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해운 운임…선사 실적 잔치, 올해가 끝?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2.07.12 13:19  수정 2022.07.12 13:19

해운 운임 올초 고점 이후 하락세…美·유럽 소비 감소 영향

수요 둔화 반면 선박 공급 몰리며 운임 급락 우려 제기

"선사간 공급 조절 및 고운임으로 이익 감소 제한적" 전망도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그단스크(Gdansk)’호가 독일 함부르크항에서 하역 작업을 마치고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자료사진)ⓒHMM

지난해 가파르게 상승한 해운 운임이 올해 초 고점을 찍은 뒤 뚜렷이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미국·유럽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지난해 몰린 컨테이너선 발주 물량이 쏟아져 나오게 되면 운임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운임이 떨어지더라도 2008년 당시 극심했던 출혈경쟁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FCI)는 이달 둘째주 기준 4143.87로 6월부터 4주 연속 하락했다. 올해 1월 둘째주 5109.6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SFCI는 반년이 지난 현재 4000 초반대로 급락했다.


미서안항로 운임은 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당 7116 달러로 올해 초 7994 달러와 비교해 11.0% 떨어졌고 미동안항로 역시 FEU(4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당 9602 달러로 미끄러지며 19.0% 하락했다.


2020년 하반기 이후 내려올 줄 모르고 치솟았던 해운 운임이 올해를 기점으로 하락세로 전환된 것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유럽·미국 소비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실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6%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치솟는 물가에 7월과 9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혀 수요 위축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으로 소비가 감소하는 추세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6월 신규 주문 지수는 49로 전월 보다 5.9p 떨어졌다.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경기 위축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HMM 등 원양 컨테이너선사들의 주 무대인 미주와 유럽 소비 둔화가 이 같은 운임 하락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로 가처분 소득(가계의 수입 중 소비와 저축 등으로 소비할 수 있는 소득)이 감소하면서 수요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면서 "선사 입장에서는 예전 만큼의 물량을 싣지 못하게 되면서 운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체선, 코로나 보복소비가 현재의 고운임 시장을 만든 주 요인"이라며 "최근 미국 등을 중심으로 소매 재고 증가, 신규 주문 감소 등 수요 둔화 신호가 나타나면서 하반기 미주·유럽 운임을 받춰주지 못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체선은 입항 즉시 접안하지 못하고 12시간 이상 대기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컨테이너선 수요 및 공급 추이ⓒ한국해양진흥공사

뚜렷한 수요 감소에 올해 글로벌 물동량은 지난해 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은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이 지난해 6.3%에서 올해에는 0.7%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주노선과 유럽노선은 올해 물동량이 2350만TEU, 1650만TEU에 그치며 전년과 비교해 각각 1.3%, 3.4% 감소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컨테이너선 발주 물량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유입되면 공급과잉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가 남아돌면서 선사간 운임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컨테이너선 발주잔량은 현재 660만TEU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과 노후선박 교체발주가 맞물리면서 지난해에만 580척의 선박 발주가 나왔고, 올해에는 133척이 새롭게 추가됐다.


올해 인도 예정 선박은 90만TEU이나 내년에는 230만TEU가 쏟아져 나올 예정이어서 공급과잉 사태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08년 당시 컨테이너선 선복 과다로 인한 선사간 출혈경쟁으로 운임이 급락하면서 발주가 줄줄이 취소된 바 있다. 물동량이 제한적었던 반면 무리한 발주로 공급량은 남아돌았기 때문이다. 재무구조가 부실했던 선사들은 끝내 살아남지 못하고 줄도산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HMM을 비롯한 글로벌 선사들은 올해를 고점으로 실적이 고꾸라지는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얼라이언스(해운동맹)를 구성하는 메이저 선사 뿐 아니라 일본, 중국, 동남아를 주로 오가는 인트라아시아 선사까지 대형선 발주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으로, 이 같은 우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운임이 떨어지더라도 2008년처럼 드라마틱한 하락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달 연속 운임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4000대(SCFI)의 고운임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출혈경쟁이 극심했던 2008년, 2017년 당시의 학습효과로 글로벌 선사들이 공급 조절에 기민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실제 한진해운이 파산했던 2017년 당시 연평균 SCFI는 827로, 현재 운임과 비교하더라도 해운사들의 위기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글로벌 선사들이 화주들과 주로 연간 단위로 장기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운임 하락 영향을 받더라도 내년부터나 가시화될 것으로 진단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각 선사들의 실적은 화주와 맺은 장기계약 비중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며 "운임 하락 기조가 지속된다고 가정한다면, 해운사들의 실적은 올해를 고점으로 내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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