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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욱의 저격] 언론개혁 하겠다는 김의겸 선배 기자의 '내로남불'


입력 2021.07.13 07:00 수정 2021.07.13 23:34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경찰 사칭' 윤석열 의혹 취재에

"나 때는 흔했던 일" 감싸고 나서

본인 부동산 의혹 취재엔 맹비난

내로남불 온상이 언론개혁 외쳐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들이 잘못한 것은 맞는다. 그러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들을 고발한 것은 너무 심했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무슨말인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겨레 신문사에서 수십년을 근무했고 청와대 대변인까지 지냈던 진보 정치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한 말이라니.


심지어 다른 경우도 아니고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 논문과 관련해 MBC 취재진이 경찰을 사칭한 분명한 위법 행위에 "라떼(나 때)는 흔한 일"이라고 말하면서 꺼낸 말이다. 야권 유력 대선 주자와 관련된 의혹을 취재하다 생긴 흔한 일이니 위법이어도 마땅히 눈감아 줘야한다는 말이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그저 편향된 시각으로 후배 기자들을 감싸려다 제대로 헛발질을 날린 모양새다. 위법적 취재를 했던 자신의 과거를 스스로 자백한 것도 모자라 동시대에 일했던 기자들을 모조리 자신과 같은 급으로 폄하한 것과 다름 없다.


김 의원은 1988년도에 기자로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가 한창 현장을 누볐을 1990년대에는 공무원을 사칭하며 취재하는 것이 기자의 기본적인 덕목 중 하나라도 됐다는 것인가. 그는 지난 4월 비례대표를 승계 받아 국회에 들어오며 "저는 한겨레 기자로 27년 동안 일했고 자랑스러운 시절이었다"고 회상한 바 있는데, '공무원 사칭'이 그토록 자랑스러운 기억이었는지 묻고 싶다.


김 의원은 당시 "일선의 현장 기자들이 존중받는 언론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위법 취재를 '라떼는 말이야'로 감싸는 행위가 과연 언론생태계에서 후배 기자들을 존중받게 만드는 데 무슨 도움이 될까.


결국 문제의 근원은 진보 인사들의 기본적 소양이라 할 수 있는 '내로남불'이다. 경찰을 사칭한 후배 기자들의 취재 대상이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었어도 같은 논리로 감싸줬을까 생각해보면 해답은 더욱 명확해진다.


더욱이 김 의원은 불과 2년여 전 자신이 청와대 대변인 시절 재개발 지역인 서울 동작구 흑석동 상가 주택을 25억 원 상당의 금액을 주고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투기 의혹 논란 속 사퇴할 당시 언론을 직격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투기 의혹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 "일부 언론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며 "현장 기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5~10년 뒤에 역사적으로 어떤 맥락 속에 평가받을지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훈수했었는데, 정당한 취재를 통해 청와대 대변인의 투기 의혹을 보도하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이고 공무원을 사칭해가며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의 의혹을 취재하는 것은 그저 '흔한 일'인 것인가. 이 같은 무리한 '자기 편 감싸기'가 5년 뒤, 10년 뒤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을지 성찰해보라 전하고 싶다.


이처럼 '내로남불의 온상'이 되어버린 김의겸 의원이자 기자 선배에게 가르침을 얻어 가고 싶은 후배 기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중립성을 잃어버린 채 자기 편 감싸기에만 급급한 위선은 던져버리고,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 말할 수 있는 포용과 아량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성찰이 없다면 그가 그토록 외치는 '언론개혁'에 동조할 국민 또한 없을 것이고 오히려 진보 정권의 레임덕만 촉진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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