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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조작 더 판칠 내년 대선


입력 2021.07.23 07:33 수정 2021.07.22 08:08        데스크 (desk@dailian.co.kr)

작금의 석연치 않은 후보, 대통령, 정당 지지도 급변 의심스러워

SNS 장난으로 문재인에 이어차기 정통성 문제도 심각해질 것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경수의 유죄 확정은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사실을 말하자면, 두 가지 중 한 가지는 공포에 가까운 걱정이다.


하나는, 그럼 문재인은 뭐냐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의 수행비서였던 전 경남지사 김경수가 이동원 대법관에 의해 2017년 대선 무렵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징역 2년형이 최종 선고됐으니 그도 책임을 져야만 한다. 부하(직책은 부하이나 사실은 최측근)의 범죄(선거 지원) 행위를 몰랐어도 책임이 있고, 알았다면 더 큰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상대 후보였던 안철수나 홍준표 측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은 대통령의 정통성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다면서 최소한 사과는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야 대신 사과를 요구하는 사정은 짐작이 어렵지 않다.


첫째,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은 댓글 조작이 아니었어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박근혜 탄핵, 소위 촛불 혁명으로 여론이 급경사를 이뤄 당시 야당(민주당)에서 누가 나오든 절대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둘째, 이 시점에서 ‘드루킹’ 사건 전모를 파헤쳐 문재인 선까지 공모자를 밝혀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 김경수 재판도 그 개인의 공모에 한한 것이어서 그런 정의와 상식에 부합하는 판결이 나올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


셋째, 문재인의 임기가 사실상 반년 조금 더 남았다. 임기와 관계없이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하야해야 할 일이 드러난다면 해야겠지만, 일반 국민은 이미 ‘다 끝난 일’로 여기고 있다.


이제 김경수 유죄 확정이 안겨준 두 번째 문제를 적을 차례다. SNS 시대에서의 선거란 조작에서 벗어날 수가 없으며, 이 조작과의 싸움이 유권자와 정당, 후보들의 최대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음에는 더 고도화하고 지능적으로 된다고 볼 때, 윤석열과 최재형, 이재명과 이낙연 등의 후보들 최대 적수는 상대 후보가 아니고 조작이라는 범죄다.


대선이 7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온 지금 어느 무명 출판사 빈방에 본부를 차려 놓고, 수십 명이 밤낮으로 짜장면 시켜 먹으면서 휴대폰과 컴퓨터 앞에 앉아 가짜 댓글들을 다는 등의 작업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모여서 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닉슨의 워터게이트는 저리 가란다.


3~4년 전 ‘드루킹’은 모여서 했다. 9000만개 가까운 댓글을 특수 프로그램 가동으로 자동 게시하고 공감 버튼도 눌렀다. 당시 경찰은 그들이 이 작업을 위해 휴대폰 170여대를 사용하며 연간 11억원을 쓴 것으로 (드루킹의 예상 밖 폭로에 따라) 안 밝혀도 될 사실을 얼떨결에 수사, 여권 관계자들을 난감하게 했다.


당시 민주당 대표로서, 보수 정당의 조작으로 나쁜 댓글들이 갑자기 많이 달리고 있다고 본 추미애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 이 엄청난 게이트가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드루킹이 댓글 조작의 대가로 김경수에게 요구한 오사카 총영사 직이 무산되자 태도를 바꿔 여권에 불리하도록 역(逆) 댓글 작업을 한 것이었는데, 추미애가 이를 모르고 지뢰밭을 밟은 것이다.


이 재미있는 논공행상(論功行賞) 거래 흑막은 다음 정권에서 아마도 조사가 이뤄져 국민들의 궁금증이 풀리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김경수를 포함한 얼마나 많은 문재인 주변 실력자들과 전 대통령 신분이 돼 있을 문재인 본인까지 검찰에(검수완박 ‘개혁’이 미수에 그칠 경우 검찰이 공수처를 묵살하고 수사 주도권을 잡는다면) 불려가는 모습이 TV 화면에 비치게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차기 정권의 ‘적폐 청산’ 드라마에 대한 기대보다는 당장 그 차기 정권이 창출되는 데 크나큰 걸림돌이 될 것이 확실한 여론 조작 가능성이 정권교체 열망 국민들을 매우 걱정스럽게 한다. 작금에 발표되는, 이유가 석연치 않은 여론조사 결과 추이가 매우 의심스럽지 않은가?


하루아침에 한두 후보의 지지도가 급락하고, 일부 후보들의 인기는 급등하면서 특정 후보 간 양자 대결 예상도 일관성을 많이 벗어난다. 대통령 업무 수행 평가가 갑자기 좋아져 지지율이 10% 치솟는다. 코로나 방역으로 보거나, 부동산 대란으로 보거나, 청년들 취업난으로 보거나, 좋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의 인기가 그만큼 반등할 이유를 필자는 도무지 찾을 수 없다.


또 정당 지지도도 그렇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순위가 날마다 왜 엎치락뒤치락 인가? 조사 과정과 방식의 차이 아니면 장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아침에 생각 다르고 저녁에 의견이 다른, 갈대들임이 틀림없다.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 캠프의 한 인사는 이런 여론조사는 조작에 의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한 여론조사의 경우 민주당 경선 국면에서 민주당 지지자가 전화 응답에 많이 참여하는 시점을 이용해 국민의힘 지지자는 30%, 민주당 지지자는 60%가 반영되는 불균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정당 외에 지역 표본 설정 ‘조작’으로도 결과가 10~15% 포인트 달라졌다는 그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골방에 모여 앉아 여론 조작을 해서 승리하거나, 그것을 가까스로 이겨내고 탄생할 다음 정부는 시작부터 정통성 논란이나 선거 부정 의혹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드루킹과 김경수에 의한 문재인 정통성 의문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본격적인 이슈가 될 공산이 크다. SNS 시대에는 조작도 쉽지만 그걸 알아차리는 것 역시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2022년 새 정권의 ‘적폐 청산’ 작업 1호는 여론 조작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 (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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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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