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인 반복 내원도 구분 못해
병원 밖 사망·재시도 파악 불가
법 개정 2년 넘도록 연계 공백
김윤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윤 의원실
최근 5년여간 응급실에 실려 온 자해·자살 시도가 19만건에 이르지만, 이들이 퇴원 뒤 다시 시도했는지, 숨졌는지 국가는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진료 기록을 모으는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에 환자 개인을 구분할 수 있는 정보가 없어서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에 내원한 자해·자살 시도는 19만24건이었다. 이 가운데 병원에서 숨진 경우는 8920명이었다. 병원 내 사망률은 2023년 4.3%에서 2024년 5.5%, 지난해 5.9%로 높아졌다.
김 의원실은 응급실을 다녀간 뒤 30일·90일·1년 안에 다시 응급실을 찾거나 다시 시도하거나 숨진 인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중원은 "NEDIS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없는 환자 단위 자료"라며 "연계한 산출이 어렵다"고 답했다. 같은 사람이 여러 번 실려 와도 따로 집계돼 실제 몇 명인지 알 수 없고, 사망도 병원 안에서 숨진 경우만 잡힌다.
퇴원 이후를 살펴야 하는 건 한 번 시도한 사람의 위험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2013년 자살실태조사에서 응급실을 찾은 자살 시도자 8848명을 추적한 결과, 이들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700여명으로 일반인(28.1명)의 약 25배였다.
정부는 자살예방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확정하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이들의 기록은 여전히 병원 문 앞에서 끊기는 셈이다.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NEDIS에 개인 정보가 없었던 건 그동안 이를 다룰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2024년 1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7월 시행)되면서 응급의료정보망을 통해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을 구분할 수 있는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3월에는 '응급환자 현황 파악과 추적 관리'가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업무로 법에 명시됐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도록 정보는 아직 들어오지 않고 있다. 주민등록번호 같은 민감한 정보를 받으려면 보안 시스템부터 갖춰야 하는데, 계획 수립과 예산 확보를 거쳐 현재 마지막 단계인 시스템 구축이 진행 중이다. 실제 수집은 내년 하반기께로, 법 시행 후 3년여가 걸릴 전망이다. 그사이 2024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응급실을 찾은 자해·자살 시도만 약 6만건에 이른다.
정보가 들어오더라도 한계는 남는다. 사망 기록이나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 기록과 맞춰보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NEDIS에는 참여 응급실을 찾은 환자만 담긴다. 그 밖의 응급실이나 일반 병원으로 간 시도자는 빠진다.
김윤 의원은 "응급실에서 치료받은 자살시도자가 이후 다시 시도했는지, 필요한 지원을 받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사후관리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응급의료기관과 자살예방센터 간 정보연계를 의무화하는 자살예방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정부가 신속한 이행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응급실 자해 등 시도 추적 현황 ⓒ데일리안 김주혜 기자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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