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어촌특화지원 상생의 결실, 제주 ‘해녀의 부엌’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입력 2022.11.20 11:00  수정 2022.11.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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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선어위판장 리모델링, 공연·다이닝결합 콘텐츠 개발

어촌계 소득·해녀문화 홍보 등 상생협력 성공사례로

“우리에게 바다가 뭐냐고? 뭐긴, 우리 부엌이지”


올해 90세를 넘긴 원로 권영희 해녀의 말이다. 열살 나이에 물질을 시작해 89세까지 해녀로 지낸 권 해녀 외에도 제주 해녀들은 먹고살기 위해 바다로 들어갔고 평생 물질로 생계를 이어왔다.


이 같은 제주 해녀들의 삶을 모티브로 한 공연을 보면서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신선한 제주 해산물로 만든 요리를 먹는 프로그램인 ‘해녀의 부엌’이 해녀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제주 종달어촌계가 운영하는 ‘해녀의 부엌’은 지역 특산물을 기반으로 벤처기업과 제주 어촌특화지원센터가 협업해 어촌계 소득 증대·해녀 문화 홍보·지역민 역량 강화 등 상생협력 추진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제주 종달리에 위치한 유휴 활선어 위판장을 리모델링해 식당 겸 공연장으로 운영 중인 해녀의 부엌 ⓒ해녀의 부엌
해녀의 부엌 공연장면 ⓒ해녀의 부엌
해녀의 부엌 공연장면 ⓒ해녀의 부엌

20여 년 전 활선어 위판장으로 지어졌지만 어촌인이 줄고 판매가 뜸해져 창고가 된 곳을 2018년 다이닝 공연장으로 개조했고 청년 예술인과 종달어촌계 해녀들이 함께하는 해녀 극장식 레스토랑으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일본 수출에 의존해 저평가된 제주 뿔소라와 자연산 톳 등의 가치를 알리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뿔소라를 세계인의 식탁으로’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제주 뿔소라는 현무암 구멍에 뾰족한 뿔을 끼워 거센 파도를 버텨내 제주 해녀의 강인한 생명력과 닮은 지역 특산물이다.


‘해녀의 부엌’은 제주 출신 청년사업가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종달리에서 태어나 해녀 집안에서 자란 김하원 대표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던 중, 해녀들이 힘겹게 잡은 해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해녀를 중심으로 한 로컬 콘텐츠를 선보이는 해녀의 부엌을 창업했다.


해녀들이 직접 캐온 해산물로 차려지는 식사와 해녀들과 전문 배우들이 직접 출연하는 해녀 이야기 연극 공연으로 해녀의 문화를 알리고 지역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제주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종달어촌계가 시중가격 보다 20% 높게 구입해 제공하고 있다.


공연과 다이닝을 결합한 콘텐츠로 개발한 김 대표는 종달어촌계와 손을 잡고 종달리에서 생산되는 주요 수산물인 천초·톳·감태·소라·전복·해삼·성게 등 해조류와 패류로 해녀들이 직접 요리하고 이들 해녀들의 삶을 청년 예술가들이 온몸으로 관객에게 전해주는 협업을 통해 지난해 10억원의 수입을 거뒀고 고루 분배했다.


‘해녀의 부엌’에서 제공되는 한상차림으로는 상외떡·뿔소라 꼬지·조배기 미역국·갈치조림·뿔소라장·우뭇가사리 무침 등이 제공된다. ⓒ해녀의 부엌

이들의 협업은 종달리 어촌계에서 수산물 공급 등을 전담하고, 해녀의 부엌 운영진들은 공연 제작과 콘텐츠 운영하며, 제주어촌특화지원센터에서는 해녀의 부엌을 널리 알리는 홍보 등을 맡고 있다.


지난해 기준 종달어촌계의 어업가구는 78세대, 어업인구는 194명, 어촌계원은 251명으로 이 중 해녀는 약 103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김태민 종달어촌계장은 “제주에는 우도, 성산일출봉 등 유명 관광지가 많은데, 종달리는 거쳐가는 곳이어서 관광객들이 오랫동안 체류하면서 즐길 수 있는 마을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청년기업가인 김하원 대표와 함께 이 사업을 하게 됐다”면서 “연간 약 1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종달리를 제주의 명소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어촌계장은 “현재 70대 해녀가 대부분으로 새로운 젊은 해녀가 와서 일해도 대부분 1~2년을 못 버티는 상황이다. 단순히 수산물만을 채집하는 1차 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녀의 부엌처럼 외부 인력들과 협업을 하거나, 기업과 함께 2차·3차산업 영역으로 넓히는 노력들이 많이 이뤄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종달어촌계 막내 해녀는 56세로 직접 채취한 뿔소라 등을 해녀의 부엌에서 뿔소라 꼬지로 요리해주고 있었다.


이처럼 해녀의 부엌은 단순한 공연하는 식당이 아니었다. 창작콘텐츠로 해녀문화의 명맥을 잇고 알리며 청년예술인들을 무대에 서게 했고 이를 지켜본 관객들과 관광객들이 해녀 체험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제주지역에서 해녀 콘텐츠를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지금은 종달어촌계에 이어 북촌에서도 콘텐츠를 조금 달리한 해녀문화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세계적으로도 해녀 콘텐츠를 확장해보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종달어촌계는 지난해 해양수산부의 어촌뉴딜사업지로도 선정돼 해녀의 부엌의 규모를 넓힐 수 있게 됐다. 현재는 330㎡(100평) 남짓 규모로 예약제로 운영돼 한달 이상 관객들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해녀의 부엌’에서 공연한 배우들이 관객들에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종달리 최고령 권영희 해녀, 89세 은퇴 후 무대에 선다


종달리 최고령 91세 권영희 해녀 ⓒ데일리안

종달리 최고령 권영희 해녀는 올해 91세로 89세까지 물질을 했다. 열살 때 물질을 시작한 후로 평생 바다에 들어가다보니 지금도 바다만 보면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몸에 부담을 느낄 것과 건강을 우려한 종달리 어촌계장은 이를 만류해 89세에 은퇴한 권 해녀는 이제 무대에 선다.


공연과 다이닝키친 콘텐츠로 개발돼 운영되는 ‘해녀의 부엌’에서 전문 배우들이 권 해녀의 일생을 각색화 해 연기하지만 공연 전반 영상에서는 권 해녀가 등장한다. 때문에 공연을 마치면 권 해녀가 직접 출연해 관객들과 토그쇼 형식으로 해녀의 삶을 직접 들여주고 있다.


권영희 해녀는 “예전에 고무 물옷이 없을 때는 한 번에 30분 작업이 고작이었고 나무 땔감을 이용해서 몸을 녹여야 했는데, 고무 물옷이 나온 이후로는 5시간 작업도 가능했다”면서 “89세까지 해녀로 일했고, 이제는 해녀의 부엌 배우로 활동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권 해녀는 일화로 물질하다가 돌고래 떼를 만나면 일반 사람들은 귀엽다고도 하지만 우리는 위험한 상황이 된다. 이럴 때 물질하던 해녀들이 모두 모여 다 같이 ‘배알루(배 아래로)~’라고 외치는데, 주문을 외면 신기하게도 (돌고래가)배 아래로 훅 지나간다고도 전했다.


또한 최근에는 자원량이 줄어 자연산 전복 등을 채취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고, 해녀들도 점차 나이를 먹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권 해녀는 “현재 제주 해녀들이 70대~80대로, 젊은이들은 다들 떠나가고 15년 후면 해녀가 완전 사라질 것 사라질 것 같다”면서 해녀가 물질할 때 부르던 해녀의 노래를 관객들에게 선사하기도 했다. “채린 건 많이 없지만 든든히 들고 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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