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류준열·유해진 '올빼미', 팩션 사극과 스릴러의 옳은 만남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11.23 09:48  수정 2022.11.23 09:48

23일 개봉

'시신이 온통 검은 빛이었고 모두 이목구비에서 모두 피를 흘리고 있어서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것 같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645년 4월 소현세자가 병세가 갑자기 위독해져 죽었다고 기록돼 있으나 여러 가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인조실록의 한 줄이, 주맹증이라는 소재와 만나 2022년 잘 빠진 사극 스릴러로 도착했다.


'올빼미'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로, 기존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주맹증'을 내세우며 '역사가 곧 스포'인 사극에 영화적 재미를 더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경수(류준열 분)는 뛰어난 침술을 가진 인물로 아픈 동생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이다. 모두가 그를 봉사로 알고 있지만 사실 경수는 주맹증을 앓고 있다. 주맹증은 밝은 곳에서의 시력이 어두운 곳에서보다 떨어지는 증상이다.


그런 그가 이형(최무성 분)의 눈에 들어 입궁하게 된다. 사실 이형은 경수의 능력보다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그를 자신의 곁에 둔 것이었고, 소현세자가 급사하던 날 밤 진실을 목격하게 된다. 봐도 못 본 척하면서 살아온 것이 경수가 그 동안 살아온 방식이기 때문에 소현세자의 죽음을 두고 고민하지만, 결국 소현세자 죽음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영화 속 소현세자의 죽음의 배경에는 실제 역사적 사건이 그대로 사용 됐다. 병자호란 당시 조선의 왕 인조는 치욕스럽게 머리를 조아렸고, 조선이 청나라의 신하가 되는 삼전도의 굴욕을 겪었다. 소현세자는 청나라에 9년 동안 인질로 억류되어 있으면서 조선과 청나라 사이의 외교 창구 역할을 했고, 다시 돌아온 후에도 청나라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조는 자신의 굴욕을 잊지 못하고 있는 상황. 영화 속 인조와 소현세자는 청나라와의 관계를 두고 평행선을 달린다.


정치적인 이유로 소현세자의 죽음을 바라는 인물들과 경수의 대립 관계는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보는 듯 하다. 그러나 모두가 모르는 자신의 비밀을 활용해 진실을 향해 달려나가는 경수의 행보는 영화를 긴장감 있게 거침없이 이끈다.


가장 낮은 곳, 어둠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경수란 인물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경수는 결과가 바뀌지 않더라도 진실을 똑바로 보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시사한다.


영화는 주맹증을 연기한 류준열, 처음으로 왕 연기에 도전한 유해진을 비롯해 최무성, 조성하, 김성철, 안은진 등 제 몫을 다하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주맹증을 앓고 있는 경수를 연기한 류준열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그가 준비 기간 동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열등감과 트라우마를 점철된 왕 인조를 연기한 유해진은 본 적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감정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인조의 불안함을 구석구석마다 담아내 몰입도를 높인다. 23일 개봉. 러닝타임 1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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