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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때리기, 글로벌 경쟁 족쇄 채우지 말아야 [최은수의 시시비비]


입력 2021.10.25 07:00 수정 2021.10.25 05:52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기업 국내 장악력 높이며 역차별 문제 심화

해외는 '자국 플랫폼' 보호에 초점 맞춰있지만 국내는 반대

'플랫폼 때리기'에 해외기업 견제는 뒷전…글로벌 육성 관심 가져야

구글,페이스북,네이버, 카카오 로고.ⓒ각 사 구글,페이스북,네이버, 카카오 로고.ⓒ각 사

"유튜브에 인스타그램, 넷플릭스까지 국내 시장을 점점 잠식하고 있다. 부끄럽지만 시장을 뺏기고 있는 상황이다."(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올해 국정감사는 '플랫폼 공청회'를 방불케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기업 증인으로 대거 채택되며 플랫폼 독과점 문제로 뭇매를 맞았다. 특히 논란의 중심이 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세번이나 국정감사에 참석하며 반복되는 국회의원들의 질타에 연일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국정감사 마지막 날에는 네이버와 카카오 창업자 모두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호소하며 국내 플랫폼 현주소를 제시했다. 구글, 유튜브 등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국내에서 네이버, 카카오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의 국내 플랫폼 규제 집중이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시킬 수 있단 것이다.


한국은 인터넷 검색, 모바일 메신저 등 주요 IT 서비스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자국 업체가 1위를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특히 네이버는 더 나아가 글로벌 진출에 적극 나서며 해외 IT기업과 경쟁에 힘써왔고, 자국 플랫폼을 보유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 구글과 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틱톡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국내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여러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며 네이버, 카카오를 위협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규제, 심의, 세금, 망 사용료 등에서 해외 IT기업이 국내 업체보다 유리한 ‘역차별’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 논란이다. 넷플릭스는 국내에 진출한 뒤 트래픽 발생량이 급증했지만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인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반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제공업자(CP)들은 많게는 1000억원에 이르는 망 사용료를 매년 지불하고 있다.


세금 문제 역시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애플·페이스북·넷플릭스 등 글로벌 IT 기업 134곳이 2019년 납부한 세금은 2367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국내 IT 기업인 네이버 한 곳이 낸 법인세 45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만연해진 역차별 속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갈라파고스 규제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공정위의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전상법)과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공정화법), 방통위의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이용자보호법) 등 입법 예고된 법안들 역시 이런 역차별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가 비대면 수혜에 힘 입어 매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시가총액 3~4위를 다투는 국내 대기업으로 성장해 '플랫폼 공룡'으로 떠오르자 이같은 규제 움직임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내 플랫폼은 아직까지 글로벌 플랫폼에 비하면 매출 뿐만 아니라 시가총액, 영업이익 등을 비교하면 굉장히 규모가 작다. 실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시가총액은 커졌지만 네이버,카카오를 합쳐도 이통사보다 못한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항변한 바 있다.


그런데 정작 정부에서는 우리 기업들 때리기에 열심히다.올해 국정감사 역시 국회의원 체면 세우기를 위한 '기업 망신주기' 행보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는 플랫폼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부 규제나 정책 차원의 합리적인 해법이 아니다. 이들은 정작 네이버,카카오가 제기한 역차별 문제나 글로벌 기업에 대한 견제 장치 요구에 관심을 보이거나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우리가 이제 성장 궤도에 오른 자국 플랫폼의 글로벌 플랫폼과의 싸움을 오히려 ‘규제’로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이켜 봐야하지 않을까. 성장통에서 비롯되는 독과점 폐해는 바로잡되 글로벌 IT기업에 대한 법적 구속과 국내 플랫폼의 해외 진출 지원 등을 함께 들여다 보는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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