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중장년층 노리는 TV①] ‘미스터트롯’으로 증명한 ‘중년 파워’


입력 2021.09.21 14:01 수정 2021.09.18 22:03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5060세대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입증한 파워

‘본방 사수’는 기본, 음원사이트에 접속해 음원을 ‘스밍’(스트리밍)하고, 굿즈를 산다. 여기에 기부 서포트와 조공까지. ‘팬질’에 필요한 모든 것을 섭렵 중이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의 흥행 이후 중, 장년층도 적극적인 ‘팬질’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포켓돌스튜디오, TV조선 ⓒ포켓돌스튜디오, TV조선

지난 2017년부터 ‘신중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5060 세대는 은퇴 후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하고, 젊은층 못지않은 활발한 여가 활동을 추구하면서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각이 되고 있다. 이들의 활약이 방송가에서의 ‘중년 역할’을 뒤바꾼 것이다.


중, 장년 시청층이 TV의 주요 고객이 된 것은 갑자기 시작된 흐름은 아니다. 한동안 젊은층의 TV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점차 그들의 중요성이 커졌었다. 시작은 2010년대 초반, IPTV와 VOD 서비스의 등장이었다. 유튜브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일상에 스며든 지금은 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TV 자체의 중요성은 낮아지고, 젊은층의 OTT 선호도는 늘어나는 모양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만 13세 이상 남녀 가구원 60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인식하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67.2%다. TV는 29.5%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OTT의 전체 이용률은 66.3%로, 전년(52.0%) 보다 14.3%p 증가했다. 연령별 이용률은 20대가 91.6%로 가장 높았다. 10대(88.6%)와 30대(84.2%) 순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이용률이 낮아졌다. 40대는 74.1%가, 50대는 63.1%, 60대는 38.3%의 이용률을 보였다.


이에 TV 단골 시청자인 중, 장년층을 ‘잘’ 겨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한 예로 지난 7월 종영한 MBN 주말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가 3.1%의 시청률로 출발해 MBN 역대 드라마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며 최고 10%를 돌파한 적이 있었다. 작품의 힘도 있었겠지만, 앞서 멜로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MBN이 높은 연령의 자사 시청층을 고려한 맞춤형 장르 편성으로 의외의 결과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중, 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채널A, TV조선, JTBC, MBN)의 폭풍 성장도 이들의 영향력을 짐작케 한다. 2011년 출범 당시에만 해도 중년층을 타깃으로 한 종편은 시청층이 한정돼 일정 수준 이상의 시청률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현재 그 벽은 완전히 깨졌다. 실제로 첫 1년여 동안은 시청률 1%의 늪에서 허덕였지만, 현재 주 시청층인 중장년을 타깃으로 한 ‘킬러 콘텐츠’까지 만들어내며 지상파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휘 중이다.


지난 2019년 방송된 ‘미스트롯’이 첫 회 5.9% 시작해 최종회에서는 18.1%를 기록했으며, 이 인기를 이어받은 ‘미스터트롯’은 첫 회 12.5%, 최종회 35.7%를 기록하며 종편 예능의 새 역사를 썼다. ‘미스터트롯’은 방송 당시 데이터조사회사 굿데이터가 제공한 화제성 지표에서 10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 각종 트로트 프로그램이 쏟아진 것은 물론, 송가인을 비롯해 임영웅과 영탁, 장민호, 김희재, 이찬원, 정동원, 김호중 등 프로그램의 주역들은 아이돌 못지않은 막강한 팬덤을 형성하게 됐다. 그들이 나오는 방송의 시청률은 물론, 유튜브 조회수와 음원 순위 등 어느 지표에서도 소외되지 않고 힘을 발휘 중이다.


구매력이 강한 집단이라는 이유로 광고주들의 주요 지표가 되곤 했던 2049 시청률이지만, TV조선의 트로트 프로그램은 중년들에게도 이들 못지않은 적극적인 소비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미스트롯’의 우승자인 가수 송가인은 이후 단독 콘서트 ‘가인이어라’의 중계방송 광고 완판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미스터트롯’ 종영 직후에는 해당 프로그램이 125억 원에 달하는 광고 수익을 올렸다는 한 매체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임영웅, 영탁, 장민호, 김희재, 이찬원, 정동원을 비롯한 프로그램의 주역들은 방송계는 물론 광고계의 러브콜을 받으며, 모델로 나선 제품들의 완판을 이끌었다.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이동규 교수는 “이미 TV는 중, 장년층이 주 타깃이 된 지 오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접을 못 받는 층이 중, 장년층이었다. 지금까지는 구매층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미스터트롯’과 같은 프로그램이 중, 장년층도 구매층이 될 수 있다는 계기가 됐다. 그 이유는 프로그램이 아닌 ‘사람’이 떴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을 향한 팬덤이 생긴 것이다. 프로그램의 주인이 구매층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유사 프로그램도 생기고 하는 것이다. 이제 중, 장년층이 관심을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TV 매체, 특히 교양프로그램의 광고 품목은 미용이나 여행 등 고루 분포됐었지만, 지금은 건강식품이나 가전과 같은 것이 대부분”이라며 “광고가 다른 매체로 분산이 된 것도 있고, 이제는 TV 주 시청층이 중, 장년 또는 노년층이 됐다는 걸 인식한 것이다. 지금은 2049 시청률을 중요하게 보지만 이것도 곧 바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