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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文 조사 정치탄압 아닌 이유 '세 가지'


입력 2022.10.05 00:30 수정 2022.10.04 23:58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與 "文, 왜 그렇게 발끈하나 의아하다"

거부 사례 있었지만, 적개심 표출 처음

감사원도 "조사 기본 원칙일 뿐" 강조

'정치탄압' 프레임 위한 野 의도 의심

4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의원들이 '윤석열 정권의 외교참사·정치탄압 규탄'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4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의원들이 '윤석열 정권의 외교참사·정치탄압 규탄'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 서면 조사를 보낸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정치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지율 하락 등 위기에 처한 윤석열 정부가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전방위 사정에 나선 것이라는 게 요지다. 국정감사 첫날인 1일 상임위 곳곳에서는 이 같은 논쟁으로 여야가 힘 싸움을 벌이거나 파행 운영이 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이날 공식 브리핑을 통해 "법치주의 국가에서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이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었던 전직 대통령께 실체적 진실을 묻는 것"이라며 "떳떳하다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감사원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전반적인 조사를 마친 상황에서 상급자에 대한 '서면 조사'를 진행한 것은 "감사원 조사의 기본 원칙"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해 감사원이 서면조사를 했던 전례가 적지 않은데 "무례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하게 반발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전직 대통령 중에는 서면조사에 응하거나, 거부한 사례는 있었지만 감사원을 '정권의 하수인' 취급하며 적개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를 주재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권을 가질 수 없고 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는데, 오히려 당황스럽게 무례하다고 화를 낸다"며 "문제가 없으면 없는 대로 말씀을 하시고 답변하면 될 텐데 왜 저렇게 과민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왜 무례하다고 생각하는지, 왜 조사를 받지 않으려 하는 것인지 입장이라도 밝혀야 할 텐데 정중하게 묻고 싶다"고도 했다.


"무례하다"는 文 입장과 함께 野 선제 공개
'서면 조사' 고리로 친명·친문 결집 움직임
감사원장 등 대부분 고위 인사 文이 임명


이에 당내에서는 민주당이 '정치탄압'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감사원의 서면조사를 의도적으로 과도하게 쟁점화 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심도 나온다. 실제 서면조사 사실은 감사원이나 국민의힘이 밝힌 것이 아니라 "무례하다"는 문 전 대통령의 메시지와 함께 민주당 인사들이 먼저 언론에 공개했다. 만약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기획사정이었다면 이런 식으로는 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정치 공학적 측면에서도 국민의힘에 이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는 친문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우려하며 최근 당의 행보에 회의감을 갖는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방송인 김어준 씨 조차 '이재명 말고 제2의 인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탄압' 프레임이 만들어지면서, 친문 인사들과 이 대표의 접점이 커지는 것은 민주당에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가 큰 그림 속에서 감사원을 움직여 기획사정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기구로서 법률상·형식상 대통령의 지시를 받지 않는 위치에 있다. 무엇보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던 인사로 실질적인 영향력이 미친다고 보기도 힘들다. 이날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난 윤 대통령은 "감사원은 헌법기관이고 대통령실과 독립적"이라며 '정권 차원의 사정'이라는 야권의 주장을 한 마디로 일축했다.


국민의힘은 "최재해 감사원장을 포함하여 감사위원 상당수는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다. 또 어떤 이유로 감사원을 흔드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감사를 막기 위해 감사원을 공격했던 민주당의 과거에 비춰봤을 때 모종의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나아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최 원장은 문 전 대통령이 임기 말 임명을 강행했던 인사"라며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도 가결시켰는데 민주당이 알아서 해보시라. 우리는 막을 힘이 없다"고 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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