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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3D 애니메이션'…지브리는 안되고 호소다 마모루는 통한 이유


입력 2021.09.29 08:20 수정 2021.09.29 11:4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9일 '용과 주근깨 공주' 개봉

2D·3D 혼합 애니메이션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1995년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토이스토리'로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이후, 3D 애니메이션은 시장에서 또 하나의 도전 과제가 됐다. 과거부터 디즈니 픽사가 '토이스토리' 시리즈, '월-E', '업','주토피아', '겨울왕국' 등을 제작하며 3D 애니메이션 시장을 트렌드로 이끌었고 현재의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의 주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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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2000년도 초반부터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도 3D 애니메이션 시장을 주력으로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일본 애니메이션 명가라 불리는 지브리 스튜디오(이하 지브리) 조금 늦게 출발선에 섰다.


지브리의 수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2013년도 '바람이 분다' 기자간담회 당시, 3D 애니메이션을 만들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미야자미 하야오 감독은 "지금 미국도 3D는 쇠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분위기론 3D 붐도 끝나가고 있다고 본다. 과거 TV 모니터로도 3D 열풍이 불었지만 시야각이 좋지 않아 지금은 사라지고 있다"면서 확고한 뜻을 내비쳤다.


7년 뒤 지브리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 미야자기 고로 감독이 지브리 신작 '아야와 마녀'를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며 뜻을 뒤집었다. 하지만 지브리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혹평이라는 평을 들었다. '아야와 마녀'는 일본에서 개봉 첫 주 8위권으로 진입했으며 이후에는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총관객 수는 17만 2523명이며 흥행 수익은 일본에서 2억 2087만 엔(한화 약 23억 원)에서 그쳤다.


그동안 지브리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19년 동안 역대 박스오피스 1위로 흥행 수익 316억 엔(한화 약 3363억 원),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196억 엔(한화 약 2086억 원), '원령공주'가 193억 엔(한화 약 2054억 원)을 벌어들인 것과 비교해 참패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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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와 마녀'는 다이애나 윈 존스의 '이어위그와 마녀'가 원작으로 미스터리한 마법 저택에 발을 들인 10살 말괄량이 소녀 아야의 마법 판타지 어드벤처다. 지브리는 서정적인 감성과 특유의 그림체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는데,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며 기존의 그림체와의 거리감을 좁히지 못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아야와 마녀'가 첫 CG 도전을 했지만,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보여주지 못하고 마법을 놓치고 있다고 혹평했다.


디즈니로 인해 눈이 높아진 관객들에게 그림의 이질감 문제만 더 부각됐다는 평가다를 받았다. 엔딩 크레딧에서는 '아야와 마녀'를 기존 2D 방식으로 내보냈는데, 차라리 2D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훨씬 더 친근했다는 반응들도 주를 이뤘다.


'아야와 마녀'가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갈 무렵, 일본을 대표하는 또 한 명의 애니메이션 감독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용과 주근깨 공주'로 3D 애니메이션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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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노래할 수 없게 된 소녀 스즈가 50억 명이 모인 가상세계 U를 통해 화제의 가수 벨로 다시 태어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배경이 현실과 가상으로 나뉘는 만큼 2D와 3D 기법을 자연스럽게 구별법으로 차용했다.


여기에 가상 세계라는 설정이다 보니 3D로 구현할 수 있는 범위 폭이 넓었다. 벨이 미지의 공간에서 노래를 하는 장면이나 용과 감시대들이 전투를 하는 장면에서 화려한 효과와 배경, 현란한 색채들을 적극 활용해 볼거리를 늘렸다.


그리고 다시 벨이 스즈가 되는 순간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소년, 소녀들의 풋풋한 감정을 엿볼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 전환이 빨랐다.


이는 기존 애니메이션 팬들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에게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도전까지 손쉽게 받아들일 있도록 하는 쿠션 역할을 했다. 이에 '용과 주근깨 공주'는 개봉 57일 만에 누적 관객 423만 명, 흥행 수익 58억 엔(한화 약 617억 원)을 돌파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전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 '괴물 아이', '늑대 소녀', '썸머 워즈', '미래의 미라이'를 뛰어넘는 흥행 기록이다.


'용과 주근깨 공주'는 캐릭터에 3D 애니메이션 CG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도전과 화려한 기술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호평받으며 제74회 칸영화제 ‘칸 프리미어’ 부문에 공식 초청되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그동안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선보여온 상처 극복과 성장 서사를 답습한다. 애써 가상세계로 쌓은 흥미로움이 뻔한 기승전결로 흥미가 떨어진다.


'아야와 마녀'는 지난 6월 개봉해 3만 552명의 관객으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용과 주근깨 공주'를 통해 한국 관객들의 감성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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