨가 지난해 12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측 변호인 역시 발언권을 얻고 "공모라는 것은 공동의 목적에 따라 동심 일체가 되는 것인데, 김 전 청장과 서 전 실장은 이런 관계 자체가 될 수 없다. 상명하복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며 "또 검찰에서는 (이대준 씨가 북측에 나포됐을 때) 무대응 조치를 했다고 주장하는데, 이 사건 관련 김 전 청장이 받았던 소식은 이 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첩보였다. 이건 첩보 수준이었기에 확인할 수 없고, NLL 이북에서 발생한 문제는 관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함께 기소된 서 전 장관과 박 전 국정원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등 공동 피고인들도 모두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피격 박 전 원장은 재판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피격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친형 이래진 씨와 충돌하기도 했다. 이 씨는 박 전 원장에게 달려들어 "사과해라.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며 소리를 쳤다. 법정 방호원들의 제지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이 과정에서 사진 기자 등 취재진들이 넘어지기도 했다. 박 전 원장은 이 씨의 행동에 당황하며 아무 대답 없이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한편,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살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께 관계 장관회의에서 피격 사실을 은폐하려 합참 관계자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보안 유지'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받는다. 박 전 원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은 서 전 실장의 '보안 유지'에 동조해 국정원 직원들에게 첩보 보고서를 삭제하게 한 혐의(국가정보원법 위반)를 받는다. 서 전 장관 역시 국방부 직원 등에게 관련 첩보를 삭제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 전 실장 측은 그러나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격 사건이 일어난 후 이를 은폐하기 위한 어떤 생각도 한 적 없고,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 월북 몰이를 했다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원장과 서 전 장관 측도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 서 전 장관 측은 "사건 관련 첩보의 배포선을 제한하라고 지시했지, 삭제하라고 한 적은 없다"며 "이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이라고 항변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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