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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현대차·LG…'3高 위기' 돌파 전략은?


입력 2022.10.04 10:59 수정 2022.10.04 11:0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이자 부담에 환율 오르고 건설‧물류비 올라 국내외 투자 위축

미래 성장‧시장 리더십 확보 위해서는 속도 조절하더라도 '직진'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LG트윈타워, SK서린빌딩.ⓒ각사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LG트윈타워, SK서린빌딩.ⓒ각사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가 심화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경영환경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어려운 시기에는 ‘복지부동’이 최선이라지만, 글로벌 시장 환경과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경영전략 역시 멈출 수 없는 일이라 셈법이 복잡해졌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3고 위기에 대응해 투자계획을 일부 재조정하면서도 주력 사업의 경쟁력 유지와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등 경영전략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계획 조정 움직임은 일찍이 감지됐다. 지난 5월 주요 대기업들의 투자계획 발표가 잇따르며 도합 1000조원 이상의 금액이 거론됐지만, 하반기 들어 3고 위기론이 대두되며 상황이 급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7월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이자가 계속 올라가는 만큼 전략·전술적인 형태로 투자를 지연하는 정도쯤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료 부문이 너무 많이 올라 원래 투자대로 그대로 밀기에는 계획에 잘 안 맞는다”고 말했다.


실제, SK그룹의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하며 숨 고르기에 나섰다. 당초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43만3000여㎡ 부지에 약 4조3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M17)을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이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논의 끝에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3600억원 규모의 상압증류공정(CDU)·감압증류공정(VDU) 설비 신규투자를 중단키로 했고. 한화솔루션도 1600억원 규모의 질산유도품(DNT) 생산공장 설립계획을 백지화했다. 모두 원자재가 급등과 환율상승에 따른 투자 조정이다.


해외 투자 역시 제동이 걸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1조7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단독공장을 짓기로 한 투자계획을 현지 인플레이션에 따른 건설, 물류비 급등을 이유로 재검토에 들어갔다.


같은 이유로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투자 속도를 늦출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하지만 급변하는 산업 패러다임 속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마냥 움츠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상태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서의 대만 TSMC와의 격차, 그리고 아직 걸음마 단계인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의 미약함을 고려한다면, 힘들다고 쉬어 갈 상황이 아니다.


조만간 대형 M&A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일 방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회동에서 영국 팹리스 업체 ARM 지분 거래를 비롯한 투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경쟁당국 규제 등으로 ARM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삼성이 어떤 식으로든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M&A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과 재계에서의 위상을 고려하면 투자와 채용을 크게 줄이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은 국내 5대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사원 정기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5년 간 총 8만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SK그룹 역시 공격적 투자를 통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그룹을 키워온 최태원 회장의 경영 스타일로 볼 때 다소의 속도 조절이 있더라도 투자계획 자체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달 21일 미국 워싱턴 D.C. SK 지사에서 열린 ‘SK Night(SK의 밤)’ 행사에서 “국내 투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이라며 “첨단패키징 등 우리가 가지지 못한 기술들에 투자해 내재화하고 이를 국내 투자로 이어가는 선순환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SK가 발표한 257조원 규모의 투자 중 70% 달하는 179조원이 국내 투자임을 언급하면서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시기에는 개인도 기업도 생존을 위한 변신이 필요하다”면서 SK가 국가 성장동력인 BBC(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영역에서 국내외 투자를 활발히 이어갈 것임을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동화, 자율주행화 등 가장 큰 산업 패러다임 변화 시기에 놓인 자동차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사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전기차 뿐 아니라 PBV(목적기반모빌리티)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 분야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당면 과제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대미 사업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전기차공장 조기 완공 등 대미 투자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그룹도 LG에너지솔루션이 가진 배터리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를 늦출 수 없는 형편이다. 특히 미국 IRA 영향권에서 배터리 업체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감안, 잠정 보류했던 미국 배터리공장 투자를 재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달 29일 사장단 워크샵에서 경영환경 악화에 휘둘리지 말고 ‘고객’의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경영 환경이 어려울 때일수록 그 환경에 이끌려 가서는 안 된다”며 “주도적이고 능동적 자세로 다가올 미래 모습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구 회장은 “미래준비는 첫째도, 둘째도 철저히 미래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미래고객이 누구이고, 정말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에 대해 우리는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지, 수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것이 미래준비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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