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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75)] 재미로 만든 밴드 ‘햄파클’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


입력 2021.10.21 11:01 수정 2021.10.27 11:0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햄스터 파우더 클럽, 첫 정규 10월 14일 발매

동물의 얼굴을 한 뮤지션들이 함께 밴드를 하겠다고 모여 작업을 시작한다…. 팀 결성부터 작업 과정을 익살스럽게 풀어낸 이 만화는 밴드 햄스터 파우더 클럽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사·작곡·보컬·건반을 맡고 있는 김이미르와 기타·아트웍을 담당하는 맜살을 주축으로 지난 2018년 시작된 이 밴드는 드러머 강다니엘(Mus1qu_el)과 베이스 김나연이 합류하면서 지금의 4인조 햄스터 파우더 클럽이 됐다.


ⓒ햄스터 파우더 클럽 ⓒ햄스터 파우더 클럽

햄파클은 밴드를 결성하게 된 것을 단순히 ‘재미’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들이 만든 앨범의 면면을 보면, 어느 뮤지션 못지않다. 밴드 활동은 어느새 그들 일상에도 깊숙이 스며들었고 이제 그들은 “한 명이라도 듣는 사람이 있다면 음악을 하겠다”고 말한다.


-팀 이름이 매우 독특한데요.


맜살: 제가 햄스터를 좋아해요. 귀엽잖아요. 그리고 만화 ‘포켓몬스터’ 기술 중에서 ‘매직 파우더’란 기술이 있는데 그 두 가지 단어를 결합시켜봤습니다. 미르랑 화곡역 인근에 족발집을 가는 도중 상의했던 이름인데 만족스러워요.


-밴드 멤버들은 어떻게 구성됐나요?


맜살: 미르를 처음 만난 건 ‘2018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밴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 공연을 볼 때였어요. 당시 미르는 힙합 뮤지션이었고, 저는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었을 때였죠. 어느 날 미르가 저에게 뮤직비디오 작업을 의뢰했었고, 작업실에 놀러 가서 잼을 했는데 의외로 잘 맞아서 무작정 밴드를 하자고 제안했죠. 그 뒤로 ‘핫도그 댄스’ ‘캐럴’이라는 곡을 만들면서 합주할 멤버를 찾아 나선 거예요. 인스타그램 친구였던 나연이가 베이스 치는 영상을 올려서 베이시스트로 영입했고, 또 다른 인스타그램 친구인 다니엘이 드럼 연주를 도와준다고 해서 멤버로 영입했습니다.


-햄파클로 활동하기 전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강다니엘: 밴드 합류 이전에 다른 아티스트들, 특히 싱어송라이터들과 앨범 세션 작업을 자주 했거든요. 그래서 인디음악 작업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햄스터 파우더 클럽에 합류하고 나서는 확실히 세션이 주는 느낌과 밴드 멤버가 느끼는 감정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세션 드러머로서 연주를 할 때는 원곡자의 생각에 바탕을 두고 원하는 연주를 하면서 그 음악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해줘야한다고 생각하고, 밴드 멤버로서 연주 할 때는 ‘멤버들이 쓴 곡을 내가 썼더라면 드럼을 어떻게 연주했을까’라고 생각하고 연주를 한 것 같아요. 밴드 멤버로서의 객체를 완전히 파악을 하게 된 점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이미르: 이전에는 주로 혼자서 작업하는 시간이 많았다면 햄파클을 시작한 이후로는 합주나 녹음 등 함께 작업하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주로 혼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인데 의도치 않게 전보다 외출 횟수가 늘어난 점이 가장 좋습니다.


김나연: 저는 지금까지는 음악을 좋아하는 팬의 입장이었습니다. 햄파클 활동을 통해서 처음으로 악기를 들고 무대에 서본 게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습니다.


맜살: 그전엔 매일 혼자서 방구석에서 기타 치는 게 전부였는데, 햄파클 친구들이랑 같이 연주를 할 수 있어서 좋았고, 햄스터 낙서를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하하.


-각자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던 멤버들이 모였는데요, 멤버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성이 있나요?


조금은 바보 같더라도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자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목표는 구글에 햄스터를 치면 최상단에 뜨는 뮤지션이 되는 것입니다.


ⓒ햄스터 파우더 클럽 ⓒ햄스터 파우더 클럽

-첫 앨범 ‘Goodnight Everyone, No More Magicpowder’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정규 형식이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 것 같아요.


맜살: 저는 Ep나 디지털 싱글 단위로 음악 감상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풀랭쓰 앨범 단위로 듣는 걸 좋아해서 이왕 앨범 내는 거 깔끔하게 정규앨범으로 내고 싶었습니다.


조금은 쓸쓸해 보이기도 하지만, 반짝반짝하고 사랑스러운 앨범입니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프랭키 코스모스(frankie cosmos), 언니네 이발관과 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해보고 싶어서 슈게이징, 파워팝, 포스트펑크 장르를 적절히 섞어서 만들어봤습니다.


-앞서 언급하셨던 ‘Hotdog Dance’를 타이틀곡으로 올렸네요.


김이미르: 네. 맜살 형이 스케치로 보내준 기타 리프에 제 맘대로 무작정 가사와 멜로디를 붙여서 녹음했는데 (제가 보컬 파트를 맡기 전에) 형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던 게 기억나요. 이후의 곡들도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었어요. 이 곡이 햄파클의 첫 시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맜살: 햄스터 파우더 클럽을 조금 알리게 된 계기가 된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곡을 완성하고 나서 SNS와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렸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노래가 좋다고 사운드클라우드, 유튜브 구독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리프와 곡 진행을 30분 만에 완성시켜놓고 프로젝트명을 무작정 ‘핫도그 댄스’로 저장했는데, 미르가 가사를 굉장히 멋있게 완성시켰어요. ‘핫도그 댄스’는 작년에 제가 그린 일러스트의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곡을 쓰면서, 또 앨범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요?


김이미르: 곡의 테마를 만들어주는 멜로디를 썼습니다. 맜살 형의 코드 진행이나 리프가 마치 살아서 꿈틀거린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런 느낌들은 그대로 지키면서 동시에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직관적인 코드 진행을 기반으로 제 음색이 잘 묻을 수 있는 멜로디를 만들었고, 곡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면서도 개성 있는 신스를 얹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힘차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이 나는, 햄파클만의 곡들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맜살: 멜로디를 제일 중요시했습니다. 무조건 쉽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로 채우고 싶었어요. 틴에이지 팬클럽(Teenage Fanclub)이나 검정치마처럼.


-가사에도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아요.


김이미르: 맞아요. 평소 가사 쓰기 전에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상황이나 장소 등을 떠올리고 거기서 어떻게 행동할지, 어떤 생각을 할지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그런 상상을 확장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학 작품들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이번 앨범의 가사들도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 동시에 약간은 아리송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가사를 쓸 때의 의도는 분명하지만 빈 공간을 남겨 듣는 사람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거죠.


-‘Name’이나 ‘Lalapipo’ 등 같은 가사가 반복되는데 이것도 말씀하신 ‘빈공간’과 같은 의도일까요?


김이미르: 네, 하나의 단어, 또는 하나의 문장이 반복되어 줄 수 있는 감동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전부 풀어쓰지 않고 어렴풋한 느낌만을 전달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거기에 어떤 형태를 더하는 방식인거죠. 허밍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곡에서 영어 가사이고, 마지막 트랙인 ‘Sad Kitchen’만 한글 가사네요. 이 구성에도 특별한 의도가 있었나요?


김이미르: 주로 듣는 음악들이 해외 인디, 락 음악들이라 거기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스케치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영어로 하는 편이에요. 또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사람들이 듣고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마지막 트랙인 ‘새드 키친’은 제가 햄파클 결성 이전에 스케치 해두었던 곡이에요. 맜살 형이 작업실에 놀러 왔을 때 마음에 들어 했던 곡 중 하나인데 앨범에 잘 섞이도록 멤버들과 함께 편곡을 해서 수록하게 되었어요. 한글이지만 가사가 들릴 듯 말듯 보컬이 곡에 묻혀 있는 느낌이라 다른 트랙들과의 조화도 잘 맞았고 마지막 곡이 하나뿐인 한글 가사인 점도 좋았어요.


ⓒ햄스터 파우더 클럽 ⓒ햄스터 파우더 클럽

-만화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죠. 햄파클 SNS를 통해서 만화를 접하게 됐는데요. 팀을 소개하고, 일상을 담아내는 방식이 정말 신선하게 읽히더라고요.


맜살: 4년 전에 웹툰 작가로 데뷔해서 코미코라는 사이트에서 연재했었는데요. 그 뒤로 제 일상을 글로 풀어내는 것보다 만화를 그리는 게 사람들의 머릿속에 더 기억에 남는 것 같고 반응이 좋아서, 자연스럽게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명이라도 좋으니 이 만화를 보고 나서 햄스터 파우더 클럽의 음악을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워낙 재기발랄한 느낌이 있어서, 앞으로 햄파클의 음악은 물론 그 외의 행보에도 더 기대가 돼요.


맜살: 사실 저희들끼리 놀기 위해서 음악을 만든 거였고 1집 내고 해체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앨범 나온 이후에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더라고요. 하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나 ‘GMF’ 같은 대형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언젠간 아이슬란드에서도 공연해 보고 싶습니다(웃음).


-몇 달 전엔 팬들을 대상으로 음감회도 열었죠. 당시의 반응은 어땠나요?


김이미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정말 놀랐고 저희 음악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앨범이나 햄파클에 관한 질문들도 많이 해주셔서 좋았어요.


강다니엘: 다들 낯설게 느끼실 수도 있는 저희의 음악을 재밌게 즐겨주신 게 감동이었어요. 함께 고개를 들썩이시면서 들어주시는 분도 계셨고, 멤버 각자를 보면서 음악에 비춰보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드러머가 관객이 잘 안 보일 것 같지만 은근 잘 보인답니다) 저는 참 신기하고 놀라운 하루였어요. 그리고 저는 공연이 하나의 퍼포먼스이자 음악에 대한 피드백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이 끝나고 오셨던 분들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내가 밴드에서 맡은 부분에 대해서 돌아보는 값진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 같아요.


김나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또 이런 때에 관객분들께서 저희 노래를 즐기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맜살: 8년 전에 인디밴드 커뮤니티에서 댓글 달면서 놀던 인터넷 친구들을 실제로 만나서 신기했습니다. 다들 노래가 좋다고 칭찬해 주시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어요.


-다음 앨범도 준비 중이신가요?


맜살: 1집을 슈게이징과 파워 팝 장르에 기반으로 두고 작업을 했는데, 2집은 조금 다른 느낌으로도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어떤 게 나올진 아직 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근데 2집도 귀에 잘 들어오는 음악으로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햄파클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요?


맜살: 앞서 말했던 것처럼 대형 페스티벌 무대에도 서 보고 훗날 사람들이 햄파클의 음악을 계속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2020년대 명반 리스트가 나왔을 때 햄파클의 앨범이 순위에 오르길 바라고 있습니다. 원래 1집 내는 게 목표였는데, 이젠 햄파클의 노래를 한 명이라도 듣는 사람이 있다면 계속 음악을 할 것 같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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