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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팔 꺾은 추태


입력 2022.07.23 07:07 수정 2022.07.23 06:19        데스크 (desk@dailian.co.kr)

뷔의 팔을 들어올린 장성민 대통령실 정책조정기획관.ⓒ 유튜브 화면캡처 뷔의 팔을 들어올린 장성민 대통령실 정책조정기획관.ⓒ 유튜브 화면캡처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2030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나타난 일이다. 방탄소년단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홍보대사로 위촉돼서, 19일 서울 용산 하이브 사옥에서 위촉식이 열렸다. 그때 장성민 대통령실 정책조정기획관이 뷔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더니, 갑자기 정면을 바라보며 뷔의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뷔는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손이 아픈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옆에 있는 사람이 어떤 상황이건 아랑곳하지 않고 장성민 기획관은 정면만 바라보며 손을 들어 올렸고, 포즈를 취한 뒤엔 별일 없었다는 듯이 웃음을 띠며 뷔의 어깨를 툭 두드리고는 자리를 떠났다.


어떻게 상대방이 당황하고,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기색인데도 태연하게 손을 들어 올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타인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이나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만 있었어도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심지어 마스크도 쓰지 않았다.


타인에 대한 존중이나 공감보다는 오로지 자신이 사진 찍히는 것에만 몰두하는 듯한 모습이고,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해 타인은 도구로만 여기는 것 같은 구도가 됐다.


상대가 누가 됐든 이런 행동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상대가 방탄소년단이라는 점이 특히 놀랍다. 방탄소년단은 현재 한국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의 스타다. 대중문화계에서 이 정도 위상에 있는 사람이라도 장성민 기획관에겐 자신을 부각시킬 수단 정도로만 여겨진단 말인가?


만약 상대가 강자였어도 불시에 악수를 청하다가 갑자기 손을 번쩍 들어 올렸을까? 그리고 상대가 불편해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볼일만 보고 자리를 떴을까? 예를 들어 상대가 미국 대통령이었어도 똑같이 행동했을까? 미국 대통령이라면 조심스럽게 대하면서 예우했을 가능성이 높다. 무심코 어떤 행동을 했어도 상대의 기색을 살피면서 혹시 불편해하는지 계속 신경 썼을 것이다.


강자에겐 이렇게 할 가능성이 높은데 방탄소년단에겐 불쑥 악수를 청했다가 손을 번쩍 들어올리고, 불편해하는 것처럼 보이든 말든 신경도 안 썼다는 건 방탄소년단을 우습게 봤기 때문이라는 의심이 든다. 앞에서 언급했듯 누구도 무시해선 안 되는데, 그 무시의 대상이 방탄소년단이라는 것이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다.


방탄소년단이 대중연예인 중에 최고 거물 중의 한 팀인데, 그들을 이렇게 무시한다면 평소 대중문화계를 어떻게 생각했단 말인가? 만약 정치권 거물이었다면? 정치권에서 방탄소년단 위상이라면 국가원수나 최고위층 지도자들일 텐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그런 정치권 거물들에겐 이럴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대중문화계를 우습게 봤던 구시대적 인식이 정치권 일각에 남아 있다가 이번 악수 사건으로 드러난 것이 아닐까? 과거 권력자들은 연예인을 동원과 이용의 대상 정도로 낮게 바라봤고, 그 당시에 연예인을 비하했던 말이 딴따라였다. 하지만 이젠 우리 사회 시민의식이 성장해서 모두가 권력자와 마찬가지로 존중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고, 한류로 인해 연예인의 위상도 급상승했다.


그래서 이젠 한동안 금기어였던 딴따라라는 말을 연예인들 스스로 쓸 정도가 됐다. 고 송해가 생전에 스스로를 딴따라라고 자임했었다. 연예인들이 천시 받았던 분위기가 남아있을 땐 딴따라라는 말에 연예인들이 모욕감을 느꼈지만, 그런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연예인들의 직업적 자부심이 커지자 딴따라라는 말도 당당하게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정도로 세상이 변했는데 이번에 장성민 기획관이 보여준 모습은 놀랍도록 구시대적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21세기에 벌어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사람 누구에게라도 이렇게 무례해선 안 된다.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에 팬이 있는데, 그들도 이번 영상을 보면서 한국 정치인의 행태를 확인했을 것이다. 나라망신이다.


ⓒ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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