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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원전, 탄소중립 이행에 필수"…文정부 탈원전 요지부동


입력 2022.01.13 07:01 수정 2022.01.13 14:53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U, 차세대 원전에 30년간 680조 투자

원전보다 재생에너지 늘리겠다는 정부

전문가 "원전 K택소노미 차기정부에나 가능할 것"

티에리 브르통 유럽 내부시장 집행위원이 지난해 12월 14일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열린 디지털시장법 토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티에리 브르통 유럽 내부시장 집행위원이 지난해 12월 14일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열린 디지털시장법 토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유럽연합(EU)이 최근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써야 탄소중립이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당초 EU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탈탄소 에너지원으로 원전을 고려하지 않았으나 입장을 180도 선회한 것이다. 이는 EU의 반복적인 시뮬레이션에 의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현실적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불가하다는 결과가 수반된 것이라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탄소중립 시대 원전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탈원전 기조에 좀처럼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최근 환경부 장관은 EU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들어간 것에 대해 "한시적이고 조건을 덕지덕지 붙인 것"이라며 원전에 대한 투자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늘리는 데 주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탄소중립 선도 EU "원전 없는 탄소중립 불가"

EU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원전 가동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9일(현지시간) 프랑스 주간지 르주르날뒤디망쉬와 인터뷰에서 차세대 원전엔 2050년까지 5000억유로(약 680조원), 기존 원전도 2030년까지 500억유로(약 68조원) 이상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브르통 위원은 원자력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데 근본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특히 30년 뒤 전력 수요가 두 배로 늘어날 것을 고려할 때 유럽 내 무탄소 전력 생산을 정말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원자력이 오늘날 유럽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26%를 차지하는데 탄소 배출 없이 늘어나는 전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EU가 원전을 화석연료의 친환경적 대안으로 규정하는 가운데 나왔다. EU는 지난 2일 원전과 LNG를 그린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킨다는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그린택소노미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 위기 해소 등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을 '친환경'으로 분류해 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마련한 일종의 기준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주도적으로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는 EU의 이번 선언은 각국에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당초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전을 인정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입장을 변경한 것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EU가 자체적인 시나리오를 수십번 돌려본 결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만으로는 현실적으로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하다는 점을 인정한 결과다.


정부 "탈원전 포기 못해"…외국선 "K원전 최고"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11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환경부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11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환경부

EU의 선언에도 한국 정부는 탈원전 정책 기조에 요지부동이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EU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들어간 것에 대해 "한시적이고 조건을 덕지덕지 붙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고준위 폐기물 장소를 찾지 못해서 원전 부지 안에 보관하는 상태"라며 한국 원전에 EU의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대신에 "원전에 대한 투자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늘리는 데 주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각국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려가고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원자력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장관은 "'우리는 원전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러한 발언은 현재 국내에서 탈원전이 추진 동력을 상실한 실태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강하다. 현재 원전 정책을 수행하는 양대 기관인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대표이사 모두 탈원전에 대한 재고 필요성을 제기한 상황이다. 특히 한수원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포함한 6대 근거를 만들어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을 조목조목 반박하기까지 나섰다.


더욱이 정부는 원전 수출에 나설 때에는 원전 안전성과 경제성을 치켜세우며 홍보한 것으로 드러나며 공분을 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10월 말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 일정에 오르기 전 청와대에 '한국 원전의 경쟁력' '체코·폴란드 원전 사업 추진 동향' 등 자료를 만들어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 원전 핵심 경쟁력은 '풍부한 원전 건설・운영 경험과 견고한 Supply Chain(유기적 생산·공급 과정)' '높은 경제성'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에 있다고 명시했다.


한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이러한 정황은 정부 스스로도 친환경시대 원전 기술과 역할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 정치적 명분 때문에 굽히지 않았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환경장관이 EU 그린택소노미 방향에 따라 올해 중 원전을 K택소노미에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현 정부에서는 어렵고 차기 정부에서나 가능할 일"이라고 내다봤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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