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무력화시키는 불체포특권, '권한쟁의'해서라도 없애야 [기자수첩-사회]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입력 2023.01.05 07:00  수정 2023.01.05 07:00

법원 "노웅래 체포동의안 부결됐으니 구속영장도 자연스레 기각"

입법부원 집단 행동에 아무 힘도 없는 사법부…삼권분립 한 축 맞나?

불체포·구속영장집행정지 특권…의회민주주의 발전 위해 만든 법 , 가치 못 지키고 있으니 의미 없어

지난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광과 노웅래 국회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의원 피의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으므로 구속영장을 기각한다"


지난 3일 법원이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며 이같이 밝혔다. 입법부원들의 집단행동에 삼권 분립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법부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전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노 의원이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녹음된 녹취 파일 내용 △노 의원의 문자메시지 등 증거를 상세히 공개하며 가결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양심과 소신보다는 '동정표'를 택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표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체포동의안 표결에 '나도 언제 구속될지 모른다'는 겁심도 함께 작용됐다.


법원은 절차에 따라 영장실질심사 없이 사건을 종결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설령 국회의원들이 체포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빠져나가는 길은 열려있다. 형사소송법 제101조 제4항과 제5항에서는 검찰총장이 체포·구속된 국회의원을 석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갖고있는 불체포특권과 구속영장집행정지특권은 사법부 위에 입법부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임이 틀림없다.


불체포특권은 격동의 시기에 활동하던 20세기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함에 있어 흔들림 없이 소신 있게 일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서민호 전 국회의원에 대한 석방결의 사건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 조문은 의회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입법 취지에 맞게 해석될 때 의미가 있다. 법 취지에 맞게 적용되지 않으면 조문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사태가 보여주듯 불체포특권의 가치를 더는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입법부 스스로 이 특권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한 장관이 나서서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해야 한다. 그래서 사법부가 입법부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진정한 의미의 삼권분립을 실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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