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새 학기가 되면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사려는 학생들로 서점이 북적였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다녀간 서점에서는 서점 주인이 각 학년에 따라 미리 준비물을 챙겨줄 정도로 운영이 활발하게 이뤄지기도 했었다. 참고서는 물론, 각종 소설과 에세이를 들춰가며 고르는 재미도 쏠쏠했다.
ⓒ뉴시스
그러나 서적들의 이러한 풍경은 온라인 쇼핑이 활발해지면서 사라졌다. 그 시작은 1995년 미국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등장이었다. 지금은 도서는 물론,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한 미국 대표 인터넷 쇼핑몰이 됐지만, 처음에는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책을 판매하는 온라인 서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오프라인 서점들의 회의적인 전망을 뒤집고, 1년 만에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도서 유통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1997년 당시 3대 서점의 하나였던 종로서적과 영풍문고가 인터넷 서점 서비스를 열며 변화가 시작됐다. 1999년 4월 예스24가 전신인 책 사이트 웹폭스를 재단장해 인터넷 서점으로 문을 열고, 뒤이어 알라딘, 인터파크 등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인터넷 서점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인터넷서점의 매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1년에는 연간 인터넷 서점 매출이 전체 출판시장 매출의 7.5%에 불과했지만,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2006년 24.1%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20%대를 넘어섰고, 2010년에는 처음으로 30%를 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오프라인 서점들은 위기를 맞았다. 더 편리하고 저렴한 온라인 서점을 통해 책을 구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면서 오프라인 서점, 그중에서도 특히 영세한 중소 규모의 서점들이 먼저 문을 닫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과 맞물려 작은 규모의 동네 서점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신간, 구간 상관없이 가격할인을 15%로 제한하는 개정안이 시행됐는데, 이것이 온라인, 대형 서점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취약했던 작은 규모의 서점들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된 것이다. 동네 서점 지도를 만들고 배포하는 퍼니플랜에 따르면 2015년 전국에 101곳이던 동네 서점이 2018년에는 466곳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에는 165곳이 새로 개점했으며, 2021년 기준 운영 중인 동네 서점은 총 745곳이었다.
다만 그 양상은 조금 달라졌다. 이전처럼 많은 숫자나 다양한 분야의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독립 출판물을 판매하거나 독서 동아리, 낭독회 또는 작가와의 대화와 같은 행사 등을 함께 진행하는 문화 공간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격 경쟁의 취약함을 어느 정도 극복하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방대한 규모의 온라인 서점과 대형 서점에 맞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이에 틈새를 파고들어 탄탄한 고객층을 구축하는 것으로 전략을 변경한 것이다. 또는 카페와 함께 운영하는 북 카페 또는 책 관련 소품을 함께 판매하는 굿즈 샵의 역할을 소화하며 부족한 매출을 보완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들이 트렌드와 맞물려 효과를 보기도 했다. 대세를 따르기보다는 세분화된 취향 중심으로 소비하는 젊은층에게는 확고한 콘셉트를 앞세운 동네 서점들이 새로운 트렌드가 된 것이다.
다수의 동네 서점 주인들 또한 동네 서점의 역할을 책 판매에만 한정하지 않았다. 서점 지금의 세상 김현정 대표는 “책이 있는 공간이 대형 서점 이라면 책과 사람, 이야기, 정이 있는 곳이 동네 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퇴근하고 목적 없이 들릴 곳, 이야기 나눌 곳, 가벼운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동네 서점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헬로 인디북스의 이보람 운영자는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동네 서점의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손님이 관심 있어 하시거나 구매하는 책에 대한 정보를 들려드리려고 하고 있다. 책에 대한 소통 외에도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서점보다 책의 수는 적지만, 베스트셀러보다는 책방지기의 취향에 맞춘 책을 취급하기 때문에 더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책 판매는 물론, 다양한 문화 활동을 병행하며 동네 서점의 의미를 확대 중인 서점 아뮤컨셉의 송재형 대표는 “현재 동네 서점은 단순히 도서만 파는 곳은 아닌 것 같다. 경제성, 편의성만 놓고 보면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라며 “누군가는 동네 문화 사랑방의 역할을 한다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지역 공동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도 이야기합니다. 각자의 이유로 다 맞는 이야기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 쓰인 예술 작품을 지역 주민들과 공유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것이 동네 서점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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