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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증 사용하면 문제아로 낙인 찍힐까봐 두려워요"


입력 2021.10.21 06:02 수정 2021.10.20 14:20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학생증과 같은 혜택 받도록 하자 취지로 도입했지만…올해도 청소년증 발급률 겨우 10% 웃돌아

교사 "문제아 낙인효과 때문…청소년을 학생증과 청소년증으로 구분하는 것은 차별"

전문가 "모든 청소년들이 학생증 대신 청소년증 사용하는 보편적 청소년증 돼야"

"법적효력 있는 청소년증 실효성 높이려면…보편적 복지 등 확실한 혜택 제공과 홍보 필요"

청소년증 ⓒ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증 ⓒ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들의 공적 신분증인 '청소년증'은 학교 밖 청소년들도 학생증을 가진 청소년들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여전히 그 발급률이 저조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청소년증을 사용하면 학교에 다니지 않는 문제아로 낙인찍힐까 봐 발급 받기를 꺼리고 있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청소년증이 모든 청소년이 이용하는 보편적 신분증으로 자리 잡도록 해서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낙인효과를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소년복지지원법 제4조에 따라 만 9세에서 만 18세 청소년에게 발급되는 청소년증은 공적 신분증이다. 성인들의 주민등록증처럼 신분을 확인하는 데 사용되고 대중교통·문화·여가시설 등을 이용할 때 제시하면 청소년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청소년증이 도입된 지 19년째인 올해도 청소년증의 발급률은 겨우 10%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김정재 의원이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전국 청소년증 발급건수 및 발급률'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청소년증 발급률은 11.95%, 2020년은 14.53%에 불과했다.


중학교에 재학 중인 정모(16)양은 "학생증도 아닌 청소년증이 따로 있는 줄 몰랐다"며 "학교에서 발급받은 학생증을 갖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신분 확인을 한다거나 학생증을 제시할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청소년증의 경우도 비슷할 것 같아 굳이 발급받아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자퇴 후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김모(18)군은 "안 그래도 자퇴를 했다고 하면 이유도 묻지 않고 불량 청소년이라고 단정 짓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래서 청소년증을 발급받는 것이 더욱 꺼려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까지 청소년증이 필요한 경우가 없었고 낙인효과를 감안하고서라도 발급받아야 하는 장점이나 혜택 또한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김모(30)씨는 "한 학교에서는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을 구분하는 낙인효과를 없애고자 자체적으로 학생들이 학생증이 아닌 청소년증을 이용하게 한 사례도 있었다"며 "청소년을 학생증과 청소년증으로 구분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하고 모든 청소년이 학생증이 아닌 청소년증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자 자연스러운 일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청소년증 ⓒ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증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청소년증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청소년증이 모든 청소년이 사용하는 보편적인 신분증이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보다 나은 혜택 제공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철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학생증은 법적 효력이 없는 반면 청소년증은 법적 효력이 있는 청소년들의 신분증"이라며 "하지만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은 학생증을 받고, 학교 밖 청소년들만 청소년증을 발급받는다고 생각하다 보니 낙인효과와 같은 차별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모든 청소년이 갖는 보편적 청소년증이 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확실한 혜택이 필요하다"며 "교통비 할인 등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청소년 교통비, 각종 청소년 수당, 교육참여 수당 등을 청소년증에 지급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유석 행정사는 "청소년증과 학생증을 굳이 구분하다 보니 낙인효과와 같은 문제가 생긴다"며 "학생증 자체를 없애고 청소년증으로 통합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행정사는 "모든 청소년에게 청소년증을 발급받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만약 학교에 다닌다면 청소년증에 학교를 따로 표시하는 방식으로 바뀌면 낙인효과 문제도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청소년증과 청소년증 발급을 통해 받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한 홍보 또한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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