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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암초 만나 동력 잃은 공공재개발


입력 2021.10.25 07:03 수정 2021.10.22 17:10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흑석2·신설1 등 비대위 연대, "사유재산 침해" 반발

LH사태에 대장동 이슈까지, 공공주도 신뢰 잃어

"과도한 개발이익 환수 등 우려 커질 수도"

정부의 주택공급 핵심 방안으로 꼽히는 공공재개발이 최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뉴시스 정부의 주택공급 핵심 방안으로 꼽히는 공공재개발이 최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뉴시스

정부의 주택공급 핵심 방안으로 꼽히는 공공재개발이 최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공공이 주도하는 개발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주민 신뢰도가 추락해서다.


2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구성된 '공공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시청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기존 흑석2구역을 중심으로 신설1구역, 금호23구역 등이 연대했으나 이번 기자회견에는 신길4구역, 홍제동3080구역, 강북5구역 등도 동참했다.


비대위 측은 공공재개발로 서울 한복판에서 제2의 대장동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공재개발은 전체 주민 10% 동의만 얻으면 사업 제안 및 후보지 지정이 가능하다. 또 면적 요건 없이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동의만 얻으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민간재개발이 토지 소유자 4분의 3 이상 동의,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 토지주 승낙을 얻어야 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은 셈이다. 비대위 측에 따르면 흑석2구역의 경우 주민동의율은 60%에 이르지만, 이들이 소유한 토지면적은 전체의 10% 정도에 그친다.


비대위 관계자는 "(대장동 사태를 통해) 국민의 재산을 헐값에 수용해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투기세력을 배 불리는 걸 봤다"며 "이제는 80% 토지를 소유한 사람의 생존 기반이자 400여명에 이르는 자영업자 생계 터전을 빼앗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공재개발은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장동 개발사업처럼 공공이 주도하는 민관협력 방식을 취한다.ⓒ공공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공공재개발은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장동 개발사업처럼 공공이 주도하는 민관협력 방식을 취한다.ⓒ공공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그러면서 "주민 의견은 전혀 무시하고 도심에서 무자비한 수용 절차와 다름없는 공공재개발이란 허울을 쓰고 주민 재산권을 박탈하는 건 대장동 사태와 다를 바 없다"며 "전체주의를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사업 방식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공공재개발은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장동 개발사업처럼 공공이 주도하는 민관협력 방식을 취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해당 방식으로 대장동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5000억원가량의 개발이익 환수가 가능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원주민들 사이에선 공공이 나서서 헐값에 토지수용을 가능케 한 탓에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단 원성이 자자하다.


정부가 사업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과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단 점도 발목을 잡는다. 공공재개발 추진 시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용적률 최대 600%, 층수 최고 50층까지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늘어난 용적률의 일부 면적은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대장동 개발사업 역시 분상제 적용을 받지 않았다. 단기간 주택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당시 높은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해 인근 지역으로 내몰린 원주민들도 상당하다. 이미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 고분양가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주민들은 대장동 사례처럼 토지보상을 받고 내몰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밖에 주택공급에만 치우쳐 주민들의 주거여건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단 볼멘소리도 나온다. 비대위 측은 서울 시내 다른 공공재개발 반대 구역과 연대를 확장해 공공재개발 철회를 위한 집회 등을 계속한단 계획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공공재개발은 보상과 관련한 이슈와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겠냐는 의구심, 분담금 관련 이슈가 계속되는 사업"이라며 "대장동 이슈를 기점으로 공공이 개발이익을 과도하게 환수해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LH사태와 이번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으로 공공에 대한 신뢰를 잃을 대로 잃었는데 정부는 밀어붙이기식으로 주택공급에만 집중하다 보니 주민들 반발이 더 커진 것"이라며 "공공을 내세우면서 오히려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또 다른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반대 의견도 적절히 수용해 제도 개선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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