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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오프라인 성장동력 또 잃나…퀵커머스 규제 ‘예의주시’


입력 2021.10.25 07:02 수정 2021.10.22 14:57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산업부, 유통산업 영향 연구 발주

내년 최종 보고서 토대로 유통법 개정

업계 “소비자 편익은 또 빠진 정책”

전문가들 “강제보단 상생할 방법 강구해야”

현대백화점이 지난 7월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주문 후 30분 내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인 가운데, 배송 기사가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이 지난 7월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주문 후 30분 내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인 가운데, 배송 기사가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현대백화점그룹

정부의 퀵커머스(즉시배송) 규제 움직임에 유통업계가 일제히 긴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뜩이나 어려웠던 유통기업들의 신성장동력 확보에 제동이 걸릴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퀵커머스 등 유통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진출한 퀵커머스 서비스의 현황과 골목상권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중소유통업과 상생 방안 등의 정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 내년 3월 최종 보고서가 나올 전망이다. 정부 여당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 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퀵커머스는 도심 마이크로 풀필먼트(MFC)나 점포 거점을 활용해 생필품을 30분~1시간 내 문앞까지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코로나19 사태와 비대면 소비가 맞물리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다.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규제는 퀵커머스로 골목상권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본격화 됐다. 가공식품, 신선식품 등 취급 품목이 기존 슈퍼마켓이나 식료품점 제품과 대부분 겹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산업부 국감에서 “배달 플랫폼과 대형 유통업체들이 배송시간 단축 경쟁을 벌이며 골목으로 침투하고 있다”면서 “상권영향평가 등 최소한의 제도적 관리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수퍼마켓(GS THE FRESH, GS더프레시)가 서비스하는 퀵커머스 ‘우동 마트’의 10월 일평균 매출이 9월 일평균 매출 대비 132% 신장했다.ⓒGS리테일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수퍼마켓(GS THE FRESH, GS더프레시)가 서비스하는 퀵커머스 ‘우동 마트’의 10월 일평균 매출이 9월 일평균 매출 대비 132% 신장했다.ⓒGS리테일

유통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오프라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잇따라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했으나 또 다시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 탓이다. 규제가 본격화 될 경우 유통기업뿐 아니라 물류·플랫폼기업까지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통업계는 유통 플랫폼과 제휴하거나 오프라인 점포를 거점으로 활용해 배달 네트워크를 강화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배달의민족 B마트, 쿠팡이츠마트, GS25 우리동네 딜리버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롯데쇼핑 등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 기업들은 퀵커머스 사업의 확장은 단순 ‘골목 상권 침해’와 직접적으로 연결 짓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미래먹거리 확보차원에서 필연적이라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오프라인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장기간 오프라인 규제로 인해 성장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지난 2010년 정부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등을 보호 대상으로 보고, 대규모 점포에 대한 영업 제한 등 규제를 집중했다. 신규 출점 문턱은 높아지는 반면, 폐점은 늘면서 신규 먹거리가 절실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각종 신사업에 대한 규제가 계속되면서 업계의 발전에 저해되는 과도한 규제로 보여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어렵게 신사업을 개발해 조금만 잘 된다 싶으면 규제한다고 나서니 이제는 새로운 사업 구상도 못 하겠다”고 하소연했다.


중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책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편익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배달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대폭 제한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욱 답답하다. 우리나라 유통 관련 각종 규제는 모두 ‘소비자’가 철저히 배제됐다”며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일부 소상공인단체들의 목소리에만 집중해 규제가 정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입법기관과 전문가 모두 규제 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섣부른 규제 도입이 비대면 소비 변화에 대응한 신사업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규제보다는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바라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퀵커머스 서비스가 소상공인들이 취급하는 품목과 상당수 겹친다는 점에서 기존 유통산업발전법과는 또 다른 문제로 부딪힐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공감을 하고 있다”면서도 “유통기업들이 새로운 현식적인 서비스를 도입하는데는 이유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규제를 통해 무조건 하지 못 하도록 강제하기 보다는, 사례 조사와 피해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분석해 핀셋규제를 하는 것이 옳은 방향으로 보인다”며 “예를 들어 특정 품목 10개를 골라서 못 팔게하는 등 최소한의 규제로 가고 함께 상생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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