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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TO : ] ‘땅이 선사한 초록 선물’ 자연의 딸, 정소이 채소 소믈리에


입력 2022.07.07 17:35 수정 2022.07.07 18:10        송혜림 기자 (shl@dailian.co.kr)


2018년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개봉됐을 당시 국내는 ‘자연주의’ 열풍이 일었다.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엔 농사, 채식, 시골 등 힐링을 공유하는 피드들이 실시간으로 업로드됐다. 시골과 동 떨어져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보여 준다. 도심 속에서도 자연이 주는 힐링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직업은 없을까. 이에 정 소이(27) 채소 소믈리에는 “자연이 선물한 직업이 있다면 제 직업이 아닐까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채소 소믈리에는 과일·채소(과채)에 대한 본연의 가치를 알리고 채소와 과일의 선정, 유통 및 보관 방법을 대중과 공유하는 직업이다. 이들은 식당에서 직접 키운 과채로 요리법을 개발하거나 방송에 나와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한다. 아동들이나 일반 대중들에게 건강 식단 레시피를 공유하기도 한다. 한국 채소 소믈리에 협회에서 주관하는 자격증은 1급과 2급으로 나뉘며, 주니어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 과정을 통과한 뒤 채소 소믈리에 전문가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정소이 씨 ⓒ 데일리안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정소이 씨 ⓒ 데일리안

“기자님, 이건 로즈메리고 저건 허브예요. 향 맡아 보세요.”


지난달 27일 인천 소재 키즈쿠킹센터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정 씨는 그녀 만의 밝은 에너지로 가득했다. 정 씨가 건넨 잎사귀 몇 장에 인터뷰 현장은 싱그러운 여름 내음으로 채워졌다. 말투와 태도에서 느껴지는 당당함에서 자연을 사랑하는 힘이 느껴졌다.


-“자연에서 뛰어 놀던 건강 소녀”•••그녀가 채소 소믈리에가 되기까지


채소 소믈리에는 2001년 일본에서 시작됐다. ‘와인 소믈리에’에서 명칭을 따 온 채소 소믈리에의 정식 명칭은 ‘채소&과일 마이스터’다. 현지 일본인들의 과채 섭취가 줄자 과채에 대한 상식을 알리기 위해 ‘채소&과일 마이스터 협회’를 만든 것이 계기였다. 현재까지 3만 여명이 넘는 소믈리에들이 일본 전역에서 활동 중이다. 이들은 식품 연구원 등으로 종사하며 과채의 품종이나 재배과정, 레시피 등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18년도 기준 전문가 자격증까지 취득한 30여 명의 채소 소믈리에들이 국내에서 종사 중이다.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채소 소믈리에는 직업 연관성이 큰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 부업으로 손 꼽히기도 한다. 정 씨는 “채소류 자격증이라고 해서 전문 분야의 사람들만 취득을 하는 건 아니다. 회사를 퇴직한 뒤 건강한 식습관에 관심을 들이신 60•70대 어르신들은 물론 초등학생들도 수업을 들으러 온다”고 말했다.


정 씨는 채소 소믈리에가 된 영향에는 자라온 환경이 컸다고 말했다. 그녀는 “고등학생 때부터 가족들이 농장을 운영했다. 외할머니도 농사를 업으로 삼으셨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연에서 뛰어 놀고 흙에서 뒹구는 걸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농업에 관심이 생긴 그녀는 상경 이 후 홍성란 푸드란 쿠킹 클래스 대표를 만났다. 홍 대표를 통해 채소 소믈리에라는 직업을 알게 된 정 씨는 학교 졸업 직후 한국 채소 소믈리에 협회에서 근무하며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다.


정 씨는 채소의 가치와 활용법을 알리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개인 SNS에서도 제철 과채들을 소개하거나 건강 레시피들을 선보이며 직접 만든 음식 사진을 함께 게시하고 있다. 정 씨는 “주변에 채소를 심심하게 드시는 분들이 많다. 자주 먹는 채소라도 특별한 요리를 할 수 있고, 특별한 채소라도 익숙한 음식들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뭄으로 금 값된 채소들’ 정 소믈리에의 200% 활용법은?


채소 가격이 ‘금값’이 됐다. 올해 봄철 가뭄으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감자와 양파 등 농산물 가격이 크게 뛰었다. 7월 장마철을 맞아 채소가 시들거나 상하면 상품 가치가 떨어져 채소 가격은 더욱 요동치리라 전망된다. 이에 정 씨는 ‘채소를 많이 사 놓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 “빨리 상할 수 있는 식재료 최소 2가지와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채소 1가지를 구입한 뒤 최대한 활용해 채소 요리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면서 “요리하고 남는 자투리 채소는 잘게 잘라서 조금씩 냉동을 해 놓는 게 좋다. 더운 여름철엔 자투리 채소를 물이나 우유, 코코넛 워터에 같이 갈아서 스무디로 마시면 좋다”고 덧붙였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정소이 씨 ⓒ 데일리안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정소이 씨 ⓒ 데일리안

한편 한국의 토종 채소종자 산업이 아직 미진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한국종자협회에 따르면 2019년 연간 채소 종자 생산량 1600t 가운데 1400t이 해외에서 생산될 정도로 해외 채종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던 때는 해외에 채종지를 둔 종자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선 해외 채종 의존도가 높은 채소들을 중심으로 국내 채종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 씨는 “실제로 주변에 한국 토종 채소가 무엇인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5~6년 전부터 한국 토종 채소와 관련해 포럼이나 수업을 꾸준히 참석하며 공부 중이다. SNS에도 토종 채소에 대한 정보를 올리며 지속적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녀는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에코 트렌드나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국내 채소 산업이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것”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채소를 사랑한다면 도전해 보세요”••• 채소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선


코로나19로 잠시 멈췄던 채소 소믈리에 2급 자격증 과정이 지난달 다시 빗장을 열었다. 정 씨는 “채소에 관심이 많거나 어떻게 활용할 지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채소 소믈리에에 도전해보는 걸 추천한다”면서 “이미 자격증을 취득하신 분들의 경우 자신의 가장 가까이에서 능력을 활용해 보는 게 좋다. 예로 자녀에게 채소 교육을 해주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과채에 대한 가치와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녀는 “지금처럼 건강 식단을 지향하는 MZ세대의 분위기나 친환경 소비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지속되면 채소 소믈리에라는 직업 전망도 계속 밝아질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데일리안 ⓒ 데일리안

송혜림 기자 (sh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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