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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연체 문제없다? 자영업자는 '비명'


입력 2021.09.14 06:00 수정 2021.09.14 11:18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음식·숙박업 연체, 올해만 59% 급증

업종별 코로나 타격 '핀셋 대책' 절실

국내 5대 은행 기업대출 중 숙박·음식업 관련 연체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 기업대출 중 숙박·음식업 관련 연체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이 숙박업이나 음식업 관련 기업에게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가 올해 들어서만 4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 전반의 흐름만 놓고 보면 빚 상환 여력이 크게 나빠지지 않은 듯 보이지만, 자영업과 밀접한 분야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표면적인 대출 연체율 관리에서 벗어나 업종별로 처한 실태에 맞는 핀셋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보유한 기업대출 중 숙박·음식업 차주로부터 발생한 연체 금액은 총 107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9.0%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중 숙박·음식업 연체액이 485억원이었다. 다만 이 중 국내 연체액만 놓고 보면 1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역시 169억원으로, 국민은행은 161억원으로 각각 32.0%와 46.6%씩 해당 액수가 늘었다. 농협은행의 관련 연체 규모도 126억원으로 0.8% 증가했고, 하나은행만 129억원으로 10.4% 감소했다.


여러 기업대출 중에서도 숙박업이나 음식업에 대한 연체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자영업자가 밀집해 있는 업종 특성 때문이다.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이른바 동네 사장님들이 얼마나 심각한 자금난에 내몰리고 있는 지 읽을 수 있는 지점이다.


특히 전체 기업대출만 놓고 보면 별 문제가 감지되고 있지 않음에도, 숙박·음식업에서만 유독 이상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현실은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실제로 5대 은행 전체 기업대출에서 생긴 연체액은 1조7920억원으로 조사 대상 기간 동안 5.3%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책 착시에도 "연체율 최저"


코로나19 장기화에도 이처럼 기업대출의 건전성이 크게 악화되지 않은 배경에는 정책적 효과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의 요구에 따라 금융권이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기업 차주를 상대로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주는 지원 방안을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이지만, 금융 리스크 측면에서는 돈을 갚지 못해 연체로 이어질 수 있는 대출이 수면 아래에 억눌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의 대출 연체에는 착시효과가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대출 연체율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만 강조하고 있다. 지난 달에도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0.25%로, 전달보다 0.06%p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은행 기업대출 부문의 연체율 역시 같은 기간 대비 0.09%p 하락하며 0.32%에 머물렀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출 지원 프로그램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지금 연체율 수준 자체가 문제는 아니며 특이 동향은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은 통상적인 여신 리스크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취약 차주를 선별 지원하는 현장 중심의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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