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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85)] ‘웨일’이 지나온 시간 속의 목소리들


입력 2022.01.12 14:56 수정 2022.01.12 13:5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2017년 이후 5년 만에 습작 발매 프로젝트

지난달 30일 신곡 'Here I Am' 발매

가수 웨일이 2017년 이후 약 5년 만에 다시 대중을 찾았다. 최근 세 달 연속으로 발매한 프로젝트 싱글 ‘Obsession’ ‘Sing Again’ ‘Here I Am’ 등 3곡은 2013년 웨일이 직접 쓴 곡들이다. 오랜 시간 서랍 속에 넣어뒀던 곡들을 다시 편곡해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이다.


웨일의 지나온 시간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곡들을 두고 그는 ‘나를 치료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위로했던 음악들은, 이제 웨일의 목소리를 타고 대중들에게까지 위로를 안긴다. 가장 개인적인, 그래서 가장 보편적인 음악들로.


ⓒ본인 제공 ⓒ본인 제공

-2017년 이후론 활동이 거의 없으셨는데, 근황을 먼저 들려주세요.


2017년 이후로 음악은 잠시 내려놓고 지내게 됐고, 지난해부터 다시 싱글앨범을 발매하기 시작했어요. 여러 가지 삶에 있어 배움과 쉼의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슬럼프가 왔던 걸까요?


음악을 만드는데 있어서 슬럼프는 없었지만 방송이나, 공연을 할 때 공황장애를 겪었어요. 방송 섭외도 여러 차례 왔었지만 거절해야 했었죠. 해외활동 뿐만 아니라 수만 명의 관중 앞에서 춤도 추며 노래했었는데 말이죠. 그렇지만 내게 불쑥 찾아온 공황장애를 통해 나 자신을 하나씩 알아가고, 이해해가는 시간을 가지면서 ‘나’에 대해, 또 삶에 대해 너무나 큰 배움을 얻게 됐어요. 저에게 꼭 필요했던 ‘힘듦’이었다고 지금은 말 할 수 있게 되었네요(웃음).


-매달 1곡씩 발매하는 싱글 프로젝트를 시작하셨는데요. 기획 배경은 어떻게 될까요?


조금씩 다시 내 음악을 세상에 흘려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제 주변에서 마법 같은 일들이 저절로 일어나는 듯 했어요. 제 주변 지인들이 제가 자주 앨범을 발매하기를 바라고 계셨나 봐요. 저는 그저 부담 없이 두어 곡 만들어 볼까 했는데, 녹음실에 들어선 이후부터 모든 게 알아서 계획되어 갔어요. 신기하게도요. 하하. 제 오랜 동료 드러머 권영훈 씨와 오래 알고 지내던 믹스엔지니어 신홍재 씨 도움이 정말 컸어요.


-지금 발매하는 곡들이 2013년에 작곡한 곡들이라고요. 8년이 지난 지금, 다시 꺼내놓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이번에 발매한 첫 번째 싱글 ‘Obsession’이란 곡이 8년 전에 작곡한 곡이에요. 그 곡을 작곡했을 당시엔 몰랐었죠. 8년이나 지나서 세상에 나오게 될 거라고는. 뭐든지 다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의 ‘나’가 되기까지를 기다려준 곡이에요. 8년 전의 ‘내’가 아닌, 8년 후의 ‘내’가 완성해 주길 바랐던, 저에게는 살아 숨 쉬는 곡입니다.


-오래전 써놓은 곡을 발매함에 있어서, 걱정됐던 부분도 있나요? 아무래도 예전에 써놓은 곡이라 편곡 과정이 필요했을 텐데요.


걱정은 없었어요. 오히려 오랫동안 숙성시킨 와인을 귀한 손님 앞에 내놓듯 설렜죠. 편곡 과정은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었어요. 오래전 나의 감정 선을 어떻게 다시 이어갈 수 있을까가 아닌, 과거의 감정과 지금의 내가 오묘하게 합성되어 마치 시간을 뛰어넘는 느낌이었달까요?


-과거의 기억을 꺼내놓는다는 면에서 흥미롭기도 했을 것 같아요.


하나 얘기하자면, ‘Sing Again’이라는 두 번째 싱글 곡을 만들게 된 계기인데요. ‘싱어게인’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시즌1부터 엄청 인기였잖아요. 제 주변사람들이 “네가 저길 나가야 되는데”라는 소리를 제게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몰라요. 간혹 제 팬 분들께서도 ‘싱어게인’에 나와 달라고 DM을 보내기도 하시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고민 끝에 방송에 출연 할 수는 없으니, 순수한 저의 마음을 담아 ‘Sing Again’이란 곡을 만들게 되었어요.


ⓒ'Here I Am' 앨범 재킷 ⓒ'Here I Am' 앨범 재킷

-가장 최근에 발매된 신곡 ‘히어 아이 엠’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려요. 어떤 곡인가요?


‘나’라는 존재를 물끄러미 오래 바라보는 시간을 보내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내가 나에게’ 노래를 하나 만들어 불러줘야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곡이에요. 굉장히 개인적이지만 그래서 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노래라고 생각해요.


-이 곡을 ‘자신을 위로하며 진솔한 마음의 목소리를 담은’ 곡이라고 표현하셨어요.


‘누구나 다 깊은 상처 하나쯤은 있다’고 하잖아요. 저는 이 말이 참 불편했어요. 물론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라는 명제로 왠지 내가 가진 상처가 묵인되어야 할 것 같았거든요. 아픈 기억이 떠오를 때 마음껏 슬퍼할 수도 없을 것 같았어요. 왜냐하면 나만 아픈 기억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다 같이 사는 세상에서 지금 내가 마음껏 슬퍼하기엔 왠지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사실 누군가가 힘들어하거나 슬퍼할 때 우리가 쉽게 위로한다면서 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Here I Am’은 내 슬픔을 여실히 노래한 곡이에요. 덮어두었던 아픔을 다 꺼내 놓아도 괜찮고, 이 세상을 지금 힘겹게 이겨내고 있는 지금 여기 서있는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온전히 안아주고 느껴주기를 바라는 마음의 곡이에요.


-‘히어 아이 엠’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나 스스로 자신의 깊은 내면을 바라보고, 안아줄 수 있기를 바라요. 자신을 진정으로 깊이 사랑하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최근 발매한 3곡뿐만 아니라 습작들이 많을 텐데요. 특별히 곡을 선택한 기준이 있나요?


모두 제 삶의 사건들과 함께 무르익어 적당한 때에 자연스럽게 피어난 꽃처럼 선택된 곡들이에요.


-중저음의 따뜻한 보이스 때문인지 뭔가 뭉클함이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해요(웃음). 제 목소리를 그렇게 들어주셨다니! 오랜 공백에 마침표를 찍고, 이렇게 3곡의 싱글을 작업하면서 제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내가 자랑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저에게도 ‘치료’가 되는 곡들인 것 같아요.


ⓒ본인 제공 ⓒ본인 제공

-습작 발매 프로젝트는 12월로 끝인 건가요?


좋은 기운을 이어서 2022년 새해에도 정말 멋진 도전들을 해보려 해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또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반이 나오면 레코드 매장으로 단번에 뛰어가던 추억이 있어서 그런지 2022년에는 다시 한 번 꼭 음반을 멋지게 제작해 보고 싶어요. 뿐만 아니라 제 유튜브 페이지에서 라이브 영상을 자주 업로드할 계획입니다.


-올해가 데뷔 15주년이더라고요.


데뷔 15주년이라고요? 아이고…. 지금의 저는 데뷔 당시에 비해 너무나 자유로워진 것 같네요. 어떤 것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자유?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음악을 통해 ‘나를 발견하자’는 신념은 한결 같은 것 같아요.


-앞으로의 15년 이후를 상상해 본다면?


저는 오늘만 생각하고 살아갈래요. 하하. 하루 하루 ‘나’를 발견하는 삶을 계속해서 살아가다 보면 얻게 되는 보물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보물들이 저의 최종목표인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오래 기다려준 팬들에게 한마디.


조용히 숨죽이고 있을 때 그대들의 따뜻한 응원 메시지들이 정말로 큰 힘이 되었어요. 너무나 감사했고 좋은 음악으로 보답할게요. 사랑합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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