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라고 느끼는 젊은 세대
"소통 어려워" VS "불필요한 언쟁 막아"
꼰대라는 말은 이제 기성세대뿐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2020년 사람인이 직장인 194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4%가 '직장 내 젊은 꼰대가 있다'라고 답했다.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 충고해 준다는 명목으로 간섭과 지적하는 경우를 직장 내 꼰대로 바라봤다.
ⓒ픽사베이
이에 '젊꼰'(젊은 꼰대), '반꼰'(반만 꼰대), '리틀 꼰대'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으며 자신이 꼰대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는 '꼰대 자가 진단법'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대부터 50대까지 꼰대라는 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들어봤다.
글로벌 그룹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A 씨는 "꼰대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옛 문화나 방식(서열, 나이, 경력을 따지는 방식)을 고수하고 고집하는 느낌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스스로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때 상대방, 특히 상사나 웃어른 모두를 꼰대라고 일반화시키는 분위기가 생겼다. 또한 어른들도 ‘꼰대’로 불리지 않도록 예전보다 행동이나 말 하나하나에 신경을 더 쓰게 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
A 씨는 20대 중반의 나이지만 스스로 꼰대라고 느끼고 있었다. A 씨는 "나에게도 어린 꼰대의 모습이 살짝 있다. 후배와 밥을 먹으면 대신 사주고 싶고, 내가 먼저 가본 길에 대한 조언을 해주려고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꼰대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라며 "이런 자각이 스스로 조심하게 되는 것 같긴 하다. 내가 한마디를 해주는 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어 건넨 조언이나 충고가 누군가에게는 불쾌한 꾸지람일 수도 있기 때문에 듣는 사람의 입장을 다시 고려해 보게 된다. 다만 이게 꼰대의 느낌인 건지 오지랖의 느낌인지는 상대방과의 친분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라고 개인적인 생각을 전했다.
A 씨는 "꼰대 문화가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게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불필요한 언쟁을 막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세대 차이와 꼰대를 헷갈려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세대 차이가 나는 것을 꼰대 같은 것이라고 잘못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오는 세대 간의 불통도 있어 전반적으로 모두가 조금 더 오픈 마인드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라고 바라봤다.
자신을 '리틀 꼰대'라고 칭한 30대의 B 씨는 "스스로 꼰대가 아니라고 한들, 분명 과거의 관습이나 방식이 배어있을 것이다. 이런 나를,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봤을 때 꼰대 같다고 볼 것 같다. 예전에 '9 to 6가 근무조건일 때 회사에 언제까지 도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업무 시작은 9시이기 때문에 적어도 5~10분 전에는 도착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요즘 친구들은 "9시부터인데 왜 내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퇴근을 그럼 더 일찍 해도 되냐"라고 하는 것을 보고 적잖게 놀랐던 적이 있다"라면서 달라진 생각 차이에 놀랐던 일화를 전했다.
이어 B 씨는 "말을 하기 전보다 하고 난 후 '꼰대 같았나'란 생각이 든다. 편하게 대화를 하려고 하는데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그 상황을 돌이켜 보면 '가만히 있을걸' 하는 후회가 들 때도 있다. 나보다 젊은 친구들은 꼰대에 대한 기준이 더 엄격한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무적으로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은 꼰대와는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는 30대의 C 씨는 "윗세대의 연륜에서 비롯된 경험을 후발 세대에게 전하는 것이 때론 일반적인 교육이나 학습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데, 꼰대라는 단어 때문에 윗세대의 말들이 듣기 싫은 오지랖으로 치부되는 게 아쉽다. 나만 해도 꼰대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어린 친구들이 먼저 물어보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자는 생각을 한다. 꼰대라는 개념이 세대 간의 단절을 초래하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자꾸만 벽이 높아지는 소통을 아쉬워했다.
40대 직장인 D 씨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소통을 포기했다. D 씨는 "나 같은 사람도 있기 때문에 꼰대 문화가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은 소통이 막히는 게 더 평화로울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다른 시각의 의견을 내놨다.
두 명의 자녀를 둔 50대의 E 씨는 자녀와 비슷한 또래들과 일을 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털어놨다. E 씨는 "한 직원에게 팀장 직급 승진 제안을 했더니 거절한 적이 있다. 자발적 제자리걸음이라고 하더라. 직급이 올라갈수록 책임과 쏟아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니 그 자리에 일부러 정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워라벨인가 하는 생각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상사와 소통해 일을 배울 생각도, 회사를 통해 성장할 생각도 없다는 의지를 느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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