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8조원 늘어
'레고랜드 사태' 반사이익
경남은행만 -1.4% 역성장
ⓒ각 사
국내 지방은행들의 지난해 대기업 대출 규모가 일제히 증가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대기업들이 은행 문을 두드린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경남은행의 대기업 대출만 홀로 뒷걸음질친 가운데, 리스크 관리를 위한 대기업 우량 차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은행 등 5개 지방은행의 지난해 말 기업대출 규모는 115조734억원으로 전년보다 7.5%(8조41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대기업 대출이 9조45억원으로 1년 전(8조1902억원) 대비 9.9% 늘었다. 지난 2021년 4분기 대기업 대출 증가율이 3.7%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5개 지방은행 중 광주은행이 가장 높은 성장세를 자랑했다. 광주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대기업 대출은 5208억원으로, 전년(4086억원)보다 27.5%나 증가했다. 지난 2020년 말 5346억원에서 2021년 4086억원으로 23.6%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시공사의 증감 여부에 따라 이 같은 차이가 발생했다는 게 광주은행 측 설명이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도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대구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3조7169억원으로 13.9% 증가했다. 지난 2021년 말(3조2623억원)에도 전년보다 13.8% 늘어나는 등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부산은행의 대기업 대출도 2조614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10.2% 증가했다. 전북은행도 4406억원으로 전년보다 6.9% 늘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10월 이후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으로 채권 발행 등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대기업들이 은행을 찾은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경남은행은 대기업 대출 부문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뒷걸음질 쳤다. 경남은행의 지난해 말 대기업 대출은 1조7122억원으로 1년 전(1조7359억원) 대비 1.4% 줄었다. 지난 2021년 말 대기업 대출 규모가 2020년과 동일한 수준을 보이는 등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경남은행뿐 아니라 지방은행들은 경기 변동에 민감한 중소기업 대출 위주의 여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어, 업황 변화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최근에는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해 중소기업 대출 부실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방은행들은 90%가 넘는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기 보다, 우량 차주로 분류되는 대기업 대출을 늘리는 등의 다각화 과제가 요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은 단위당 대출 금액이 크고, 중소기업은 작기 때문에 대기업 대출을 늘릴 경우 리스크 분산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우량 대기업 대출 금액이 증가하는 게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기업도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부실 위험이 아예 없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