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푸른아시아 공동기획-몽골 사막화 현장을 가다①>
지나친 가축 방목이 원인…몽골 사람 스스로 방지사업 완성토록
멀쩡한 해 삼켜버린 ‘노란 공포’
불과 8년 전만해도 황사에 관심을 갖는 이는 적었다. 천 년이 넘게 ‘흙비’, ‘노란비’, ‘흙안개’라는 기록이 있어왔으니 그 자체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이 노란 흙먼지가 하늘을 가리고 산업을 마비시키며 국민건강을 통째로 위협한 적은 없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한데, 2002년 노란 공포가 한반도를 뒤덮고 멀쩡한 해가 사라지자 달라졌다.
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분석보고서 기록을 보자. “황사의 공습으로 2002년 한해 181만 7000명이 병원치료를 받았고, 165명이 사망했다. 병원을 찾은 심혈관계 질환자가 8540명, 호흡기 질환자는 71만 9083명으로 추산된다. 이비인후과와 안과 환자는 110만명에 육박한다. 유무형의 피해를 환산하면 최대 8조원에 육박한다.”
2002년 황사는 가공할 위력을 보여줬다. 14일간 한반도를 덮쳤는데, GDP의 1%에 육박하는 피해를 끼쳤다. 1인당 피해액이 12만원에 이를 정도. 건강·교육 피해뿐이 아니다. 반도체나 정밀기기 불량률이 치솟고, 조선소 페인트·용접 공사를 불가능케 하며, 휴대폰 중계기가 말썽을 일으키고, 비행기가 고장나거나 결항되며, 세척(차, 공장, 의류)이 불가피했다.
어쩌다 한번 찾아오는 불청객. 큰 말썽거리가 아니었던 이 황사가 동북아인들의 ‘공포’가 된 건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따른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전국토의 90%가 사막화된 몽골이 더 큰 문제. 1990년에만 해도 사막화 정도가 46%에 불과했는데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짐작케 한다.
중국의 사막화는 27.3%. 경제대국이니 사막화 방지를 위한 노력도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91년 ‘사막화방지를 위한 중국국가위원회’가 설립돼 ‘국가행동계획’을 세워 시행하고 있으며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 일본, 미국과 국제협력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원도 대부분 중국에 집중돼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바닥을 드러낸 울란호수. 몽골 고비지역 최대(수심 5미터) 호수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있다.
8만톤 흙먼지, 한반도는 ‘휴업중’
하지만 빈곤국인 몽골은 국제사회의 관심(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푸른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에 따르면, 지난 1년 몽골에서 768개의 호수, 780개의 강, 1400여개의 오아시스가 바닥을 드러냈다. 황사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 기상학계에 따르면, 동북아황사의 50%가 몽골에서 발원한다는 것.
황사는 몽골의 남부 고비사막과 중국의 서북부·내몽골 사막지대에서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모래(흙). 한번 발생하면 동아시아 상공을 1백만톤의 흙먼지로 뒤덮이며, 한반도에만 8만톤을 쏟아놓는다. 15톤 트럭 5천대 분량. 이 흙먼지에는 중금속 등이 포함된 유해물질 농도가 1천㎍/㎥(평소에는 50㎍/㎥)나 된다. 1㎥ 당 미세먼지가 10㎍ 증가시 폐암 사망자가 8% 는다.
애초 가뭄이 심한 봄철에 발생했는데,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건기가 늘어나며 이젠 철을 가리지 않고 불어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연평균 황사발생일 수가 61년~90년엔 2.6일, 90년~2001년까지는 8.8일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27일이나 된다. 봄에만 생기던 황사가 1월, 12월 등에도 발생, 때를 가리지 않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몽골 사막화 원인은 둘로 자연과 인위적 요인. 지구온난화에 따른 건조성 기후가 특정지역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데, 몽골이 바로 그 피해지역. 지난 70여년 몽골의 연평균 기온은 1.9˚C 상승했고, 연평균강수량은 2% 감소했다. 특히 사막지대인 남부 고비지역의 연평균 강수량은 12.5%나 줄었다.
몽골이 평균해발 1500m에 위치한데다 지구상에서 바다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대륙이다 보니, 습윤한 해양기류가 수증기를 다 빼앗긴 뒤 불어온다. 게다가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 쌓여있어 습한 기류를 차단해 건조한 대륙성 기후를 갖게 됐다. 당연히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이다.
몽골 남부 최대 사막지대인 고비지역의 사막. 빨간 흙살을 드러내고 있는데, 황사의 발원지다.
기후변화와 가축과방목의 형벌
인위적 요인을 보면, 가축의 지나친 방목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주민 40%가 목축업에 종사하며, 농업생산물의 80%를 목축업에서 얻는다. 토지의 83.2%가 목축(농업포함)에 이용되고 있는 셈. 가축 수도 1918년 9백만마리에서 2007년 4천만마리로 4배나 증가했다. 수용력을 3배 이상 초과하다보니 땅이 다져지고 식생에 악영향을 끼친 것.
풀을 뿌리째 파먹는 염소와 양이 전체 가축의 88%나 차지하는 점도 큰 문제다. 이밖에 도로가 불명확해 차들이 아무데나 길을 내고 다니는 것도 식생에 악영향을 미친다. 취약한 삼림관리체계, 무분별한 지하자원 개발, 인구증가 등도 요인들.
이처럼 급속한 사막화 추세에 비춰보면 이를 막으려는 몽골과 주변국의 노력은 빈약하기만 하다. 몽골은 사막화 저감을 위한 3단계 국가실행계획을 2003년에야 확정했다. 지난해까지 원인분석과 정책준비 등을 포함한 1단계 사업을 마쳤다. 그 안에는 450㎢ 조림사업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2035년까지 너비 600미터의 그린벨트를 3700km 조성키로 한 사업도 시작됐다. 국토를 횡단하는 여러개의 벨트를 조성하는데, 주로 남부 고비(사막)지역을 포위해 모래이동과 사막화 확산을 차단할 목적으로 추진 중이다. 하지만 예산과 기술 부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모가 작긴 하지만 사막화 방지를 위한 국제협력사업도 다각화하고 있다. 사막화방지협약 사무국, 지구환경기금, 유엔개발계획, 유엔환경계획,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가 앞장서고 있다. 이어 덴마크, 일본, 한국, 독일의 국제협력기구도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몽골 남부 고비지역에서 발원한 황사가 편서풍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2002년 3월 20일 몽골기상청 위성사진.
‘푸른아시아’의 자립형 모델
한국에서는 농림부와 산림청이 그린벨트 사업추진 협약을 몽골 정부와 체결하고 매년 100만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도 환경전문가 파견을 지원한다. 민간에서는 푸른아시아(시민정보미디어센터)와 동북아산림포럼, 한몽로타리클럽 정도가 조림사업을 하고 있다. 푸른아시아를 통해 대한항공, 요코하마타이어, 인천환경원탁회의, 희망재단 등이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선 푸른아시아 말고 몽골의 사막화 방지에 지속적으로 나서는 기구나 기관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일회성 행사에 참여한 단체나 기구는 몇 되지만 조림을 해도 가꾸지 않아 묘목이 모두 죽어버려서 그렇다. 푸른아시아의 조림사업이 몽골 정부 뿐 아니라 사막화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지속가능성 때문.
푸른아시아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고 있다. 주민협동조합 모델로 일정기간이 지나 외부지원이 끊겨도 주민들이 자립이 가능하도록 하려는 것. 목축 말고는 먹고 살 길이 없던 이들에게 조림으로 생계를 이을 수 있도록 한다면 성공할 것이기 때문. 설계하는 데만 2000년부터 5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2005년부터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조림지 묘목의 95% 이상을 잘 기르고 있어 매년 시범조림지를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사업 확대가 아닌 자립형 모델을 완벽하게 성공시키는 것. 올 말까지 실험이 사실상 끝난다. 이미 성공한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어 이제 남은 건 전국으로 확산하는 일이다.
이 단체가 또 하나 심혈을 기울이는 건 몽골 정부와 국민이 자신감을 갖고 사막화 방지사업을 펴도록 돕는 일. 지난 10여년간 광범하게 구축한 각종 정보(조사)와 추진력(시행착오 포함)를 바탕으로 몽골정부의 정책 기획과 실행을 지원하는 일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사막화예방의 중요성을 주민들이 인식하도록 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막화저지 자신감 생겼다”
최방식 인터넷저널 기자
오 총장은 또 “사막화 방지를 위한 기업이나 정부 후원(현지 시장개척 의도)이 모두 중국에 집중될 때 우리가 후원자도 없이 몽골 땅을 누비고 다니며 성공할 수 있을까 궁금증을 가졌었다”며 “성공모델을 만들어낸 만큼 사막을 푸른 숲과 초원으로 만들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글/최방식 인터넷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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