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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72)] ‘양창근’이 흘려보낸 물결, 진하게 남는 잔상들


입력 2021.09.29 13:30 수정 2021.09.30 11:3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정규 2집 '웨이브' 9월 23일 발매

"음악 안에 내 자신 담아내"

ⓒ본인 제공 ⓒ본인 제공

고요하고 깊게 울리는 물결. 싱어송라이터 양창근은 자신의 음악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한다. 그의 음악은 크고 격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지만 편안하게 울림과 여운을 오랫동안 간직하도록 해준다.


지난 23일, 총 여덟 개의 트랙을 엮어 발매한 그의 두 번째 정규앨범 ‘웨이브’(Wave)는 그의 음악적 신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의 안에 담아 두었던 다양한 고민과 감정들은 때마다 다른 모양으로 보여지는 물결로 비유한다. 노래와 곡이 어우러지면서 대중에게는 진한 잔상을 남기고, 양창근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내면의 오랜 고민들을 흘려보낸다.


-정규 1집 이후, 2집을 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팬들 입장에선 정말 반가운 소식일 텐데요.


1집 ’오래된 마음’을 낸 후로 어떻게 음악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지만 저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지기까지 오랫동안 연구하며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하며 보내다보니 이제야 새 앨범을 발표하게 되었네요. 오랫동안 새 앨범을 기다려주신 분들께 정말이지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일종의 슬럼프였을까요?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집 ‘오래된 마음’ 앨범을 내고 나름 부풀었던 기대만큼 반응이 오지 않아 위축되어 자존감도 낮아지고, 어떤 음악을 해야 인기가 생길지 생각하며 다른 사람의 말들에 더 신경 쓰면서 저 자신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시기였어요. 당연히 음악 작업도 모두 멈추고 있었고요.


그러던 중 인디음악방송 ’랏밴뮤’에서 DJ 제안을 받아 방송을 진행하며 제가 좋아하고 즐기는 음악들을 들려드리고 청취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 모습과 자신감을 찾고는 용기를 얻어 다시 새롭게 음악을 만들어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음악이 좋고 새로운 음악을 듣고 배우고 만들어가는 것이 설레고 두근거립니다. 언젠가 다시 흔들리는 시기가 온다 하더라도 그 시기가 지나면 전보다 더 음악을 좋아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Wave' 앨범 커버 ⓒ'Wave' 앨범 커버

-새 앨범 ‘웨이브’(WAVE)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안에 오랫동안 담아두었던 고민과 감정들, 노래들을 흘려보낼 수 있게 해준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에서 누구에게 들려진다 해도 조금의 쑥스러움도 없을 앨범을 만들고 싶었었고 그런 저 자신이 되고 싶었습니다. 앨범을 만들면서 음악적으로도 내면적으로도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성장하게 된 것이 느껴져 요즘은 아주 기쁜 마음입니다.


-앨범에 총 8개의 트랙을 담았는데요. 기타팝, 모던록, 포크록, 신스팝, 포스트록 등의 다양한 스타일과 사운드를 사용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의 ‘본질’이 있다면요?


‘노래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편곡을 했지만 장르음악이라기보다는 본질적으로 멜로디와 노랫말이 중심이 되는 곡들을 만들었고, 다른 연주들도 모두 노래, 또는 이야기를 함께 한다는 느낌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듣고 나면 멜로디가 귀에 맴돌고 흥얼거릴 수 있는 앨범이 된 것 같습니다.


-노랫말을 만들면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었는지 궁금합니다.


문장만으로 울림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곡과 어우러져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것이 가장 어렵고 오래 걸렸습니다. 모든 노랫말이 저의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모든 노랫말은 저를 납득시키고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만 했습니다. 어떤 노랫말은 스케치 때 무의식적으로 뱉었는데 느낌은 좋았지만 문장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아서 수정하려고 했으나 다른 말로는 도무지 곡과 어우러지는 느낌이 오지 않았고. 그렇게 곡이 표류하던 중 어떤 일들과 감정변화로 인해 처음의 그 노랫말을 다른 식의 해석으로 담게 됐습니다.


-앨범 작업에 많은 분들이 힘을 보태주셨죠.


여러 곡들을 한 앨범에 담으려고 하니 정리가 막막한 부분이 많았었는데 김춘추 님이 초반작업 때 러프했던 데모들의 포인트를 명쾌하게 잘 짚어주셔서 보완한 덕분에 잘 정리해서 앨범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김춘추 님의 음악 팬이었는데 작업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어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기존에 내놓았던 음악들과 이번 앨범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요?


우선 이전보다 악기가 많이 들어갔고요(웃음), 이번에는 싱어송라이터라기 보단 밴드 앨범이라 생각하고 만들었습니다. 크게 들을수록 좋고, 몸을 흔들 수 있는 리듬의 곡들이 있고,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코러스 파트가 있기 때문에 클럽이나 공연장에서 뛰면서 같이 노래하면 좋을 것 같다는 게 전작들과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습니다.


-8개의 트랙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요?


정말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웃음). 다 소중한 곡들이지만 ‘원한다면’이라는 곡을 만듦으로서 밴드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구상을 하게 되었기 때문에 앨범에서 가장 핵심역할을 하는 트랙이라 그 곡을 꼽겠습니다.


-앨범을 듣게 될 리스너들에게, 리슨닝 포인트를 짚어주세요.


애타는 마음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만든 곡이어서 실제로 작업할 때도 자전거를 타면서 모니터를 자주 했는데요. 드라이브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들으신다면 좋은 감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인 제공 ⓒ본인 제공

-지난 2019년 데뷔 10주년을 맞아 EP를 발매하셨죠. 올해로 13년차에 접어들었는데, 긴 시간동안 음악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나요?


살아가면서 느낀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오는 성취감과 해소감이 큰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슬픔을 느낄 때 그것을 음악으로 만들면서 감정의 응어리가 풀어지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들을 노래로 만들어 할 수 있다는 게 저의 삶에서 큰 부분이 되었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계속해서 음악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음악적 신념이 있다면요?


제가 만든 음악에 저라는 사람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음악 안에 제 자신을 많이 담아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유행이나 다른 요소들에 흔들리지 않고 저와 제 음악이 의미를 가지고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슬럼프를 이겨내고 앨범을 내놓은 만큼, 양창근 님에게 올해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너무나도 완성하고 싶었던 두 번째 앨범을 완성한 해로 남을 것 같습니다. 사실 관객들과 함께 뛰면서 노래하는 밴드 라이브를 하고 싶어서 만든 앨범이었기에 공연을 너무나도 하고 싶은데 당장에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기에 라이브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준비하면서 공연보다는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다음 음악 작업을 바로 들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음악적 방향성도 궁금합니다. 앞으로 어떤 음악들을 들려주게 될까요?


앨범 작업이 길어지는 동안 새로 써둔 곡들이 많아서 이 곡들을 어떻게 들려드리면 좋을지 즐겁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토이 신디사이저를 여러 개 구입해서 가지고 놀고 있는데 이 악기들을 사용한 음악도 만들어보고 싶고 여러 곳에서 얻은 영감들을 저의 방식으로 풀어내보고 싶습니다.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생각중인데 이번에는 고민을 덜 하고 실행을 많이 해서 모두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양창근으로서의 최종 목표도 말씀해주세요.


음악적으로는 오랜 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달라져도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들려지고 불려지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삶을 잃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며 계속해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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