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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에도 반도체 '성과급 잔치'...부문별로 온도차도 눈길


입력 2023.02.04 06:00 수정 2023.02.04 06:00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인텔 · 마이크로 등 해외 기업과 다른 국내 기업 행보

"반도체 인재 유출 막아라" 경쟁적인 복지 차원도 있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데일리안DB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데일리안DB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어닝쇼크에 달하는 충격적인 전년도 4분기 실적을 내고도 임직원 연봉의 절반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불황 속에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자구책 성격으로 해석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주요 반도체기업들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수요 감소 및 재고 증가, 가격 하락 등에 반응해 각자 다양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시설 투자 규모를 줄이고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올해 하반기까지 예고된 불황에 맞설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 인텔의 경우 임직원을 대상으로 분기별 성과급과 연간 성과급 지급을 중단하고 주요 임원들의 인건비마저 삭감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비용 절감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까지 100억 달러(약12조2000억원)의 비용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론 역시 직원들에게 지급하던 연중 상여금을 중단했다. 앞서 지난 12월엔 전체 직원 4만8000명 가운데 10% 가량의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설 투자 역시 지난해 120억 달러(약 14조6340억원)에서 올해 75억 달러(약 9조1450억 원)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처럼 과감한 인원 감축 및 비용 절감에 나선 해외 기업들과 달리 국내 반도체 업계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임직원에게 공지한 내용에 따르면, 반도체(DS)사업부문은 연봉의 50%에 해당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지급받았다. 전년도 실적 결산을 종료한 뒤 산정되는 성과급 구조를 감안하면, '반도체 혹한기' 속에서 파격적인 수준이라는 것이 지배적 관측이다.


특히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의 생활가전사업부 7%, 모바일경험(MX)사업부 37%, 네트워크사업부 27%,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24% 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물론 DX 부문 역시 지난해부터 성과가 저조한 상황이지만, 반도체 역시 지난해 3분기부터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도 타 사업부보다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한 셈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2022년 4분기 반도체사업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97% 감소한 2700억원에 그쳤다. 연간 기준으로도 전년보다 26.3% 감소한 23조8200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조7012억원의 적자가 나면서 연간 영업익이 7조66억원으로 전년 대비 43.5% 감소했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임직원에게 연봉의 41%에 해당하는 초과이익분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발 IT 수요 위축의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은 당분간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럼에도 기업들이 이처럼 대규모 성과급 지급에 나선 것은 뒤숭숭한 분위기를 단속하고 인력 이탈을 방지하는 차원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인력 부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진작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비용 부담을 목적으로 성과급 및 임금을 삭감하거나 해외 기업들과 유사한 조치를 취한다면, 이같은 문제는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성과급을 비롯한 인센티브와 신입 직원 임금, 직원 복지 등 처우를 개선하는 데 경쟁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양사는 최근 신입사원 연봉 인상률을 놓고 '누가 더 주느냐'로 경쟁을 보인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론 격려 측면도 있지만, 영업익의 일정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쓰는 임금 체계 덕분에 이렇게 지급할 수 있는 것도 있다"며 "또한 실제로 반도체 업황이 수익 악화로 직결된 것은 사실상 지난해 하반기부터라, 상반기까지의 수익성을 생각하면, 성과급 지급을 못할 이유도 없다"고 전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성과급 지급을 결정한 배경을 두고 "유례없는 반도체업황 악화 상황에도 구성원이 협업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격려의 의미를 담았다. 성과급 지급은 보상보다는 위기 극복에 필요한 격려 메시지 차원"이라고 전했다. 한편 SK하이닉스의 적자는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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