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유료방송 제도 그대로…그땐 넷플릭스 없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입력 2022.02.16 11:51  수정 2022.02.16 11:52

OTT·코로나19로 변화 빠른데…혼란 키우는 낡은 규제

‘뉴미디어 총아’ 옛말…글로벌 사업자 장악은 ‘속수무책’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유료방송 제도 및 규제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국내 미디어 장악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가운데, 차기 정부에서 낡은 규제와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디어 환경이 크게 변화했을 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후로 이용 패턴 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음에도 여전히 규제는 OTT의 개념조차 없었던 2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매출·가입자 감소 뚜렷…사업자간 거래대가 갈등 폭발

김태오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유료방송 제도 및 규제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유료방송시장 매출과 가입자는 인터넷(IP)TV를 제외한 유료방송사업자(SO)와 위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모두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체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SO와 위성 가입자수가 감소했고 유료방송 수신료와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약해지고 있다. 방송광고 매출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방송사업 관련 행사를 열지 못하면서 관련 매출은 2019~2020년 56.4%나 줄었다.


급속한 환경 변화로 서로 이해관계가 갈리면서 방송사업자 간 갈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콘텐츠사업자들과 플랫폼사업자 간 거래대가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OTT로 사용자가 이탈하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미디어 이용 시간은 전반적으로 증가했으나 TV 이용 시간은 점차 줄고 있다. 특히 해외 사업자인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시장 장악으로 국내 사업자들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변화 속도가 빠른 데도 규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OTT 등장으로 이제 기존 규제의 틀 안에서의 인위적인 사업 제약은 유료방송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와버렸다”며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특성이 분명히 다른 데도 이를 간과한 규제로 마치 유료방송을 지상파식으로 규제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구체적으로 유료방송 관련 ▲소유·겸영 ▲진입 ▲인수합병(M&A) ▲직사채널 운용 ▲시장점유율 ▲금지행위(사업자 간 분쟁 해결) ▲OTT 등의 항목에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유료방송 제도 및 규제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지상파식 규제 문제…차기 정부서 거버넌스 정비 필요”

특히 김 교수는 OTT와 규제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OTT의 정의와 유형분류를 통해 기존 방송규제 패키지를 대상으로 OTT를 포괄하기 위한 노력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수적인 방송채널을 제외한 플랫폼의 독점 방송채널이나 콘텐츠는 허용해야 한다”며 “다만, OTT 시대에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가치인 공정경쟁과 이용자 보호 등은 개별 규제사항으로 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OTT까지 포함한 통합적 규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자들도 유료방송 규제 개혁의 필요성에 강하게 공감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윤용 LG헬로비전 전무는 “유료방송 중에서도 가장 전통적인 매체라고 할 수 있는 케이블업계가 겪는 어려움과 IPTV의 어려움은 같지 않다”며 “케이블은 사업권 자체가 매체 특성상 한정돼 있고 리소스의 한계가 있어서 유통이나 결합 영업 마케팅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망의 발전이 전부 IP로 변해가고 있는데 케이블은 방송과 통신망을 이중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지역사업자로서 케이블 방송의 존재 의의는 무엇인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케이블이 아직 지역 매체로서 발전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는 만큼 규제 패러다임 전체를 바꿀 때 지역과 전국, 보편과 특성 측면에서 함께 고민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규제 틀을 바꿔가야 한다”며 “향후 지역채널이 케이블 사업자의 가장 큰 존재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권호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1995년 종합유선방송 도입으로 시작된 유료방송 서비스는 그 당시에는 새로운 뉴미디어의 총아로 각광 받았으나 그 후 30여년이 지난 오늘, 레거시 미디어로 불리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권 원장은 “특히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글로벌 사업자와 국내 OTT 서비스 활성화로 국경과 미디어의 경계를 초월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관련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경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현재의 유료방송 규제는 2000년에 제정된 방송법의 틀 내에 있어 급변하는 현실을 규율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과기정통부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지난해 7월부터 추진해온 유료방송 제도 개선방안 관련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했다. 조 차관은 “소유·겸영규제를 완화하고 채널 구성과 운영의 자율성을 높여 허가 유효기간을 확대하는 등 과감하게 규제를 개선해 사업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토론을 주최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유료방송은 근본적으로 허가 산업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각 정부마다 새로운 미디어가 출시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상파식 규제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과 관련 규제를 완화한다는 차원에서 적극 환영하지만 이로 인해 홈쇼핑이나 중소 사업자들에 대한 불평등한 규제가 남아있다는 점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미디어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 또한 제도 개선에 미흡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미디어 거버넌스 부분에 있어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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