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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은 부산行 준비단, 발령 직원 집단 보이콧


입력 2022.09.30 14:35 수정 2022.09.30 14:35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10명 중 8명 반대…육아휴직에 삭발까지

16년차 직원 집단반발…업무공백 우려도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산업은행 지방이전에 반대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산업은행 지방이전에 반대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KDB산업은행의 본점 부산행(行)을 위한 내부 조직인 이전준비단이 출범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인사 발령을 받은 상근 직원들 대다수가 집단 거부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자리를 옮기란 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들을 향한 내부 비난 여론까지 일면서 2차 피해까지 염려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애당초 부산 이전 강행에 반발해 온 노동조합까지 공식 대응을 예고하면서 산은 내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양상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산은 이전준비단으로 발령받은 상근 직원 10명 중 8명이 노동조합에 인사 발령에 대한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발령 후 육아휴직을 내고 삭발까지 하며 반대 의지를 강하게 타진한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료들로부터의 비난은 이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회사 익명게시판인 블라인드에서는 이전준비단으로 발령난 10명을 두고 을사오적에 빗대 '임인10적'이라고 비난하며, 인사를 거부하라는 의견들이 빗발치고 있다.


이전준비단을 둘러싼 인사 소식에 혼란은 산은 조직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노조와 직원들 중 300~400명은 매일 아침 이전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서며 적극적인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날 아침 시위에서도 갑작스런 이전준비단 설립과 인사발령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2007년 입행한 85명 직원들은 반대 입장문을 내고 "16년차에 접어든 우리는 더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우리 동기는 산은 지방 이전을 반대하고 이전을 명분으로 한 어떤 회유와 압박도 거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실적인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각 부서에서 실무 책임자인 팀장급 이상이 차출되면서다. 한 산은 직원은 "팀장이 차출되면서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가 중단되게 생겼다"고 했다.


산은 노조 측은 이전준비단 인사 발령에 대한 공식 대응을 준비 중이다. 인사 발령 과정에서 강압적인 부분이 있었는지 등을 살피고 있으며, 문제가 되면 인권위 제소까지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기습 인사발령으로 기존 업무는 공백이 생겼고 조직문화는 와해 직전"이라며 "무분별한 인사권 남용으로 개인과 조직을 파탄낸 경영진과 회장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산업은행 지방이전에 반대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산업은행 지방이전에 반대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산은 측에서는 부랴부랴 사태 진화에 나섰다. 산은 인사부는 "이전준비단 발령 직원에 대해 사전에 이동 의사를 타진하거나 회유하지 않았다"며 "이동직원은 준비단 설립 취지에 맞춰 유관 업무경력, 직급 등을 우선 고려해 선정 후 임용됐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사내에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를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입을 막으려 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공지문에 "동의 없는 개인정보 유출과 협박성 발언은 행위자가 밝혀질 경우 엄정히 대처할 예정이니 직원들은 취업규정에 따라 품행과 언행에 조심해 상호간 예절을 존중해달라"는 문구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산은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다. 최근 윤 대통령이 부산 이전에 대해 추진 의지를 밝히고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연달아 이전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금융위원회와 산은도 계획서를 만들고 내부 전담조직을 꾸리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산은은 이른면 내주 최대현 수석부행장을 단장으로 하는 이전준비단을 출범할 예정이다. 이전준비단은 ▲산은 이전 계획 수립·추진 ▲동남권 영업강화 ▲대내외 소통창구 역할 수행 등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산은은 지난 28일 이전준비단으로 상근직원 10명을 인사 발령냈다. 아울러 종합기획부와 영업기획부, 홍보실 등 12개 유관 부서에서 1~2명씩 총 40명의 비상근 직원도 차출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산은 노조와 직원들은 ▲네트워크 효과 및 경쟁력 약화 ▲정책지원 규모 축소 ▲업무 비효율 ▲인력 유출 등 이유를 들어 부산 이전을 반대해왔다. 이들은 이같은 이전 추진 과정이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를 어기는 위법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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