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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왕자’는 없다”…공연계 이끄는 2030 여성 관객의 변화


입력 2023.03.10 08:03 수정 2023.03.10 08:0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공연계에서 2030 여성은 ‘파워 관객’으로 불린다. 공연의 티켓파워에 압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관객들이 사이에서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다양화되고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변화를 2018년 한국 공연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투’(me too) 운동 이후로 보고 있다.



뮤지컬 '레드북' 공연사진ⓒ 뮤지컬 '레드북' 공연사진ⓒ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티켓 판매액은 전년에 비해 134.4% 증가한 6651억원으로 집계됐다. 티켓 구매자의 성별을 살펴보면 여성이 예년(75%)과 같이 73.2%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이중 20대(24%)와 30대(23.1%) 여성이 전체 공연 티켓 구매자 가운데 47.1%로 절반에 달했다.


2030 여성 관객의 힘이 커짐에 따라 공연계도 자연스럽게 이들의 수요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은 미투 운동을 계기로 젠더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과거 여성 캐릭터가 보조적으로 등장했던 기존의 스타일을 벗어난 새로운 작품들에 대한 갈망을 보여줬다.


여성 관객들은 물론, 창작자들의 인식도 바꿨다. 미투 운동 이후 위계, 폭력, 차별을 없애기 위한 자치규약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국내 예술계에서 공연계가 유일하다. 특히 남성 배우 팬덤의 의존도가 높았던 뮤지컬계까지 젠더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작품이 늘어났다.


현재도 다수의 여성 서사의 작품들이 공연 중이고, 공연을 앞두고 있다. 뮤지컬 ‘실비아, 살다’(대학로 TOM 2관, 4월16일까지)를 시작으로 뮤지컬 ‘레드북’(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3월14일 개막), 창극 ‘정년이’(국립극장 달오름, 3월17일 개막) 등이 연이어 공연된다.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국내 초연을 앞두고 있는 ‘식스 더 뮤지컬’(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 3월10일 개막)과 여러 시즌에 걸쳐 사랑을 받아 온 ‘맘마미아’(충무아트센터 대극장, 3월24일 개막)와 ‘호프’(유니플렉스 1관, 3월16일개막)도 다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창극 '정년이' ⓒ국립극장 창극 '정년이' ⓒ국립극장

여성 서사 작품의 인기는 성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년이’는 창극으로는 이례적으로 개막 두 달 전에 모든 좌석이 팔렸고, 추가 공연도 순식간에 매진됐다. ‘레드북’과 ‘레드북’ 역시 지난해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4개 부문(작품상·연출상·음악상·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뮤지컬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맘마미아’ ‘호프’ 등도 이미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정년이’의 이자람 감독은 “한국 문화계가 한 걸음 진일보하는데 중요한 작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엔 다양한 여성 서사가 한참 모자라다. ‘정년이’는 좋은 주제, 좋은 이야기인 동시에 주요 인물이 여성이어도 되는 그런 작품이다. 고정된 여성 캐릭터만 있지 않아서 그게 참 좋다. 앞으로도 이런 작품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바랐다.


다만 여성주의 작품이 늘어나면서 공연계에서는 새로운 고민도 생겼다. 한 공연 관계자는 “관객들이 여성서사의 작품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고, 공연계에서도 미투로 인해 각성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종류의 작품들이 늘어나게 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차별 속에서 연민을 자아내거나, 깨어있는 주인공의 성공 스토리 등 서사가 너무 흔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틀에 박힌 여성서사를 넘어선 다양성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분석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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