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물에서도 빛나는 K-고딩의 매력
28일 넷플릭스 공개
영화 ‘부산행’, ‘#살아있다’, ‘킹덤’ 시리즈 등 한국 정서를 녹여낸 좀비물이 국내외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익숙한 학교를 배경으로,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10대들이 새로운 활약을 펼치는 것이다. 청량하고 밝은 하이틴물의 매력이 섬뜩한 좀비물을 만나 의외의 시너지를 낸다.
ⓒ넷플릭스
오는 2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된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12부작의 넷플릭스 시리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온라인 시사를 통해 3회까지 공개된 ‘지금 우리 학교는’은 10대들 특유의 자유롭고 역동적인 에너지와 어울리는 빠른 전개로 지루할 틈 없는 흥미를 선사한다. 극 초반까지는 교복을 입은 풋풋한 10대들이 투닥거리며 우정을 나누고, 그 속에서 싹트는 사랑의 감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아기자기한 전개들이 미소를 유발하는 것은 잠깐이다. 순식간에 학교가 좀비 떼로 뒤덮이게 되며 본격적인 사투가 시작된다.
이후 ‘지금 우리 학교는’은 작품의 배경인 학교와 주인공인 학생들의 특징을 영리하게 활용하며 기존 좀비물들과는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양호실부터 급식실, 미술실, 학교 옥상, 교실 등 익숙한 공간에서 학생들은 때로는 의자와 책상을 활용해 좀비들을 막기도 하고, 교실 한쪽에 놓인 대걸레를 무기처럼 휘두르기도 한다. 녹음실의 컴퓨터와 마이크 등 다양한 소품들이 좀비와의 사투에 활용되면서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을 다이내믹한 장소로 변모시킨다.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아이들이 주인공인 만큼 보는 이들도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게 된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나 구축 과정이 길지 않았음에도 그들의 사투 과정에 깊게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설정 자체만으로 다채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같은 반 친구들이 좀비로 변하게 되면서, 좀비는 죽여야 하는 존재인 동시에 죽이고 싶지 않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친구를 의심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각 캐릭터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지켜보는 흥미도 생긴다. 아직 여물지 못한 아이들인 만큼 때로는 서툰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어른보다 더 성숙한 배려와 연대를 하는 모습이 뭉클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치열한 사투에 감정이 끼어들면서 자칫 신파로 흐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기기도 하지만, 이 역시도 주인공이 학생들이었기에 극복이 가능했다. 조금만 심각해지면 유치한 농담을 던지고, 위험한 상황에 긴장감이 고조되다가도 귀여운 허세에 분위기가 환기되곤 한다. 좀비물 후발주자로 나선 부담감 또한 한 캐릭터의 “‘부산행’이다”라는 대사로 가볍게 넘기는 센스도 보여준다.
마냥 가볍게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폭력과 같은 학교의 어두운 면도 담겨 있으며, 학생들 사이 갈등의 이면에는 빈부격차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도 녹아 있다. 꽤 많은 학생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큼 위기에 대처하는 다양한 유형의 인간군상을 접할 수가 있다.
물론 전개 자체는 모두가 예상하는 대로 흘러간다는 단점도 있다.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관계, 좀비 탄생에 숨겨진 비밀 등 극을 채우는 요소들이 새로운 작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익숙하게 아는 것들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의외의 흥미가 느껴진다. 초반 3회까지는 익숙하지만, 맛있게 요리된 음식을 먹는 재미만큼은 충분하게 느낄 수 있다.아직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남은 캐릭터들도 꽤 있어 추후 전개를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들은 물론, 학교 바깥의 어른들이 펼칠 활약 또한 예고만 된 상태다. 포문은 안정적으로 연 ‘지금 우리 학교는’이 남은 요소들을 얼마나 조화롭게 담아내며 이야기를 확장시킬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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