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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선출과 친문의 위기…'제2 후단협 사태' 부를까


입력 2021.10.17 00:00 수정 2021.10.16 23:36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친문 전해철·홍영표, 당내 선거 잇단 패배

'미래 권력' 김경수 수감으로 구심력 상실

이재명, 주도권 잡았지만 불안한 입지

권력구도 혼란 속 '후보 교체론' 주목

1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선 후보가 송영길 당대표등 의원들과 손을 들어 대선승리를 다짐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선 후보가 송영길 당대표등 의원들과 손을 들어 대선승리를 다짐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며 여권 내 권력 지형에 변화가 예상된다. 자타공인 비주류였던 이 지사의 전면 등장은 그 자체로 당내 주도세력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지사와 대척점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던 친문 주류세력과 그 지지층은 이번 패배로 궁지에 몰리게 됐다.


사실 친문 주류의 쇠퇴 조짐은 대선 경선 이전부터 있었다. 21대 국회 출범 후 첫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문 핵심으로 통했던 전해철 의원(현 행정안전부 장관)이 김태년 의원에게 10표 차 석패한 것이 시작이었다. 지난 5월 전당대회에서는 당대표에 도전한 홍영표 후보가 송영길 현 대표에게 불과 0.5%p 차이로 패하며 당권을 넘겨줬었다.


친문을 대표하는 차기 대선주자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잠재적 대선주자로 여겨졌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며 낙마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막판 이낙연 전 대표로 결집했으나, 늦은 측면이 있었고 이미 친문 진영 외곽에 있었던 의원들이 떨어져 나가며 분화는 진행되고 있었다.


친문 진영의 한 핵심 인사는 “짧게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계 입문 계기가 됐던 2011년 혁신과 통합, 길게는 노무현 정부까지 친문이 한국 정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며 “이재명 후보 선출로 친문은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사라지게 될지 모르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반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지사가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됐지만, 5년 전 문재인 후보와 비교하면 입지가 탄탄하다고 보긴 아직 어렵다. 당시 민주당 경선이 문 후보의 ‘대세론’을 확인하는 요식행위에 가까웠다면, 반대로 이번에는 3차 선거인단 경선에서 이 지사가 참패하며 ‘불안한 대세론’이라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최근 당 안팎에서 공공연하게 ‘후보 교체론’이 거론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장동 게이트 등 의혹으로 이 지사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지지율이 더 빠지면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생겨날 것이라는 게 요지다. 실제 민주당 경선 직후 실시된 복수의 여론조사를 보면. 컨벤션 효과는커녕 이 지사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 결과 수용’을 선언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지지층의 반발이 여전히 크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친문 지지층은 ‘친이낙연’ 보다 ‘반이재명’ 성향이 강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해도 지지층을 다 끌고 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이 전 대표의 ‘수습’이 나중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지사를 대체해 민주당 후보가 되려면 당내 분란을 키워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지사가 낙마할 때 (이 전 대표가) 플랜B가 되어야 하는데, 지지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는 못 간다”며 “수용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었다.


물론 이 전 대표 측은 손사래를 친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호사가들이 전하는 이야기일 뿐”이라며 “원칙을 지키며 살아온 이 전 대표의 행적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고 선을 그었다. 후보 교체론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도 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후보 교체론’이 현실화 여부를 떠나 정치적으로 의미가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지사가 반대파 포용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쇠락 위기의 친문 진영이 후보 교체론을 이 지사 견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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