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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아이돌 탈퇴-소속사 이전…'반발'하던 팬덤이 변했다


입력 2022.05.16 08:40 수정 2022.05.16 08:5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오마이걸, 지호 탈퇴로 6인 체제

몬스타엑스, "셔누·기현·형원 재계약, 나머지 2인 논의 중"

과거 반대 운동 거셌지만 현재 멤버의 선택 존중

'N-1=0'은 아이돌 그룹 팬들의 절대적인 공식이었다. 그룹 중 한 멤버라도 탈퇴하거나, 개별 소속사 이전, 해체되는 걸 쉽게 두고 보지 못한다는 의미로 쓰여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의 탈퇴나 해체를 바라보는 팬덤들의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 완전체만큼 완벽한 그림은 없겠지만, 멤버들의 더 나은 행보를 위해서라면 탈퇴나 소속사 이전 등을 수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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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WM엔터테인먼트는 9일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지호의 선택을 존중해 당사와의 전속 계약이 종료된다"라고 밝혔다. 효정, 미미, 유아, 승희, 유빈, 아린 등 6명은 WM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지호는 오마이걸에서 탈퇴하며 나머지 6인이 계속 활동한다.


오마이걸은 2015년 데뷔해 '살짝 설렜어', '돌핀', '던던댄스' 등의 히트곡으로 사랑받은 걸그룹이다. 청순한 콘셉트와 대중성을 확보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지만 지호의 탈퇴로 변화를 맞게 됐다. 하지만 팬들은 홀로 팀을 떠나는 지호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거나 그를 원망하지 않는다. 2020년 건강 악화와 심리적인 불안 증세를 겪었던 지호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한 선택이라는 걸 믿고 응원하는 분위기다.


같은 날 몬스타엑스의 재계약 소식도 들렸다. 스타쉽 엔터테인먼트는 몬스타엑스의 멤버 중 셔누, 기현, 형원은 재계약을 완료했으며 주헌, 민혁, 아이엠과는 재계약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혁, 주헌, 아이엠과 그룹과 멤버 모두에게 최선의 방향이 될 수 있도록, 심도 있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몬스타엑스를 향한 애정은 당사와 6인 멤버 모두 변함없기에 재계약과 관련해 정리되는 대로 공식 입장을 전달해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재계약을 하지 않은 멤버들과 지속적으로 논의 중임을 강조했다.


과거라면 팀 내 멤버들이 모두 재계약을 하지 않아 소속사가 달라지는 상황을 걱정했겠지만 몬스타엑스의 팬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전원이 재계약을 해 몬스타엑스의 활동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겠지만, 멤버 개개인의 생각과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같은 반응은 멤버들의 끈끈한 관계와 활동이 한몫했다. 데뷔 7주년을 앞두고 있는 몬스타엑스는 재계약 보도가 난 다음 날에도 스케줄을 소화했으며 7주년을 기념하는 네이버 V앱도 훈훈한 분위기 속에 마쳤다. 현재는 21일부터 6월 11일까지 '2022 몬스타엑스 노 리밋 유에스 투어'(2022 MONSTA X NO LIMIT US TOUR)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이번 투어를 통해 뉴욕, 페어팩스, 디트로이트, 시카고, 선라이즈, 애틀랜타, 포트워스, 피닉스, 로스앤젤레스 총 9개 도시를 돌며 팬들과 만난다.


이 같은 변화는 과거 1~2세대 아이돌 그룹들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이돌 그룹의 전성기 시작을 알린 H.O.T의 해체 의혹이 제기되자 3000여 명의 팬들이 SM엔터테인먼트 앞에서 'H.O.T. 해체 반대' 등을 외쳤다. 팬들은 유인물을 통해 H.O.T.가 소속사 수입에서 차지하고 있는 만큼의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멤버들 간에 공평한 대우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러한 요구가 실현되지 않을 시 SM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앨범을 불매하겠다고 밝혔다. 해체가 사실화됐을 당시에도 팬들은 소속사에 거센 항의를 이어갔다.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god의 팬들 역시 'H.O.T 해체 반대 운동' 서명에 참여하며 연대했다.


이 분위기는 2세대 아이돌 동방신기의 멤버 이탈 때도 유지됐다. 2009년 동방신기의 멤버 믹키유천, 시아준수, 영웅재중이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를 접수한 사실이 알려지고 팀이 갈라지자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동방신기의 해체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2010년 박재범이 2PM에서 퇴출당했을 때에도 팬들은 혼란스러워하며 거세게 저항했다. JYP 측은 당시 박재범이 사생활 문제를 고백했고, 사회적으로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어 전속계약을 해지했다고 통보했다. 이에 2PM 팬들은 각 언론사 연예담당 기자들에게 재범의 팀 탈퇴를 막아달라는 메일을 보내고, 박재범이 없는 2PM을 부정하며 향후 모든 일정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JYP 국내 사옥과 미국 뉴욕에 위치한 국외 사옥에 메모지로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팬덤이 아이돌 그룹의 인원 변동과 해체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는 아이돌 시장이 성장하며 다양한 경험을 습득했기 때문이다. 그룹의 인원 변동이 있어도 별문제 없이 활동하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현재 2PM은 6인조로 오랜 시간 활동하며 가요계에서 장수하는 그룹으로 손꼽힌다. 또 이들 중에 연기를 병행하고 있는 옥택연, 황찬성은 소속사를 옮겨 더 이상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이 아니다. 그럼에도 2PM는 앨범을 내며 완전체 활동은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월 JYP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을 종료한 갓세븐은 23일 새 미니앨범'GOT7'을 발표한다. 각자 다른 소속사에 둥지를 튼 후, 솔로, 연기나 드라마에 출연하며 각개전투했던 갓세븐은 기다리고 있는 팬들을 위해 1년 4개월 만에 뭉쳤다.


여기에 더 나아가 5월 21일과 22일에는 온, 오프라인으로 '갓세븐 홈 커밍 2022 팬콘'(GOT7 HOMECOMING 2022 FanCon)을 개최해 팬들과 직접 만난다. 멤버 전원이 흩어졌지만, 오히려 이를 새로운 시작과 전환점으로 삼은 것이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해체한 여자친구는 현재 신비, 은하, 엄지가 비비지로 재데뷔 했으며 예린이 솔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유주 역시 솔로, 소원은 본명 김소정으로 배우로 전향했다. 여자친구라는 이름으로 만날 수 없어도 제2막을 열고 활동 중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그룹이 완전체로 유지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팬들도 아이돌 그룹의 수명이 길지 않다는 걸 경험을 통해 인지하고 있다. 개인 활동을 지지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끝이 아닌 도약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라며 "완전체보다 멤버 개인의 성장과 행복을 더 응원하는 경향이 짙어졌기 때문에 이탈을 하거나 소속사를 옮겨도 그 선택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소속사가 같지 않아도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사례들이 많다. 아쉬울 순 있겠지만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줄어들었다"라고 전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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