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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여성 인권 다루자 ‘페미’ 논란?…인기 드라마도 못 피한 ‘엉뚱한’ 낙인


입력 2022.08.15 15:30 수정 2022.08.15 08:34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페미니즘·박원순 전 서울시장 모티브 논란

제작진 “지나친 해석과 억측을 자제 부탁드린다”는 당부에도 논란 이어져

여성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를 다루자 ‘페미니즘 드라마가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는가 하면, 웹툰, 또는 소설을 추천하는 SNS 게시글에 악플이 이어졌다. 일부 안티 페미니스트들이 드라마, 영화, 연예인 등에 왜곡된 잣대를 들이대면서 부정적 낙인을 찍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일 방송된 ENA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2회에서는 보험회사 미르생명이 구조조정을 하며 부부 사원 중 여성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권고, 이에 퇴직 여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 대해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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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생명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대적 생활 안정자’라는 이유로 사내 부부 중 아내를 퇴직 대상자 0순위로 선정해 사직을 유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 대상이 된 여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이었다. 대형 로펌 한바다를 상대로 한 이들은 결국 패소했지만, 그럼에도 함께 뭉쳐 여전히 행복한 그들과 오히려 고민에 빠진 한바다 변호사들의 대비되는 모습에서 변호사의 역할 또는 행복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암기 능력은 뛰어나지만, 숨은 의도나 맥락을 이해하는 것에는 어려움을 겪던 우영우가 이 해고가 왜 성차별 문제로 이어지는지 이해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여성 인권과 성차별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이렇듯 하나의 사건에 다양한 문제와 고민을 녹여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지만, 이 회차가 방송된 직후,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성차별 문제를 강조한 것에 대한 불편함을 제기하고 나섰다. 한 유명 유튜버는 커뮤니티의 의견을 인용해 이 드라마가 거의 매회 여성의 선한 면을 부각하고 남성은 악한 가해자로 그려진다며 차별적인 시선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기도 했다. 남성은 의처증 환자, 장애인을 비하하는 검사, 졸렬한 행동을 하는 변호사 등으로 묘사되는데, 여성은 차분하게 심문하는 검사,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의학적 관점으로 논리정연하게 설명하며 안타까움을 느끼는 의사로 표현이 됐다고도 말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드라마인 것은 물론, 해고된 여성들을 변론한 변호사 류재숙(이봉련 분)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주장하면서 이 드라마는 편향되고, 부적절한 사상을 가진 드라마라고 낙인찍는 움직임까지 이어지고 있다. 결국 ENA채널 측이 다수의 매체를 통해 “12회 에피소드 역시 다른 회차와 동일하게 사건집에서 발췌한 내용”이라며 “지나친 해석과 억측을 자제 부탁드린다”고 해명해야 했다.


앞서 2019년 개봉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임신한 여성, 그리고 육아하는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다루자, 일각에서는 ‘페미니즘 영화’라며 악플과 별점 테러까지 강행해 문제가 된 바 있다. 이후에도 유사한 사례들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숏컷을 했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로 찍혀 악플 세례를 받는가 하면, 앞서 주현영이 한 페미니스트 웹툰 작가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냐’라는 질문과 함께 비난을 받았었다. 여성가족부의 영상에 출연한 전효성은 물론,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많은 여성 연예인들이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여성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관련 콘텐츠를 소비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하는 것은 분명 황당한 일이다. 그러나 일부 안티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 감정을 바탕으로 마치 이것이 나쁜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상을 검증하고 부정적인 낙인을 찍는 사례들이 꾸준히 이어지자, 이것이 실제 논란처럼 둔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러한 엉뚱한 논란들이 한 차례 논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기 드라마에 찬물을 끼얹고, 작품의 메시지까지 왜곡하는 등 작품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 제작진이 나서 직접 해명을 하곤 하지만, 드라마에 찍힌 부정적인 낙인이 사라지기엔 역부족이다.


의견 표출을 넘어 악플까지 쏟아내면서 이 같은 공격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작품, 연예인들이 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심각한 악플에 법적인 대응을 하는 것 외에는, 억울한 논란에도 해명으로만 대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결국에는 이를 수용하는 대중들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일부 ‘안티’들의 주장과 해석이 아닌, 실제 작품의 메시지와 그 본질을 들여다보려는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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