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영화 생존일기③] “자연스럽게 소비되길”…사랑받고 싶은 ‘빨간 딱지’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9.12 08:07  수정 2022.09.10 01:39

김영희, 성인영화 감독 도전

비플릭스, 성인관 운영

"성인 영화 문제점 수십년 반복 중"


2020년 개그우먼 김영희가 에로 영화 '기생춘'으로 성인 영화 감독으로 데뷔해 화제가 됐었다. 김영희는 "성인 영화 연출을 꼭 해보고 싶었다. 개그우먼이라 재미를 버리고 갈 수 없지만, 제가 임하는 태도는 호기심과 장난이 아니란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저는 에로물을 조금 더 자유롭게 즐기는 분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접근했다"라고 진지하게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김영희의 감독 도전으로, '기생춘'과 더불어 에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반짝 높아졌었다. 주연 배우 민도윤 역시 이 작품으로 제작발표회, 언론시사회 등의 프로모션과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더 많이 알렸다.


'기생춘'은 김영희라는 개그우먼의 첫 감독 데뷔작, 여성 감독의 성인 영화라는 타이틀만으로 새로웠다. 김영희는 '풍만대'라는 부캐릭터 이름으로 향후에도 계속 성인영화를 연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리고 실제로 두 편의 작품을 더 내놓았다.


이후 OTT 플랫폼 비플릭스가 김영희의 차기작 영화에 투자했다. 비플릭스는 김영희가 만든 동네 여동생과의 사랑을 그린 다이내믹 로코 에로 '특이점이 온 사랑'과 무당을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는 샤머니즘 에로 코믹 '무릎팍 보살: 성교부적삼행'을 지난 3월 독점 공개했다.


성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소비되길 원했던 김영희와'성인들을 위한 OTT'라는 비플릭스의 콘셉트가 맞아들어갔다. 김영희는 성인 영화 제작이 어려운 시장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었고, 비플릭스는 성인 영화 오리지널을 확보했다.


비플릭스는 김영희의 작품을 독점 공개하면서 한층 인지도가 높아졌다. 현재 비플릭스는 성인들만 이용할 수 있는 성인관 카테고리를 만들어 성인영화 수급에 노력 중이다. 현재 2000편 이상의 VOD를 서비스하고 있다.


접속해 본 이 카테고리에는 에로 영화 신작과, TOP10, 이달의 배우, 시청 시간 최고 인기작, 다시 보고 싶은 인기작, 감독판 등 구독자 편의에 맞게 분류되고 있었다. 성인 배우가 직접 비하인드 스토리와 전하는 리뷰도 제공한다 하지만 비플릭스 관계자는 서비스 규모가 여전히 미진한 수준이라며 향후 플랫폼 전략과 성과에 대해서 대답하는 걸 보류했다.


20년째 성인 영화 업계에 몸담고 있는 레이디버그 필름 이정엽 대표는 성인영화 제작 편수가 늘어나고 새로운 도전들이 시도되고 있어도, 여전히 업계는 힘든 시장이라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성인영화 업계의 문제점은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성인물을 좋지 않게 생각하니 양지로 가지 못한다. 제작을 해서 공간을 일으키는 공간이 극장이 아닌 통신사 플랫폼 위주다 보니 확산이 한정돼 있다. 성인영화를 활성화시키자고 해서 대놓고 홍보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좋아지려야 좋아질 수 없는 시장"이라고 털어놨다.


이 대표는 "지금보다 덜 개방적이었던 과거가 차라리 나았다. 그때가 성인영화에 대한 인식이 좋았다. 정윤희는 '애마부인'에 나와서 탑배우가 됐고 이대근이 영화 '뽕', '변강쇠'에 나왔다고 해서 손가락질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제가 성인영화 산업에 선봉장에 서거나 선구자 역할을 하는 건 아니지만, 에로영화도 하나의 분야니 인정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지금까지 일을 해오고 있다"라면서 "OTT나 다른 플랫폼에서 성인영화가 나온다 하더라도 저희 쪽과는 결이 달라 사실 비교가 안된다. 그쪽이 잘 되니 우리 업계가 안된다고 말할 수 없다. 넷플릭스나 OTT 업체들이 국내 성인 영화에도 눈을 떠서 더 나은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투자 혹은 제작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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