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 높아’ 장점 있지만
여전히 공식 집계로는 활용 힘들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총 53억원을 투입, 드디어 지난해 9월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한 출판유통 통합전산망(이하 출판전산망)이 1년 만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아예 ‘참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고 나서면서, ‘정착’에 대한 꿈은 점차 멀어지고 있다.
출판전산망은 도서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는 책 판매량을 알기 위해서는 출판사가 각 서점을 통해 정보를 따로 집계해야 했으며, 신간이 나오면 개별 서점에 자료를 각각 보내는 등 모든 유통 과정이 ‘개별적’으로 이뤄졌는데 이것을 한 사이트에서 ‘한 번에’ 확인하고 또 공유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취지였다.
실제로 일부 출판사들은 ‘편리함’을 체감하기도 한다. 출판사 우주북스 박현민 대표는 “사용하면서 가장 유용하다 체감한 것은, 출간 예정도서 등록시 각 서점으로 해당 데이터가 전송되는 점인데, 예전에는 각 서점 담당자에게 직접 데이터를 전송하고 등록하는 절차가 있었는데 이것이 생략돼 편리하다. 이렇게 진행하면 발행되지 않은 시점에도, 예약 구매가 가능토록 연동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출판전산망의 목표인 ‘공식적인 집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아직 참여가 미비해 그나마 공개되고 있는 정보 또한 정확도가 보장되지 않는 것은 물론, 정작 가장 중요하거나 필요한 정보와 데이터는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출판유통전산망에 등록된 출판사는 2929개사인데, 국내 출판사 숫자는 7만 개가 넘는다. 등록된 도서 숫자 또한 부족하다는 지적이며, 지역 서점의 참여율 또한 저조해 “있으나 마나 한 정보들”이라는 의견이 불거지고 있다.
물론 아직은 가입을 촉구하며 데이터를 쌓아가는 단계인 것도 사실이나, 문제는 최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전산망 구축에 민간 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데다 유통망에 출판사의 신간 정보, 서점 판매 정보, 도서 재고 등이 포함되지 않고 예산 심의·집행에서도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문제를 지적하며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현재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는 자체적으로 도서 판매정보 공유시스템을 가동, 출판전산망과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영화 전산망과 비교를 하기엔 무리가 있다. 영화 산업은 일부 대기업이 유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출판계는 소규모 출판사, 서점들이 산재해 있다. 이들 모두의 데이터를 얻는 것은 힘든 상황”이라고 구조상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플랫폼이라면 적어도 출판사를 비롯한 사용자들이 들어가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전산망에 등록된 판매관리나 메타데이터관리는 이미 규모가 있는 출판사들은 자체적으로 공개 중인 상황이다. 그렇다고 전국의 서점을 연결하는 정도로 확대하지도 못한다. 가입은 해도 쓸모가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작가들을 위한 시도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반쪽짜리’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이상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작가들은 통합전산망에서 직접 판매 부수를 확인할 수 없다. 관련 정보가 출판사에만 공개돼 있어 출판사의 허락이 있어야만 이것을 알 수가 있다는 것. 여전히 작가들은 출판사의 정보 제공에만 기대야 하는 실정인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작가들은 출판전산망을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린이청소년책 작가연대 유영소 저작권위원장은 “출판전산망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조차 없다. 작가들은 확인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출판사의 허락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애초에 허락을 의무화하는 등의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정부에서 이러한 것들을 하겠다고 해서 관심 있게 지켜봤으나, 현재는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중립성을 위해 정부 주도하는 것이 옳다고는 생각하지만 ‘내 책이 얼마나 팔렸나’라는 당연한 정보를 확인하는데 접근도가 높은 것은 분명 문제다. 빠른 시일 내에 개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출판전산망의 본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 간의 의견 차이를 줄여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전산망의 목적 자체에는 다수의 출판인들이 동의를 하는 만큼, 대화 등을 통해 입장 차이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대표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대외적으로 위원회 탈퇴 선언을 했을 때 출판진흥원에서도 대외적으로 적극 해명하고 설명을 했어야 했다고 본다”면서 “통전망 사업은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출판유통 정보화와 판매 통계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속도나 내용에 있어서 출판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다면 이것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정보 공유, 공조가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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