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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66)]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뮤지컬 배우 ‘정원철’


입력 2021.11.27 10:44 수정 2021.11.27 10:4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2022년 5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오디컴퍼니 ⓒ오디컴퍼니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은, 주위로부터 신임을 받고 그 안에서 기회가 주어진다.


뮤지컬 배우 정원철은 지난해 tvN에서 방영됐던 앙상블 서바이벌 프로그램 ‘더블캐스팅’에 출연해 최종 TOP4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쉽게 파이널 무대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그는 탈락에 대한 아쉬움보다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방송이라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정원철은 평소 버릇처럼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를 통해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에게 계속해서 기회가 주어지고, 그 기회 안에서 자신이 만든 캐릭터의 감정을 진실 되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더블캐스팅’에 출연하셨죠. 첫 무대부터 큰 이슈가 됐었는데요, 당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평이 있나요?


큰 이슈라고하면 쑥스러운걸요. 하하. 기억에 남는 평을 하나만 뽑기에는 어려워요. 여러 평들이 기억나요. ‘매력있다’ ‘특급악기를 가지고 있다’ 등의 말들이요. 덕분에 뮤지컬을 함에 있어서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2% 부족한 점들은 계속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종 TOP4까지 올랐는데요. 파이널 무대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요?


그 때 당시를 생각해보면 정말 고민도 많았고 아쉬움이 크게 남았던 무대인 것 같아요. 파이널 무대여서 어떤 곡을 해야 할지 여러 리스트가 있었는데, 선택했던 곡 말고 더 내가 무대 위에서 뛰어다니면서 잘할 수 있는 곡들을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이 들긴 했지만 후회는 없어요. 그 모습 또한 저의 모습이니까요. 그리고 제가 깨달은 게 더 많았던 방송이기도 했고요.


-다시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된다면, 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된다면 다시 참여해보고 싶네요(웃음). 물론 정말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준비하고 집중해서 시간을 쏟아야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해내는 보람과 실력이 좋은 참가자들을 보면서 좋은 자극을 받는 것까지 느끼는 게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저라는 사람이 준비해온 것들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귀여운 외모에, 반전의 무대 장악력을 보여주면서 방송 이후 팬들도 많이 늘었을 것 같아요.


일단 방송 이후 달라진 점은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SNS 댓글이나 DM으로 늘 응원하고 있다고 얘기해 주실 때마다 정말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방송에 참여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아무래도 제가 지금 걸어가는 길에 대한 확신과 믿음, 자신감을 조금은 얻은 것 같아요. 그래도 내가 꾸준하게 잘 준비하고 있는 게 맞는 거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현재 제 위치를 알게 되었고, 제 자신을 조금 더 돌아볼 수 있었고,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된 것들이 큰 수확이 아닐까요? 저에게 좋은 자극이었던 것 같아요.


ⓒ오디컴퍼니 ⓒ오디컴퍼니

-현재는 ‘지킬앤하이드’에 출연하고 있죠. 어떤 계기로 함께 하게 됐나요?


일단 ‘지킬앤하이드’라는 작품이 워낙 노래나 내용이 유명하기도하고, 영상으로도 많이 접하고, 공연도 많이 봐서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작품입니다. 사실 배역을 맡은 형, 누나들이 각자의 캐릭터들을 어떻게 표현해내는지 너무 궁금해서 옆에서 공부할 겸, 그 모습들이 보고 싶어서라도 꼭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가장 큰 계기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감사하게도 소대 1열에서 잘 공부하면서 보고 있답니다(웃음).


-정원철 배우가 해석하는 ‘지킬앤하이드’는 어떤 작품인가요?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인간의 양면성과 이중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습니다. 우리 내면에는 ‘하이드’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모르는 나의 또 다른 내 모습이 다들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들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라면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작품일 것 같아요.


-극 중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상류 귀족들의 행태와 모습들에 분노하는 하류층을 연기해요. 또 ‘지킬’과 오랜 시간을 지내온 친구, 긴박한 소식을 전하고 있는 신문팔이 등을 맡고 있습니다. 캐릭터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작업을 제일 많이 한 것 같아요. 텍스트를 보고 어떤 모습일지 분석한 것들을 많이 이미지화 했습니다. 그런 것들을 많이 시도하다 보면 더 좋은 것들이 나타나고, 공연을 하고 있는 지금도 ‘이렇게 해볼 수도 있겠다.’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예를 들어 하류층을 연기할 때는 어떻게 표현하는 게 더 하류층의 감정을 잘 보이게 할 지 매일 고민하는 것 같아요. 표정뿐만 아니라 몸짓도요. ‘지킬’ 친구들로 나올 때는 ‘지킬’이 정말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어요. 또 신문팔이로 나올 때는 최대한 그 긴박한 소식과 상황을 잘 전달하고 이 친구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 중에 있습니다.


-가장 애정하는 장면이나 넘버는?


모든 곡들이 정말 다 좋은데요, 하나를 꼽자면 ‘가면’(Façade)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초반에 배우들이 다 같이 나와서 하는 장면이라 그런지 무대에서 느껴지는 그 에너지가 너무 좋아요. 그 에너지가 객석에도 잘 전달이 되면 좋겠어요.


-연습 과정이나 무대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코로나19 이후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습을 하거든요. 연습이 끝날 때 보면 항상 마스크가 흠뻑 젖어 있던 게 기억이 나네요. 하하.


-작품에 참여하면서 힘든 점도 있나요?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 앙상블 역할을 하면서 매 장면에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 인물로서 무대 위에서 감정을 이어가고, 디테일한 연기를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던 것들이 아쉬웠던 점이였습니다.


ⓒ오디컴퍼니 ⓒ오디컴퍼니

-2015년에 데뷔한 이후 2년여의 공백이 있는데요. 군복무 때문이겠죠?


맞아요. 2015년도에 데뷔를 하고 바로 이어서 2016년도에 ‘명성황후’에 앙상블로 투입이 되었어요. 그 공연이 끝나고도 여러 오디션을 보고 합격 소식도 왔지만 많은 고민이 생겼습니다.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는 것이었죠. 사실 저는 계획을 세웠던 것이 여러 작품들을 해놓고 나라는 사람의 경력을 많이 세워놓고 군대는 늦게 가자는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제 뜻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작품을 하자니 군 입대가 늦어지고, 결국 작품들은 포기하고 입대를 결정하게 됐어요. 아직도 입대 날짜가 기억나요. 2017년 1월 9일이요.


-어떤 이유였든 공백기는 배우로서 힘든 시기였을 것 같아요.


쉽지 않았어요. 남들보다 늦게 군대에 갔고, 제 주변사람들은 좋은 작품들을 하고 있고요. 초반에는 힘들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군대에 있는 이 시간들을 어떻게 알차게 써야 할지 생각했는데, 답은 하나더라고요. ‘적당히 원하면 핑계가 생기고 간절히 원하면 방법이 생긴다’…. 군대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았어요. 일단 매일 운동을 하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주말에는 성당에 가서 노래를 부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알차게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휴가 때마다 나가서 레슨도 받고, 친구들과 뮤지컬 장면을 만들어서 발표도하고, 또 군장병을 대상으로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오디션이 올라와서 최종까지 오디션을 보러 밖에 나가기도 했고요. 아쉽게도 기간이 맞지 않아서 참여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무튼 아주 알차게 군대에서의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어떻게 받아들이면 슬럼프인데 저에게는 그게 충전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가 되기까지, 그리고 지금 무대에 오르고 있는 현재 정원철 배우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사람이나 사건이 있나요?


저는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에게 좋은 자극을 주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도 그 중에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셨던 분을 한 분 뽑자면 지금 ‘곤투모로우’의 안무 감독이자 배우로도 활동하시는 심새인 선생님이에요. 예전에 저는 나약한 사람이었거든요. 힘들면 포기하고, 피곤하면 쉬고 싶고. 근데 그런 나약했던 저를 바뀌게 해주신 분이 그분이에요. 스터디를 하면서 더 고민하고 하루를 어떻게 알차게 쓰고 연습을 해 나가야 하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 인생의 큰 터닝 포인트를 주신 분이예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사한 스승님입니다.


-올해가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정원철 배우에게 2021년은 어떤 한 해였나요?


저에게 2021년은 저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갔던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제 자신을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부분도 보이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조금 더 집중했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네요.


-앞으로의 행보도 궁금합니다. 어떤 활동들을 보여주실 건가요?


일단은 지금처럼 무대에서 제 목소리로 연기하고 싶어요. 새로운 모습들,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아직 못 보여드린 것들도 너무 많고 제가 원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잘 준비하고 공부하다 보면 더 좋은 모습들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찾아오지 않을까요? 저도 앞으로가 궁금하네요.


그리고 일단 제 가족과 주변사람들과 행복하게 사는 게 저의 가장 큰 목표고요. 배우로서는 ‘누구누구답다’라고 하면 그 뒤에 떠오르는 그림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무대 위에서 연기했을 때 ‘역시 정원철답다’라면서 무언가 떠오르는 그림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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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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