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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그렇게 없던 일로 만들고 싶나"…박원순 2주기 추모제 '비난 봇물'


입력 2022.07.06 05:41 수정 2022.07.05 18:16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박원순과의행동, 9일~10일 2주기 추모제…'민주화 이바지' 아닌 '진상규명' 북콘서트 진행

시민들 "가족끼리도 할 수 있는 추모제, 이렇게 크게 하는 이유는 또 '피해 호소인' 만들고 싶어서?"

전문가 "박원순, 왜 극단 선택했다고 생각하나…피해자 입장·상처 무시, 피해자 중심주의 필요"

"1주기, 2주기, 5주기, 10주기 계속되면 남은 자들에 의해 좋은 것은 부풀려지고 과오만 덮혀질 것"

지난 2020년 7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서울시 지난 2020년 7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서울시

오는 9일 예정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2주기 추모식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박원순 전 시장의 성폭력을 없던 일로 만들려는 시도"라면서 박 전 시장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2차 가해를 넘어 'n차 가해'를 가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지난 달 29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박원순과의행동'은 오는 9일~10일 '시민 박원순을 기억하다'는 제목의 추모제를 연다고 밝혔다. 올해로 2주기를 맞은 박 전 시장은 비서 성폭행 사건에 대한 의혹을 남긴 상태에서 극단 선택을 했기에 추모제를 둘러싸고 비판 여론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추모식 행사 가운데 비극의 탄생 북콘서트가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 해당 행사는 박 전 시장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북콘서트다.


시민들은 가족끼리 할 수 있는 추모제를 대외 행사로 확대한 것은 성폭력 사건을 인정하지 않는 것 아니냐며 비난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며 "사망 당시 세금을 들여 장례를 치르면서 논란이 있었던 것을 알면서도 또다시 추모제를 치른다는 것은 누군가의 상처를 떠올리게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가족끼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행사를 굳이 이렇게 크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혹시 피해자를 또 다시 피해 호소인으로 만들고 진실을 뒤엎으려는 방향으로 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정모씨는 "앞으로 몇 년이고 계속 이 추모식이 계속될 것 같다"며 "2차 가해를 넘어 n차 가해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힐난했다. 그는 "150명이 참석한다는데 참석하는 인원은 성폭행 사건이 없던 일이라고 여기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모(27)씨는 "추모식을 여는 건 자유지만 굳이 널리 홍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박 전 시장이 극단 선택을 하는 과정에 있어 피해자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기 때문에 이 대목이 가장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추모식 자체를 금지할 필요는 없지만, 추모식에서 문제가 되는 발언이나 행동이 나오면 서울시에서 앞으로 추모식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지난해 5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앞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진상규명 및 책임자 징계를 위한 서울시 감사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지난해 5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앞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진상규명 및 책임자 징계를 위한 서울시 감사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전문가들 또한 피해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가해 사실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피해자 중심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제 2주기면 피해자의 회복이 충분히 되지 않았을 시점"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이 교수는 진상규명 북콘서트에 대해 "그럼 왜 극단 선택을 했다고 보느냐. 피해자의 피해를 부인하는 그 어떤 사실도 합리화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때문에 피해자 중심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박 전 시장이 민주화에 이바지한 내용을 가지고 추모하는 것이 아닌 진상규명에 관한 내용을 가지고 하는 추모는 분명한 2차 가해"라고 강조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이 사회에서 성폭력 문화가 아직도 근절되지 않는 상황에서 열리는 추모제가 어떤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지 고려가 가능한 상황임에도 추모제를 연다는 것은 그 사건에 대한 역사성을 새롭게 만들어나가려는 시도"라며 "피해를 입은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고 여전히 '박 전 시장을 가해자로 보지 않겠다'고 하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1주기, 2주기, 5주기, 10주기 남아있는 사람들에 의해 좋은 것은 부풀려지고 과오는 언제든지 덮혀질 수 있다"며 "추모라는 것이 사람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감정을 넘어서 '누명을 벗기겠다', '가해자일 리 없다'라는 역사 부인주의의 연장선 안에 있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가해 의도가 반영돼있다"고 덧붙였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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