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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감독의 위기 or 기회①] 줄어드는 영화제·독립영화, 제2의 나홍진 어디서?


입력 2021.10.21 14:30 수정 2021.10.21 14:1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미쟝센단편영화제·인디다큐페스티발 중단 선언

“어떤 사회라도 발전을 하려면 중간 계층이 잘돼야 한다”

“이대로는 ‘포스트 봉준호’를 기대할 수 없다.”


지난 2019년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후 영화인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다. 창의적인 영화 또는 감독을 배출하기 힘든 국내 영화 제작 환경을 향한 우려였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봉 감독의 시작은 다소 초라했다. 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한 그는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모순적인 인간에 대한 재치 넘치는 풍자를 보여주며 신인 감독의 패기를 인정받았다. 이후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옥자’ 등을 거쳐, 지난 2019년 ‘기생충’을 탄생시켰다.


영화계에서는 지금의 경직된 제작 환경에서는 ‘플란다스의 개’가 탄생하기도, 이 영화의 실패 이후 새로운 기회를 받기도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생충’ 이후 ‘포스트 봉준호법(가칭)’을 촉구한 영화산업 구조개혁 법제화 준비모임은 그 이유로 일부 인기 영화에만 스크린을 몰아주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꼽으며, 대기업의 영화 배급업 및 상영업 겸업 제한,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금지, 독립·예술영화 및 전용관 지원 제도화를 주장했다.


코로나19 이후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0년 한국영화산업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개봉편수는 1693편이었고, 이 중 실질개봉편수는 578편이었다. 전년에 비해 전체 실질개봉편수는 69편 감소했다. 한국영화 실질개봉편수는 전년 199편에서 34편 감소한 165편에 그쳤다.


영화계 전체가 위축되면서 도전과 모험에 투자할 확률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기존 영화감독들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신인 혹은 감독 지망생들의 설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신인 감독은 “인지도 높은 중견 감독의 영화가 최근 무겁다는 이유로 투자를 받지 못했다. 스타, 감독 배우가 합류해도 흥행 위험도가 높으면 제작이 쉽지 않다는 게 놀라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여기에 신인 감독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보여주는 창구가 되곤 했던 영화제, 독립영화에도 찾아온 위기를 체감하는 신인 감독들이 더욱 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여전히 굳건하고,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를 비롯해 각종 영화제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운영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신인 감독 등용문 역할을 하던 대표 영화제들이 폐지 소식을 전하면서 더욱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미쟝센단편영화제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미쟝센단편영화제는 김한민, 나홍진, 윤종빈, 이경미 등 지금은 스타 감독이 된 이들의 재능을 발견케 한 영화제였다.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지난 1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코로나19 유행과 극장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 이에 따른 한국 영화계의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긴 고민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며 “이에 올해를 기점으로 영화제 형식 페스티벌을 종료한다. 올해 경쟁 부문 공모는 없으며 20주년을 기념하는 간단한 프로그램만 치러질 예정”이라고 폐지 소식을 전했다.


관객들과 만나기 쉽지 않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대표적인 창구였던 인디다큐페스티발도 최근 영화제 및 사무국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알렸다. 인디다큐페스티발 측은 “팬데믹 상황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영화제를 지속할 수 있는 물적 기반과 새로운 동력을 갖추기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신인들의 가능성을 뽐낼 수 있는 기회가 되곤 하는 독립영화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전체 독립·예술영화 중 한국영화의 개봉편수는 전년 대비 약 13.0% 감소했으며, 관객 수는 8배 이상의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관객 수와 매출액이 40% 이상 급감했으며, 한국 독립·예술영화에 한정하면 감소폭은 70%에 달한다.


영화 ‘구토’, ‘내언니전지현과 나’를 연출한 박윤진 감독은 “영화제의 경우엔 상업 영화가 아니라 관객들을 만날 기회가 없던 영화들에게 기회를 주는 의미도 있지만, 영화제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업계 관계자들이 있다. 네트워크 형성의 기능도 하는데, 그런 부분이 사라진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인 감독은 “상황이 달라지는 건 없다. 시나리오를 쓰고, 그게 좋으면 입봉을 하는 건데, 투자자나 제작자들이 좀 더 안정적인 방식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두, 세편 찍은 감독님들도 정말 많은데, 굳이 초보 감독에게 맡기기는 불안정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다.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경향이 짙어지다 보니 신인 감독들에게 그 영향이 크게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니 못 올라오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하지만 어떤 사회라도 발전을 하려면 중간 계층이 잘돼야 한다. 신인을 육성하고, 키우는 것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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