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빗줄기에 발목잡힌 존 테리

입력 2008.05.22 11:03  수정


모스크바의 빗줄기가 ‘캡틴’ 존 테리의 발목을 잡았다.

첼시가 22일 새벽(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츠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7-08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석패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비가 내린 탓에 선수들은 드리블과 볼 터치에 상당한 애를 먹었고, 급기야 후반전이 끝날 무렵 선수들은 체력이 고갈되며 다리에 쥐가 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호날두와 램파드의 골로 1-1 균형을 이룬 양 팀은 연장에 접어들자 더욱 소극적인 경기 운영으로 상대를 조심스럽게 대했다. 맨유는 카를로스 테베스가 간간히 멋진 드리블에 이은 돌파를 선보이며 활약했고, 첼시는 특유의 강한 압박을 통한 공격 작업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연장전까지 승부를 결정짓지 못한 맨유 첼시는 곧바로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양 팀의 1번 키커는 이날 최고의 컨디션을 선보인 테베스와 미하엘 발락이 나서 침착하게 골로 연결했다.

하지만 맨유의 3번 키커 호날두는 공을 향해 대시하다 잠시 멈칫하더니 페트르 체흐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얼굴이 울상이 됐다. 이어 램파드가 호날두의 실축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유있게 골로 성공해 첼시가 앞서 나갔다.

4-4 동점이 된 가운데 첼시의 마지막 키커 발에 승부가 끝날 수 있는 상황. 첼시의 주장 존 테리는 마지막 슛을 차기 위해 중앙선에서 걸어 나왔다. 골문을 잠시 쳐다 본 테리는 팀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강하게 볼을 찼다.

그러나 킥을 차던 그 순간, 왼쪽 디딤발이 잔디에 미끄러지며 볼은 전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곧바로 테리는 왼발을 부여잡은 채 아쉬워했고, 맨유 응원석에는 지진이라도 난 듯 환호로 들끓었다.

경기는 반데사르 골키퍼가 아넬카의 슛을 막아내며 맨유의 우승으로 끝났고, ‘켑틴’ 테리는 경기장에 서서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첼시의 정신적 지주였기에, 누구보다 첼시를 사랑하기에 자신의 실축이 누구보다 가슴 아픈 테리였다.

승부차기 결과 6-5 맨유 승

맨유 : 카를로스 테베스(O)-마이클 캐릭(O)-크리스티아누 호날두(X)-오언 하그리브스(O)-나니(O)-안데르손(O)-라이언 긱스(O)

첼시 : 미하엘 발락(O)-크렉 벨라미(O)-프랭크 램파드(O)-애쉴리 콜(O)-존 테리(X)-살로몬 칼루(O)-니콜라스 아넬카(X)


맨유-첼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명단

맨유
반데사르(GK), 웨스 브라운-리오 퍼디낸드-네마냐 비디치-페트릭 에브라(이상 수비수), 오언 하그리브스-마이클 캐릭-폴 스콜스-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상 미드필더), 웨인 루니-카를로스 테베즈(이상 공격수)

첼시
페트르 체흐(GK), 에쉴리 콜-존 테리-히카르도 카르발뉴-마이클 에시앙(이상 수비수), 미하엘 발락-프랭크 램파드-마케렐레(이상 미드필더), 조 콜-디디에 드록바-말루다(이상 공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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