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동 마님>, 비난과 인기는 비례한다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10.24 20: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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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다시보기] 초반 부진딛고 시청률 가파른 상승세

오락가락하는 애정구도, 욕하면서 보는 임성한표 드라마

초반 부진하던 MBC 일일드라마 <아현동 마님>이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방영 초기 10% 초중반을 밑도는 시청률로 기대보다 다소 저조했던 <아현동 마님>은 10월 들어 꾸준한 상승세를 타며 지난 22일 방송에서 20.4%(TNS미디어리서치)를 기록, 23일에는 22.2%로 또 한 번 자체 최고기록을 경신하는데 성공했다.


<아현동마님>은 방영 초반 임성한 작가의 작품치고는 상당히 얌전해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임성한 드라마의 특징을 가리켜 흔히 ‘비난하며 보는 재미’라고 이야기한다.

임성한은 <하늘이시여>, <인어아가씨>, <보고 또 보고> 등 숱한 드라마를 히트시키키며 흥행보증수표로 명성을 떨쳤지만, 한편으로 작품 속에서 ‘이복동생의 연인을 빼앗는 언니’, ‘자신의 딸을 며느리로 들이는 어머니’ 등 사회적 통념을 뒤흔드는 파격적인 소재와 선정적인 설정을 통해 안방극장의 ‘문제 작가’로 평가받기도 했다.

띠동갑 연상녀-연하남의 사랑이야기를 표방한 <아현동 마님>은 소재만 놓고 봐도 ‘임성한스럽다’는 느낌을 주기 충분했지만, 정작 초반 전개는 의외로 잠잠했다. 자극적인 사건들이 끊임없이 몰아치던 임성한의 전작들에 비하여, <아현동마님>은 남녀주인공이 검사라는 설정을 빼면 초반 이렇다 할 큰 사건 없이 일상적인 에피소드 위주로 전개되는 보통의 홈드라마와 큰 차이가 없었다.

남녀주인공을 맡은 왕희지와 김민성이 모두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배우들인데다 초반 젊은 배우들의 부자연스러운 연기와 극중 설정으로 인하여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주요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배경 등을 설명하느라 극 전개가 궤도에 오르는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그러나 방영 횟수를 거듭하며 <아현동 마님>은 임성한 드라마 특유의 색깔을 조금씩 드러내면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임성한 드라마의 특징은 거시적이라기보다는 미시적이라는 점이다.

복수, 출생의 비밀, 환경의 차이 같은 하나의 큰 화두를 던져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초반의 주제는 ‘맥거핀’(전체 줄거리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관객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묶어두기 위한 구성상의 설정)으로 전락하고, 매회 벌어지는 산발적인 에피소드들과 캐릭터들의 행동양식이 드라마의 방향을 결정한다.

여기서 젊은 연하남이 어떻게 띠동갑 연상녀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가도 화두였다. 극중 42살로 설정된 여성이 전혀 나이같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나, 검사라는 직업이 그렇게 한가로운가 따위의 현실성을 거론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임성한은 지극히 통속적인 드라마 구조 내에서 지극히 가십적인 전개를 통해 시청자들의 욕망과 관음증을 자극한다.

백시향(왕희지)은 극중 산전수전 다 겪은 40대 베테랑 여검사로 설정돼있다. 하지만 그녀의 전문직여성으로서 주체성은 극 초반에만 잠깐 스쳐 지나갔을 뿐, 그녀의 사고방식이나 행동패턴은 일반적인 트렌디드라마에서처럼 남성 의존적이고 수동적이면서도 남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20대 ‘공주과’ 캐릭터의 전형성에서 한 치도 벗어나있지 않다.

임성한 드라마의 여자주인공 주위에는 언제나 알아서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왕자님들이 포진해있다. 부모의 반대나 출생의 비밀, 경쟁자의 출현 같은 역경들은 여주인공의 판타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소품에 지나지 않는다.

드라마가 뜬금없이 생활정보나 요리 프로그램으로 변신하여 삼천포에 빠지거나, 희극과 비극(심지어 공포까지)을 수시로 넘나들고, 주인공들의 도대체 일관성 없는 행동들이 등장해도 용납되는 것은, 그것이 ‘임성한 월드’이기 때문이다.

요즘 드라마는 주인공 백시향이 사랑과 경제력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의 진행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이미 예정된 결과지만, 여주인공은 말로는 분명한 입장을 정리할 것처럼 하다가도 정작 결정적인 순간마다 갈피를 못 잡고 감정에 흔들리며 계속 시간을 끌고 있다. 그런 우유부단한 모습이 비난 받을지 몰라도 시청자들로 하여금 극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효과를 일으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욕먹으면서 인기를 끄는 드라마, 임성한 작가의 흥행 공식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효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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