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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마디 대사 매일 5시간 연습”…주역서 조역으로 물러난 베테랑 배우들


입력 2022.06.29 08:09 수정 2022.06.29 08:0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연극 '햄릿' 6년 만에 다시 무대로

7월 13일~8월 1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

이름조차 없는 단역의 대사가 주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원로 배우들은 조·단역으로 묵직하게 무게감을 유지하고, 젊은 배우들은 주역으로 나서 작품에 에너지를 더한다.


ⓒ신시컴퍼니 ⓒ신시컴퍼니

‘햄릿’ 팀은 28일 오후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 캠퍼스 내에 있는 연습실을 공개하고, 내달 13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햄릿’의 주요 장면 시연에 나섰다.


이 작품은 캐스팅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주요 배역을 젊은 배우들에게 맡기고 조연과 앙상블은 기라성 같은 원로 배우들이 맡았기 때문이다. “여기 계신 한 분 한 분이 문화재급으로 귀한 분”이라는 정동환의 말이 시연 이후 새삼 실감된다.


작품에서 권성덕(81), 전무송(81), 박정자(80), 손숙(78), 정동환(72), 김성녀(72), 유인촌(71), 손봉숙(66), 윤석화(66) 등 쟁쟁한 베테랑 배우들은 모두 조·단역으로 출연한다. 2016년 공연 당시 객석점유율 100%의 기록을 세웠던 ‘햄릿’을 주역으로 이끌며 기립 박수를 이끌어 냈던 원로 배우들이, 젊은 후배들에게 주역을 내주고 조·단역으로 물러선 것이다.


이날 공개된 시연 장면 중 유랑극단 배우 역으로 출연하는 박정자·손숙·윤석화·손봉숙이 햄릿을 만나 ‘극중 극’을 펼치는 장면은 그야 말로 압권이었다. 박정자와 손숙, 윤석화는 각각 배우1, 배우2, 배우3 역으로 이름도 없는 역할이지만, 마치 또 하나의 연극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신시컴퍼니 ⓒ신시컴퍼니

손숙은 “조연이 아니라 단역을 맡았다. 대사가 7마디인데 매일 다섯 시간씩 연습실에 나온다. 박정자 선생님이 매일 연습실에 나오시니까 내가 안 나올 수가 없다”면서 “대사 한 마디라도 더 달라고 연출에게 사정했는데 안 주더니 심지어 그 일곱 마디로 관객을 울리라고 하는데 너무한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햄릿과 오필리어 등 주요 배역들은 길해연·강필석·박지연·박건형·김수현·김명기·이호철 등 젊은 후배 배우들이 맡았다.


6년 전 햄릿이었던 유인촌은 이번에 햄릿이 된 강필석에 대해 “과거 내가 했던 것과는 또 다른 햄릿”이라며 “오히려 내 연기가 너무 낡아 보일까 걱정될 정도인데 서로 조화를 잘 맞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오필리어 역할을 맡았던 윤석화 역시 “박지연이 오필리어 연기를 하는 걸 볼 때마다 기특하고 예쁘다. 이런 후배들과 작업하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이 친구들이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함께 하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2016년에 이어 이번에도 연출을 맡은 손진책은 “이번에는 신구 세대가 힘을 합쳐서 새로운 앙상블을 시도했다. 선배들은 몇십년 무대에 섰던 사람들이라 그 자체만으로도 믿음이 있고, 젊은 배우들은 그 힘을 이어받아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것이 원하는 만큼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한편으로는 책임감이 막중하다는 생각을 한다. ‘햄릿’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햄릿’은 7월 13일부터 8월 13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공연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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