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카페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1만여명의 회원들이 2일 저녁 청계천 광장에 모여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광우병 괴담이 사이버 세상을 배회하고 있다. 단순히 배회할 뿐만 아니라 취임한지 석달 열흘도 안된 대통령에 대한 탄핵청원 서명에 1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청계천에서 촛불집회를 하도록 만들고 있다. 혹자는 광우병 괴담을 선동가들이 악의적으로 만들어 유포시킨 것이라고 하는데, 알고 보면 다 그 기원이 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는 속담을 만들어내신 조상님들의 지혜에 삼가 경의를 표할 일이다.
과학적으로 보면, 속칭 인간광우병이라는 vCJD는 광우병에 걸린 소를 사람이 먹으면 걸린다는 감염 경로만 있을 뿐, 병원체나 발병 기작이 불분명하다. 확실하게 알려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과연 실체가 있기는 하냐는 의문까지도 있다. 사실, 광우병 걸린 소를 사람이 먹으면 똑 같은 병에 걸린다는 주장도 처음엔 유럽 대륙을 배회하던 괴담이었다.
발단
광우병 이야기는 1988년 영국에서 일어난 광우병 파동에서 시작된다. 이전부터 영국에서는 양에게 드물게 생기는 스크래피 병이란 것이 있었다. 그런데 그 병이 소에게서 발견되었고, 원인은 양의 시체를 가공하여 사료로 만들어 소에게 먹인 것 때문이라고 잠정 결론이 났다.
어찌 보면 소에게 새로운 병이 하나 더 발견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었는데, 유럽 국가들 사이에 수입개방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각 나라 사이의 농축산업 경쟁이 첨예했던 당시 정세와 맞물리면서 일은 엉뚱한 방향으로 번지게 되었다.
독일과 프랑스 등에선 영국 축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스크래피에 걸린 양을 먹고 소가 광우병에 걸렸다면, 광우병에 걸린 소를 사람이 먹어서 병에 걸리지 말란 법이 어딨느냐. 영국산 쇠고기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고, 각국 정부는 통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이를 방조했다.
말도 안 되는 ‘괴담’에 발끈한 영국 정부는 쇠고기 수출을 못하는 문제와 더불어 영국 국민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광우병을 뿌리 뽑기 위한 강력한 정책을 시행했다.
광우병 신고를 의무화하고, 확인된 소들은 태워버렸으며, 양이나 소의 성분이 포함된 사료의 사용을 금지했던 것. 그러나 광우병 소가 계속 대규모로 발견되고, 1993년에는 15세 소녀가 때이른 치매 증상을 보이면서 의심과 논란은 증폭되었고, 3년 후에는 광우병 소를 먹은 사람이 vCJD에 걸려 사망했다고 인정함으로써, 다른 유럽 국가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던졌던 떡밥이 사실이 되어 버렸다. 광우병이 사람에게 옮을 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던 사람들도 황당했을 것 같다.
후폭풍은 엄청났다. 영국 축산업은 망할 지경에 놓였고, 영국 정부가 90년대 말까지 소각 처분한 소는 130만 마리에 달했으며, 사용한 비용은 약 5조원에 달했다고 한다. 이렇게 엄청난 비용을 지불한 영국은 “아니, 근데 너희는 괜찮아?” 전략을 당연히 사용하게 된다.
물론 유럽 국가들은 코웃음을 쳤으나, 포르투갈과 스위스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다. 이 시기의 논란을 통해 ‘동물성 사료가 광우병을 일으킨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뼈와 뇌 등을 먹으면 vCJD에 걸린다’는 가설이 정설의 지위에 오른다.
vCJD는 아직도 정체를 잘 모르는 병이지만, 유럽 각국의 힘겨루기에 힘입어 발생 초기에 전파 경로가 통제된 매우 드문 사례이다. 대중의 공포심과 설레발 때문에 매우 많은 비용이 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초기에 적절한 규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에이즈처럼 퍼져서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몇 가지 광우병 괴담의 기원
일단 시작은 좀 학구적으로 하겠다.
광우병의 원인 물질은 신경조직에 많이 들어 있는 프라이온이라는 단백질이다. 아직 바이러스 설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고, 단순한 ‘식품오염’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프라이온 가설은 1997년도 노벨상 수상에 빛나는 강력한 이론이니 일단 접수하자. 이 프라이온은 사이버 세상에서 천하무적, 영원불멸의 반열에까지 오르셨다고 한다.
프라이온 불멸설. 프라이온은 단백질이다. 그리고 쇠고기는 통상 잘 익혀서 먹는다. 단백질은 가열하면 고유의 구조가 파괴되어 활성을 잃어버린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이버 동네에선 프라이온이 섭씨 2000도에서도 견딘다는 말조차 떠돌고 있다.
처음엔 그 온도가 150도였는데, 곧 200도, 400도, 600도까지 올라가더니 많이도 올라갔다. 그런데 프라이온의 열 저항성에 대한 논문이 있었다. 극악한 조건에서 했던 실험이었는데, 600도로 가열하면 재가 되어 버리지만, 그 재를 식염수에 우려내서 실험용 쥐에게 주입하자 드물게나마 전염성이 남아 있더라는… 많이 변형되긴 했지만 그저 지어낸 이야기는 아니었다니 이럴 수가.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600도나 2000도나 뭐가 다르랴. 혹은 그저 200도라고 하려 했는데 실수로 0 하나 더 쳐 넣었을 수도 있고. 그러나 고온에서도 멀쩡하더라는 이야기를 그저 웃어 넘기기는 좀 힘들다. 왜냐하면 잘 익힌다고 해서 프라이온이 없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수돗물 오염설. 이건 1988년 영국 광우병 파동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정부는 광우병 소를 소각하면서 철저하게 하느라고 소의 피나 타액이 땅에 스며들지 않도록 하라고 했고, 그 사실을 자랑스레 홍보했다. 그러나 이것은 소의 체액에 의해 땅이 오염되고, 거기에 빗물이 스며들면 수돗물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사람들에게 해석되었다. 딱 한 발짝 더 나간 사람들이 공기 전파설도 만들어낸 듯 하다.
2000년대 초, 여러 차례의 광우병 파동을 겪으면서 유럽 국가들은 광우병에 대한 포괄적인 공동 규제를 만들기 위한 회의도 여러 차례 열었다. 2002년 1월 1일부터 유로라는 단일 통화가 15개 EU 가입국들 사이에 통용되었으니 얼마나 바빴겠는가.
그 바쁜 와중에 유럽 여러 나라들은 수입 규제 문제를 놓고 미국과도 실랑이를 벌여야 했는데, 그들은 미국 목축업자들이 성장호르몬을 사용한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미국은 당연히 ‘광우병 국가들 주제에~~’를 무기로 삼았다.
그러면서 미국 쪽에서 강조한 이야기가 ‘수천, 수만 명이 더 죽을 지도 모른다’는 잠복기 30년 설이었다. 이 이야기는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더 잘 걸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연구 결과와 맞물려, 영국 전국민 좀비설로까지 발전했다.
인터넷에서 봤던 괴담 중에서 가장 어이없었던 이야기가 의약품, 화장품, 소가죽, 젤라틴 등에 의해서도 광우병이 옮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2000년의 유럽 광우병 파동 이후, 일본은 유럽의 모든 소 관련 제품을 광우병 핑계로 수입금지 했다고 한다.
살코기는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마당에 바르거나 걸치는 제품들을 소에서 얻은 물질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금지했으니 좀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당시 일본 여성들의 인기를 끌던 프랑스 화장품의 수입을 금지함으로써, 화장품 업계가 특히 득을 봤다고 하는데, 그게 8년 후 우리나라에 건너와서 화장품을 능가하는 생리대 광우병 전염설로 비화한 모양이다.
생리대의 흡수제가 젤라틴이 아니니 완전히 코미디가 되어 버렸지만. 물론 일본의 엄격한 수입금지 조치는 유럽국가들로부터 상호호혜주의에 입각한 “너희 소는 건강하냐?”는 염려(?)를 불러 일으켰다.
나는 이런 괴담들을 악의적인 목적을 가진 몇몇 사람이나 단체가 조직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 이야기는 모두 다 국제뉴스를 통해 보도되었던 것들이고,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갈무리해 두었을 법한 것들이다.
또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검색능력과 작문 실력을 얕봐서도 안될 것이다. 소문이 생겨나면 와전되기는 매우 쉽다. 일반인들이 공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먹거리 안전성에 관한 이야기라면 더더욱 그러하지 않은가. 괴담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인데도, 그것을 악의적인 선동가들의 작태라고 돌려버리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미국이나 한국은 안전할까?
프라이온이 정말 감염원인지 확증되지 않았다. 프라이온이 어떻게 몸 안으로 들어와 쌓이는지도 모른다. 일단 뇌에 프라이온이 축적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고 있다.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지는 것으로 시작해서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다가 몇 달 안에 사망한다.
치료법은 없다. 치사율은? 발병한 사람들은 거의 다 죽었다. 하여간 잘 모르는 병이다. 알고 있는 것은 광우병에 걸린 소가 있었고, 발병한 사람들이 200여 명 있었다. 광우병에 걸린 소들을 다 죽여 폐기하고, 소나 양을 재료로 만든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못하게 했더니 광우병도 거의 없어졌고, vCJD 환자도 거의 없게 되었다. 비용이 무척 많이 들어갔지만 일단 효과는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소의 광우병 잠복기는 4~5년 가량이다. 고기를 얻기 위해 기르는 소는 미국은 20개월, 한국은 30개월 정도 되면 거의 다 도축한다. 그보다 오래 사는 소는 젖소와 종우 정도라고 한다. 멀쩡해 보이는 소들 중에 변형프라이온에 감염된 녀석이 없다고는 못할 것이다.
미국은 일단 육안으로 문제 있어 보이는 녀석들 골라서 검사해 본다. 전체적으로는 0.1%를 검사하게 된다고 한다. 미국의 주장으로는 통계적으로 매우 신뢰도가 높다고 한다. 일본은 전수검사 한다. 우리나라는 거의 안 한다. 미국은 몇 년째 광우병 발생이 없다. 일본은 잊을만 하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광우병은 보고된 적이 없다.
우리나라는 1996년 유럽산 사료용 육골분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2000년에는 동물성 사료를 소를 포함한 되새김질동물에게 먹이는 것을 금지했다.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그 법이 잘 지켜지는지는 의심스럽다. 미국은 동물성 사료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유럽산 사료를 수입하지 않은지는 오래되었다고. 그러나 두 나라 모두 법을 준수하는지 감시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하다. 영국과 유럽 국가들, 일본이 광우병에 엄격한 태도를 가지게 된 이유를 다시 한 번 강조해 본다.
그들은 원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일이 꼬이다 보니 자국의 광우병 실태를 공개하게 되었고, 그로 인한 국민들의 ´난동´ 때문에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검역체계를 고쳤다. 다행히 광우병이 한풀 꺾인 상태니 우리나라는 아무 일 없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산 쇠고기나 한국산 쇠고기 둘 다 안전하다고 장담은 못한다. 물론 안전하다고 믿고 싶다. 광우병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러나 다음 문장은 바로 어제 읽었던 구절이다. 위험한지 여부가 불확실할 때는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안전하다고 입증될 때까지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나는 이 주장에 동의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한국의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장담 못한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