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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주공항 터미널 이용 年 3천만명 화재 무방비 노출


입력 2022.07.06 09:25 수정 2022.07.06 10:15        박상인 기자 (si2020@dailian.co.kr)

공항공사 본사-제주본부 집안싸움에 ‘무허가’ 개항

스프링클러 미설치…무려 10개월간 화재 위험 노출

공사기일 늦어져 소방필증·사용승인 못받아

제주국제공항 전경 ⓒ뉴시스 제주국제공항 전경 ⓒ뉴시스

연간 3000만명이 오고가는 제주국제공항 터미널이 무려 10개월 간 사실상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한국공항공사 본사와 제주본부 간 스프링클러 설치비용을 떠넘기다 건축법상 사용승인을 받지 못해 발생된 일로, 지난 2019년 ‘불법 건축물’인 상태에서 터미널을 개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기관 개혁을 주문한 가운데, 다수 국민이 이용하는 시설의 안전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6일 관계부처와 공항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2016년 ‘제주국제공항 Landside 인프라 확충공사’를 추진하고 국내선 터미널 증축을 마쳤다. 증축된 부분은 2019년 11월 25일 공식 개항돼 현재까지 이용 중이다.


그러나 <데일리안> 취재결과, 공사는 2019년 11월 당시 증축된 부분을 건축법상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채로 개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국제공항 건축물 대장 중 일부, 2020년 6월 11일 건축법상 사용승인, 같은 달 16일 변동사항을 등재했다 ⓒ정부24 제주국제공항 건축물 대장 중 일부, 2020년 6월 11일 건축법상 사용승인, 같은 달 16일 변동사항을 등재했다 ⓒ정부24

개항 이후 정식 건축법상 사용승인은 이듬해인 2020년 6월 11일에서야 받게 됐다. 또, 같은 달 16일 건축물 대장에 ‘여객청사 일부 증축’에 관한 변동사항을 등재했다.


특히 실제 공항시설법상 임시 사용개시일은 2019년 8월 26일로 적법하게 사용승인을 마치고 건축물 대장에 올라간 2020년 6월 16일을 기준으로 보면 약 10개월간 여객 터미널을 불법 건축물로 사용한 셈이다.


이같이 10개월 간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해 여객 터미널을 불법 건축물로 사용하게 된 이유는 스프링클러 설치비용을 놓고 집안싸움을 했기 때문이다. 공사 본사와 제주본부 간 100억원 가량 비용문제를 서로 떠넘기다 공사가 계속 미뤄졌고 결국 공식 개항까지 건축법상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것이다.


사용승인 보다 우선돼야 할 것이 소방서가 발급하는 ‘소방필증(안전시설완비증명서)’이다. 증축·대수선 등을 진행하는 경우 증축 건물을 포함한 기존 건물도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발급이 가능하지만 공사 기일이 늦어져 이를 진행하지 못했다.


결국 공항공사 집안싸움에 한해 3000만명이 이용객이 오고가는 제주국제공항 여객 터미널을 불법으로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화재 초기진압에 반드시 필요한 스프링클러 설치가 되지 않아 건축법상 사용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자칫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10개월 이었다.


한국공항공사 전경 ⓒ데일리안DB 한국공항공사 전경 ⓒ데일리안DB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측은 “공항 인프라 확충공사는 3곳에 나눠 이루어졌다”면서 “그 중 2곳은 부분완공(2018년 6월, 2019년 7월)이 됐고 기존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 한 것은 공식 개항 이후가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가 완료된 이후 해당 부분에 소방필증을 발급해 (2020년 6월에) 건축법상 사용승인을 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소방안전본부 측은 “스프링클러 설치시 공사 가림막을 설치했다”면서 “공항 이용객들이 다녔던 곳은 부분완공이 완료 된 곳으로 이용객들이 모두 불법 건축물을 이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항변했다.


공사도 이 같은 내용에 즉각 반발하며 제주지방항공청(국토교통부)으로부터 ‘공항시설법상 준공’을 받았기 때문에 불법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공사 관계자는 “공항시설법에 따라 제주지방항공청으로부터 2019년 11월 25일 공항개발 사업 준공확인을 득했다”면서 “이후 12월 3일 공항개발 사업 준공확인이 고시된 사안으로 적법하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항공법 제104조 준공확인, 공사 당시 건축법상 사용승인이 최우선순위임을 확인할 수 있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항공법 제104조 준공확인, 공사 당시 건축법상 사용승인이 최우선순위임을 확인할 수 있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그러나 <데일리안>이 항공법과 공항시설법 등을 비교한 결과 공사의 이같은 반박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법은 2017년 3월 30일 폐지됐다. 반대로 공항시설법은 같은 날 시행됐다.


한국공항공사가 2016년 인프라 확충공사를 추진할 당시 적용법은 ‘항공법’이다. 항공법 제104조에 따라 건축법상 사용승인을 받아야만 비로소 건물이 완공된 것으로 인정됐다.


항공법이 폐지된 이후 적용된 공항시설법에서는 공항공사 주장대로 건축물에 대해서 국토교통부에서 준공확인을 받는다면 건축법상 사용승인이 필요하지 않다.


2016년 공사를 시작한 만큼 2019년 개항 당시에도 항공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공항시설법상 준공을 받아 불법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공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또한 공사 주장이 맞다고 가정하더라도 공항시설법상 준공이 완료됐다면 건축법상 사용승인을 받아야할 이유가 없지만 개항 이후 8개월 이 지난 2020년 6월 11일에 사용승인을 받은 것이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공항시설법 제 20조 준공확인, 항공법 폐지후 공항시설법에선 빨간 네모칸의 조항에 따라 현재는 준공이 완료되면 건축법상 사용승인이 필요하지 않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공항시설법 제 20조 준공확인, 항공법 폐지후 공항시설법에선 빨간 네모칸의 조항에 따라 현재는 준공이 완료되면 건축법상 사용승인이 필요하지 않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공사 측은 공항시설법상 준공 승인 날짜와 건축법상 사용승인 날짜가 다른 것에 대해선 “기존시설과 새로운 시설을 통합해서 건축법상 승인을 받아 생긴 문제”라면서 “문제가 있었다면 제주시에서 과태료 처분 등을 부과하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같은 문제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공사의 공항시설법상 준공이 완료돼 적법하게 사용됐다는 말은 결국 건축법상 사용승인을 요식절차 쯤으로 보는 행위로 밖에 볼수 없다”면서 “건축법상 사용승인이 나지 않았다면 건축물 대장에 올릴 수 없는 만큼 10개월 간 불법 건축물로 사용한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박상인 기자 (si2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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