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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나영석·김태호의 새 플랫폼 도전, 자기 복제와 세계관 확장 사이


입력 2022.02.06 14:22 수정 2022.02.06 09:3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김태호 PD의 ‘서울체크인’, 파일럿 불구 뜨거운 관심

TV 플랫폼은 물론, 유튜브와 티빙을 자유롭게 오가며 세계관을 확장 중인 나영석 PD에 이어, 김태호 PD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도전을 시작했다. 긴 시간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쌓은 노하우는 물론, 확고한 대표 프로그램과 색깔이 구축돼있는 스타 PD들에게는 새로운 플랫폼이 세계관 확장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자기 복제’의 지적을 뛰어넘는 것은 그들에게도 여전히 숙제다.


ⓒ티빙 ⓒ티빙

지난달 김 PD가 MBC에서 퇴사했다. 2001년 1월 MBC에 입사한 그는 ‘무한도전’을 통해 긴 시간 사랑받으며 스타 PD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최근까지 연출한 ‘놀면 뭐하니?’ 역시 8% 내외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를 하고 있었다.


무려 21년 만에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김 PD의 행보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그는 빠른 복귀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충족시켰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예능 ‘서울체크인’을 통해 공백기를 최소화하며 자신의 방향성을 엿보게 한 것이다. 1회 분량의 짧은 예능이었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서울체크인’은 제주살이 9년 차 이효리가 서울에서 스케줄을 마친 뒤 어디서 자고,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가는지를 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오랜만에 서울에 온 이효리가 김완선, 엄정화, 보아를 만나 수다를 떠는 과정에서 여자 댄스 가수들의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등 그의 진솔한 면모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티빙에 따르면 ‘서울체크인’은 공개 당일부터 티빙 전체 콘텐츠 중 유료 가입기여 1위를 기록, 지난 1일까지 1위 자리를 지켰다.


‘서울에서 이효리는 어디서 자고,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할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사실 기획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제주에서 서울로 스케줄을 소화하러 온 이효리의 일상을 엿보는 예능으로, 스타들의 반전 일상을 포착하는 다수의 관찰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획과 연출이었다.


그러나 ‘놀면 뭐하니?’에서 이미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던 이효리의 반전 매력을 포착하고, 그의 스케줄에 맞춰 순발력 있게 담아낸 것 역시 김 PD의 역량이라고 말할 수 있다. MBC 퇴사 전이지만, 새로운 플랫폼에서 선보였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먹보와 털보’를 통해서도 비슷한 시도를 했었다. 비와 노홍철이라는 이미 잘 아는 출연자들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며 같은 듯 다른 매력을 선보인 것. ‘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를 통해 능수능란한 캐릭터 쇼를 선보였던 김 PD가 최근 이 캐릭터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들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잘 구축된 캐릭터들을 영리하게 활용하며 MBC 바깥에서도 자신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김 PD와 마찬가지로 ‘삼시세끼’, ‘신서유기’ 시리즈 등 걸출한 대표작을 배출한 나 PD 역시도 타 플랫폼에서 자신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강호동의 라면 먹방 콘텐츠 ‘라끼남’, 송민호와 피오의 패션 콘텐츠 ‘마포 멋쟁이’, 20년 경력의 베테랑 게임 전문가 나 PD의 예능 출장 서비스 콘텐츠 ‘출장 십오야’ 시리즈가 그 예다. 프로그램 내 출연자, 미션 등 포인트가 될 만한 부분들을 포착해 짧지만 임팩트 있는 하나의 콘텐츠로 익숙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것이다. 대표 프로그램과 확실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스타 PD들에게는 새 플랫폼이 세계관 확장의 발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기 복제’의 함정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한계다. 익숙한 듯 새로운 매력을 선사하는 과정에서 이미 아는 것을 반복하게 되면, 더욱 빠르게 시청자들의 지루함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나 PD는 출연자는 이어가되, 라면과 패션이라는 완전히 다른 키워드를 내세우는가 하면 게임과 미션은 활용하되 매회 새로운 게스트들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등 기존 프로그램의 색깔을 지우려는 노력들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먹보와 털보’에서 비와 노홍철의 의외의 케미와 색다른 면모를 내세우고도 여행과 먹방이라는 익숙한 콘셉트로 차별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김 PD는 ‘서울체크인’에서도 비슷한 지적을 받고 있다. 출연자에 대한 호평은 이어졌으나, 프로그램 콘셉트 자체는 평범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그의 과제가 된 셈이다. 그의 시도가 ‘출연자 돌려막기’로 남을지, 세계관 확장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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