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들 즐기면 우리는 잘 찍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PD나 작가는 현장에서 툭툭 던져주면서 방향 유도하는 역할.”
“‘노포맨’·‘이왜맛’ 시즌2로 시청자들 만나고파.”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전강환 PD는 IHQ의 ‘바바요’ 콘텐츠 ‘노포맨’을 통해 OTT 시청자들을 처음 만났었다. ‘포기를 모르는 남자’ 이상준이 시청자를 대신해, 궁금하지만 함부로 도전하기 힘든 일들에 도전하는 프로그램. 이상준은 ‘하루에 10kg 빼기’, ‘1만 칼로리 먹기 도전’, ‘술 냄새만 맡고 취할 수 있을까’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었다.
현재 공개 중인 ‘이왜맛’ 또한 ‘노포맨’에서 시작됐다. 이상준이 세계 최악의 악취 음식으로 알려진 스웨덴의 삭힌 청어 통조림 수르스트뢰밍 먹기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는 가운데, 승우아빠가 이를 훌륭하게 요리해내며 이상준의 도전을 돕는 모습을 보며 ‘콘텐츠로 진화시켜도 괜찮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에 현재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요리 레시피를 전달 중인 유튜버 승우아빠를 설득해 이색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이왜맛’을 론칭하게 된 것. 식용곤충, 양머리, 취두부 등을 맛있는 음식으로 재탄생시키는 어려운 도전들을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제대로 유발하고 있다. 전 PD의 아이디어에 승우아빠의 흔쾌한 승낙이 있었기에 가능한 재미였다.
“사실 게스트로는 출연을 해주셨지만, 고정 프로그램에도 출연을 해주실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센 재료가 있겠습니까’라며 안심을 시키기도, ‘나약한 재료들이지만 열심히 연구해서 맛있게 만들면 되지 않겠냐’고 도전 정신을 자극하기도 하면서 설득했다. 사실 홀로 유튜브 콘텐츠를 하면서는 이러한 것들을 하긴 어려울 것이다 홀로 기획하고, 또 준비를 다해야 하면 얼마나 힘들겠나. 판을 깔아주지 않는 이상 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래서 그런지 좋아해 주셨다.”
여기에 승우아빠가 해준 요리를 ‘먹는’ 역할을 담당하는 랄랄이 합세해 독특한 케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각종 독특한 재료들을 활용한 요리들이 ‘과연 어떤 맛일지’,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랄랄 특유의 솔직한 반응을 통해 시원하게 해소되기도 한다. 여기에 승우아빠와 티격태격하며 만들어내는 웃음까지. 랄랄이 불어넣는 활기 또한 ‘이왜맛’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랄랄에게는 와서 먹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씀드렸었다. 솔직한 반응이 보고 싶었다. 실제로 먹고 난 뒤에 ‘네가 먹으라’라며 욕설을 섞어 시원하게 반응을 해주신다. ‘어화둥둥’하며 끌고 가는 역할을 원하기도 했다. 솔직한 표현을 하는 나이 많은 조카. 그런 사람이 필요했다. 내가 섞여서 티키타카를 하기도 한다. 큰 형이 한 명 있고, 또 작은 형이 있고, 막내 딸이 있는 거다. 괴롭히기도 하면서 티격태격하는 가족 같은 케미가 보이길 원했는데, 시청자들은 어떻게 봐주시고 계실지 모르겠다.”
랄랄의 솔직한 반응과 승우아빠의 자연스러운 리액션 등 ‘이왜맛’의 리얼한 재미는 전 PD의 연출 소신과도 무관하지 않다. 전 PD는 잘 짜인 대본으로 정제된 재미를 선사하는 예능이 아닌, 상황을 열어두고 출연자들이 자연스럽게 재미를 만들어내는 ‘리얼함’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러한 ‘자연스러움’을 위해선 제작진들의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출연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또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르기에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촬영 진행이 힘든 어려운 상황에 직면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알 수 없는 재미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출연자들을 놓아두고, 그들이 즐기면 우리는 잘 찍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PD나 작가는 현장에서 툭툭 던져주면서 방향을 유도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승우아빠, 랄랄 둘이서 놀면 그게 재밌는 것이라고 여긴다. 게임을 시킨다거나, 미션을 준다거나 이런 걸 좋아하진 않는다. 분량을 생각하면 그런 것이 필요할 수 있으나, ‘그렇게 하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먹거리 X파일’, ‘비디오스타’ 등 TV 프로그램을 주로 맡아오다 바바요 콘텐츠를 통해 첫 OTT를 접하게 됐지만, 이 변화 역시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중이다. 특히 채널 ‘눈깔 스튜디오’를 통해 OTT·유튜브 동시 공개 중인 ‘이왜맛’의 경우엔, 양쪽의 시청층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분석하며 정적 선을 찾아가며 변화 중이다.
“나는 나름대로 눈이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유튜브 콘텐츠들을 보면 정말 빠르더라. 자막을 다 읽기 전에 넘어가기도 하고.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음악이나 이미지 활용도 유튜브보다는 OTT가 더 제한적이고. 드립의 한계도 명확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유튜브만을 쫓아갈 수는 없다. 지금처럼 TV, OTT를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왜맛’의 자막을 보면 조금 정제돼 있는 부분도 있는데, 이런 걸 유지하려고 한다. 요즘에는 적정선을 찾고, 또 지키는 게 제일 큰 업무인 것 같다.”
‘이왜맛’은 물론, 앞서 선보였던 ‘노포맨’까지. 새 시즌을 통해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새 플랫폼에서 쌓은 경험치를 활용, 이전 시즌에서의 부족함을 채워 더욱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이고 싶다는 전 PD였다.
“‘노포맨’은 유튜브 색깔을 덧입혀 새 시즌으로 선보이고 싶다. 사실 지금 시즌2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는데, 처음 노하우가 없이 시작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다. ‘이왜맛’의 경우엔 시즌2를 하게 되면 시청자들에게 음식을 직접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봐도 좋을 것 같다. ‘맛있는 만큼’ 지불한 비용으로 기부를 하기도 하고. 그런 방식들을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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